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시간이 지루하지 않았다 …'서울버전' 탄호이저

정주원 기자(jnwn@mk.co.kr) 2024. 10. 20.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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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본질은 무엇인가.' 이런 주제를 놓고 자칭 음유시인들이 제각기 시를 지어 경연대회를 벌인다.

모두 순결을 논하는 정숙한 자리에 주인공 탄호이저만은 타오르는 갈증을 노래한다.

이 대면 이후 엘리자베트는 탄호이저가 읊는 사랑의 단어들에 꿈틀거리는 자신의 내면을 느끼고 드러낸다.

지난 17~20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상연된 바그너 오페라 '탄호이저'는 한국인 연출가 요나 김을 통해 현대적 생명력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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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오페라단 45년 만에 제작
순결·쾌락 이분법 깬 연출로
다양한 각도서 인물 심리 비춰
17~20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상연된 바그너 오페라 '탄호이저'의 한 장면.

'사랑의 본질은 무엇인가.' 이런 주제를 놓고 자칭 음유시인들이 제각기 시를 지어 경연대회를 벌인다. 모두 순결을 논하는 정숙한 자리에 주인공 탄호이저만은 타오르는 갈증을 노래한다. 새하얀 드레스를 입고 정결함을 칭송받는 또 다른 주인공 엘리자베트는 장식품처럼 멀리 서서 이들을 지켜볼 뿐이다.

그런데 그녀가 사람들 주변을 떠돌던 쾌락의 여신 베누스와 어느 순간 대면한다. 객석에선 서로를 향하는 두 사람의 몸짓만 보이지만, 이내 클로즈업 영상이 무대 뒷면에 생중계로 비친다. 카메라맨이 무대에 대놓고 올라와 인물들 가까이에 다가가 있는 덕분이다. 엘리자베트는 곧 울 것 같기도 하고 뭔가를 깨달은 것 같기도 한 표정이다. 베누스는 자신과 쾌락을 즐기다 떠나버린 탄호이저 때문인지 울적해 보인다.

이 대면 이후 엘리자베트는 탄호이저가 읊는 사랑의 단어들에 꿈틀거리는 자신의 내면을 느끼고 드러낸다. 순수와 쾌락이 한 내면 안에 혼재하고 서로 공감할 수 있다고 말하는 듯하다.

지난 17~20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상연된 바그너 오페라 '탄호이저'는 한국인 연출가 요나 김을 통해 현대적 생명력을 얻었다. 이 작품은 13세기 실존 인물 탄호이저와 두 여성 캐릭터를 중심으로 금욕주의와 쾌락주의, 사회의 통념에 저항하는 예술가의 고뇌 등을 다룬다. 1845년 드레스덴 초연 이후 1861년 파리, 1867년 뮌헨, 1875년 빈 등 작곡가가 여러 차례 고쳐 쓴 작품이다. 연출가 요나 김은 국립오페라단이 1979년 이후 45년 만에 제작해 선보인 이번 공연에서 초기 판본인 드레스덴·파리 버전을 재구성하고 '서울 버전'으로 명명했다.

그는 "중세의 이국풍을 버리고 등장인물들의 내면을 향해 파고들고자 했다. 공간은 극의 상황이나 등장인물의 내면 상태에 따라 변신하기도 한다"며 "인물들의 거울 혹은 내면의 영적 상태를 보여준다"고 밝혔다. 상연 시간이 휴식 포함 3시간50분에 달했지만, 엘리자베트 역의 소프라노 레나 쿠츠너는 깨끗한 음색과 큰 성량으로 관객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정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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