내수부양 급한데 가계대출에 발목…딜레마 빠진 정부

김정환 기자(flame@mk.co.kr) 2024. 10. 20.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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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대출 억제가 금융당국의 최대 현안이 된 가운데 내수 부양의 필요성 역시 커지면서 정부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봉착했다.

가계대출 축소와 내수 경기 활성화, 서민금융 지원을 모두 동시에 달성하기 어려워진 이른바 '트릴레마(삼중모순)'에 빠진 것이다.

20일 금융권과 금융당국에 따르면 정부 내에서 가계대출을 옥죄려는 금융당국과 주택 지원 확산에 나서려는 국토교통부 간 이견이 잦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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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조이면 서민 어려워지고
놔두자니 연체율 급등 우려
당국, 23일 제2금융권과 회의

가계대출 억제가 금융당국의 최대 현안이 된 가운데 내수 부양의 필요성 역시 커지면서 정부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봉착했다.

내수 부진으로 대출이 확 늘어나 이를 억제할 필요성이 커졌고, 이에 따라 대출을 줄이자니 서민의 삶이 어려워져 경기가 더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고 놔두자니 연체율이 급등하는 상황이다. 가계대출 축소와 내수 경기 활성화, 서민금융 지원을 모두 동시에 달성하기 어려워진 이른바 '트릴레마(삼중모순)'에 빠진 것이다. 이 같은 모순이 두드러진 분야는 디딤돌·버팀목대출 같은 서민 주택 지원 정책금융이다.

20일 금융권과 금융당국에 따르면 정부 내에서 가계대출을 옥죄려는 금융당국과 주택 지원 확산에 나서려는 국토교통부 간 이견이 잦아졌다.

정부 관계자는 "최근 정책금융 규모 조절을 놓고 부처 간 기싸움을 하는 일이 많아졌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국토부는 최근 디딤돌대출 취급 제한에 나섰다가 생애 최초로 내 집을 마련하려던 대출 수요자들이 집단 반발하고 정치권까지 압력을 가하자 일단 대출 제한을 유예했다.

금융당국은 계속 대출 증가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특히 보험사·상호금융을 비롯한 제2금융권이 대상이다. 은행권이 가계대출을 조인 틈을 타 개별 새마을금고나 단위농협이 집단대출 영업을 강화하는 등 풍선 효과가 나타날 조짐이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제2금융권이 신규 아파트 분양자를 대상으로 한 중도금이나 잔금대출 시장에 뛰어들고 있는 것이 확인됐다. 둔촌주공 재건축 '올림픽파크포레온'의 잔금대출 기관으로 단위농협인 서울강동농협이 선정됐다.

이에 금융당국은 23일 상호금융과 새마을금고, 생명·손해보험업계, 여신전문금융회사,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을 소집해 가계부채 점검회의를 열 예정이다.

문제는 팬데믹 이후 영세 자영업자의 부채가 최대로 불어난 상황에서 내수에 이어 수출까지 둔화 조짐을 보이며 경기가 가라앉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행과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국내 영세 자영업자의 부채 규모는 올해 1분기 365조8000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던 2022년 팬데믹 국면(393조3000억원) 이후 가장 많이 늘어났다. 한 경제 관료는 "부채 총량을 줄이면서도 취약 계층 지원 방안을 정교하게 조합해야 하는 난제를 맞았다"고 말했다.

[김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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