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라노] 모기는 처서에 입 삐뚤어진다고?… 때아닌 ‘가을 모기’ 습격

허시언 기자 2024. 10. 20.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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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 폭염 유달리 길어 모기 활동 감소
9, 10월에 모기가 활동하기 좋은 온도 돼
지구온난화로 모기 활동 시기 바뀌는 중
모기 매개 전염병 발생 시기 변화할 수도

뉴스레터 ‘뭐라노’의 마스코트 라노입니다. 올해는 ‘끔찍하다’라고 밖에 표현하지 못할 유례없는 더위가 기승을 부린 여름을 보냈습니다. 더위의 여파는 오래도록 이어져 여름이 끝날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죠. 8월 같은 9월, 9월 같은 10월을 지나오며 더위가 조금씩 꺾이고 있다고 좋아했던 것도 잠시, 여름 동안 자취를 감췄던 모기들이 활개를 치기 시작했습니다. 모기도 처서(處暑)가 지나면 입이 삐뚤어진다는데, 처서가 훌쩍 지난 10월에 웬 모기일까요.

모기는 일반적으로 여름철에 가장 왕성하게 활동합니다. 모기의 활동은 6월 중순에 증가하기 시작해 8월 중순에 정점을 찍은 뒤 줄어드는 양상을 보여 왔습니다. 모기가 가장 좋아하는 온도가 25~27도이기 때문인데요. 통상적인 여름은 25~30도를 유지하며 모기가 살기 좋은 온도를 유지했습니다. 하지만 올해 여름은 낮 기온이 30도를 훌쩍 넘긴 폭염이 유달리 길게 이어진 탓에 모기의 활동도 감소했죠.

기온이 32도 이상으로 치솟으면 모기의 활동이 줄어듭니다. 열로 인해 수명도 짧아지죠. 폭염이 지속되면 모기 유충이 서식하는 물웅덩이도 다 말라버리기 때문에 유충도 죽어 없어집니다. 올 여름철 모기의 활동이 예년보다 주춤했던 이유입니다. 대신 비교적 선선한 9월이 되자 모기가 다시 활발하게 활동하기 시작했습니다. 모기가 활동하기 좋은 온도를 유지한데다, 비까지 주기적으로 내리면서 모기의 개체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게 됩니다.

모기 유충은 기온이 떨어지면 장기잠복기를 결정합니다. 날이 추워지면 성장과 활동을 하지 않고 월동에 들어간다는 뜻인데요. 지난달 부산의 평균 기온은 26.7도였습니다. 전국의 평균 기온도 24.7도를 기록했죠. 가을 폭염으로 인해 모기 유충은 ‘점점 추워지고 있으니 곧 겨울이 오겠구나. 활동을 중지해야지’라고 생각하는 대신, ‘아직까지 여름이구나. 활동해도 괜찮겠다’고 판단합니다. 그래서 9, 10월임에도 불구하고 성장하고, 번식하며, 흡혈하게 되죠.

고신대 이동규(보건환경학부) 교수는 이미 모기의 활동 시기가 바뀌는 과정에 있다고 설명합니다. “올해는 10월 중순까지 낮 최고 기온이 25도에 육박했습니다. 그렇다는 말은 10월 중순까지 모기들이 번식하고 알을 깠다는 뜻이죠. 아마 11월 중순까지 모기들이 계속 출몰할 겁니다. 사실 지구온난화 때문에 모기의 활동 시기는 이미 20년 전에 비해 두 달 빨라졌습니다. 지금처럼 모기가 늦가을까지 활동하는 건 이상 현상이 아니고, 그냥 활동 시기가 바뀌고 있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모기의 활동 시기가 점점 빨라지고, 기간은 늘어나고 있어요.”

모기는 말라리아, 일본뇌염 등 치명적인 질병을 옮기는 매개체이기도 합니다. 모기의 활동 시기가 변화한다는 사실은 모기를 매개로 하는 전염병의 발생 시기도 바꿔놓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시사하죠. 을지대 양영철(보건환경안전학과) 교수는 모기를 매개로 하는 전염병 발생 시기가 변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말라리아 환자는 7월 중순부터 8월 말이나 9월 초까지 집중적으로 발생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되면 감염 환자가 9월 말, 10월 초까지 나올 수 있어요. 일본뇌염도 마찬가지입니다. 모기의 활동이 늦어지면 예년에 비해 늦은 시기까지 환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져요.”

끝날 것 같지 않던 여름이 지나가고 날이 점점 싸늘해지고 있습니다. 모기는 기온이 떨어질수록 야외에서 활동하기 힘들어지는데요. 모기는 살기 위해 따뜻한 공기를 찾아 돌아다니게 됩니다. 어떻게든지 열기를 가지고 있는 건물 내부에 들어가려고 애를 쓰죠. 최근 들어 야외공간보다 실내공간에서 모기를 더 많이 볼 수 있게 된 것이 이 때문입니다. 방충망과 창문 점검을 철저히 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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