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의 재해석이란 이런 것···BTS·손흥민도 담은 '현대판 경기감영도'

서지혜 기자 2024. 10. 20.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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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감영도'는 조선 말기인 19세기 전반 경기감영(현 경기도청) 관찰사의 행차와 군사훈련, 주변 민가와 행인의 모습을 묘사한 그림이다.

이제는 서울이 된 서대문구의 옛 모습은 경기감영도가 미술관 수장고 바깥으로 나와야 비로소 만나볼 수 있다.

도시 한양은 인왕산과 북악산을 품은 경기감영도의 배경을 차용하고, 지금 현재, '서울'이 된 도시 '한양'의 모습을 화폭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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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화 작가 이준희의 '오마주'
서대문구, 과거 경기도였던 사실
당시 풍경과 함께 남기겠다는 사명
도시 한양의 모습 화폭에 오롯이
[서울경제]

‘경기감영도’는 조선 말기인 19세기 전반 경기감영(현 경기도청) 관찰사의 행차와 군사훈련, 주변 민가와 행인의 모습을 묘사한 그림이다. 서울 인왕산과 북악산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이 그림은 현재 서울 리움미술관에 소장돼 있다. 이제는 서울이 된 서대문구의 옛 모습은 경기감영도가 미술관 수장고 바깥으로 나와야 비로소 만나볼 수 있다. 작가 이준희가 경기감영도를 오마주한 ‘ 경기감영도 예찬’ 과 ‘도시 한양’ 를 그리기 시작한 이유다.

이준희, 경기감영도 예찬. 사진제공=이준희

이준희는 현재 상하이에 거주하고 있는 한국 작가다. 그의 경력은 화려하다. 홍익대 동양화과 및 동대학원 졸업하고, 홍익대 동양화과 겸임교수, 상하이한국학교 중고등 미술교사를 거쳐 삼성 리움미술관 도슨트로 활동했다. 대한민국 미술대전(국전)에서 수상한 바 있으며, 1992년부터 지금까지 20여 차례 가까운 개인전을 열었다.

그는 풍경과 도시를 주로 그린다. 하지만 이를 단순히 ‘구상’이라고 표현하기는 어렵다. 작가는 한 도시의 모습을 그리기 위해 그 도시를 수 개월 혹은 수년간 관찰한다.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닌 도시가 품어온 시간을 그리기 위해서다. 그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경기감영도 예찬’과 ‘도시 한양’에는 그러한 작가의 노고가 곳곳에 묻어 난다.

이준희 작가
이준희 작가. 사진제공=이준희

작가는 과거 리움미술관에서 도슨트로 일하던 중 우연히 전시 중인 ‘경기감영도’를 처음 보게 된다. 이후 작가는 매일같이 미술관에 들러 작품을 눈에 담았고, 오래된 서적을 뒤져 경기감영도를 연구했다. 그리고 5년 여에 걸쳐 가로 길이 5m에 이르는 ‘경기감영도 예찬’을 완성했다. 그는 “지금은 ‘서대문구’라고 불리는 지역이 과거에는 한양도성 밖 경기도였다는 사실과 그 당시의 풍경을 누군가가 계속해서 기록하고 남겨둬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작품을 제작했다”고 설명했다.

경기감영도 예찬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도시 한양’. 사진제공=이준희 작가

경기감영도에 대한 존경심은 ‘도시 한양’으로 이어진다. 도시 한양은 인왕산과 북악산을 품은 경기감영도의 배경을 차용하고, 지금 현재, ‘서울’이 된 도시 ‘한양’의 모습을 화폭에 담았다. 높은 빌딩과 돈의문, 녹지가 어우러진 도시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분주히 오가고 있다. 따릉이를 타고 오가는 직장인과 배달라이더 등 현재를 그대로 보여주는 사람들 속에서 방탄소년단(BTS)과 손흥민을 찾는 것도 깨알 같은 재미다.

지난 7월 상하이한국문화원에서 열린 이준희 작가의 개인전 모습. 사진제공=이준희
지난 7월 상하이한국문화원에서 열린 이준희 작가의 개인전 모습. 사진제공=이준희

작가는 지난 7월 중국 상하이한국문화원에서 약 70여 점의 작품을 내건 대규모 개인전을 열었다. 전시에서는 작가에게 영혼의 도시라 할 수 있는 서울과 상하이의 모습을 담은 작품이 두루 내걸렸다. 작가는 와이탄과 루자주이, 인민광장과 주가각 등 ‘상하이’하면 누구나 떠올릴 고풍스러운 건물을 캔버스뿐 아니라 실크 천에 남겼다. 고향의 정취를 느끼고 싶은 교민들과 한국 문화에 애정을 갖고 있는 현지인들이 두루 오간 것으로 전해진다.

이준희 작가는 “실크 천 작품을 보고 많은 사람들이 프린팅 작품이냐고 물었는데 직접 그린 것”이라며 “한국과 중국 사이에 부는 바람이 좋은 바람, 훈풍이길 바라는 마음으로 실크 천을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서지혜 기자 wis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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