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에 앉은 여성의 시선을 사로잡은 육감적이면서도 유려한 곡선의 오브제[푸디人]

안병준 기자(anbuju@mk.co.kr) 2024. 10. 20.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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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디인-44] 프리미엄 테킬라 ‘클라세 아줄’

호텔이나 고급 바에 가면 한 번쯤 눈길을 사로잡았을 관능적인 자태의 술병이 하나 있습니다.

웬만한 위스키나 와인은 유리병이어서 속살을 볼 수 있지만, 이 술은 부끄러운 게 무엇이나 많은지 도자기로 만들어져서 모든 걸 감춰놨죠. 그러면서도 남들보다 빳빳하게 우뚝 서 있고 육중한 부피감이 몸을 뜨겁게 달아오르게 합니다.

도자기에 담겨 있어 동양의 술로 착각할 수 있지만 태평양 건너 남미에서 온 외국 아이입니다. 주인공은 바로 멕시코의 프리미엄 테킬라 브랜드 ‘클라세 아줄(Clase Azul)’!

1997년 멕시코에 설립된 프리미엄 테킬라 브랜드인 클라세 아줄은 회사 이름이자 브랜드입니다. 에스파냐어로 클래스 또는 등급을 의미하는 ‘클라세(Clase)’와 고급스러움과 희소성을 상징하는 블루 컬러를 칭하는 단어 ‘아줄(Azul)’을 결합해 만들어졌다죠. 설립 이후 지금까지 테킬라의 원재료인 아가베 선택부터 술병인 디캔터 제작에 이르는 모든 공정은 멕시코의 장인정신을 기반으로 한 전통적 제조방식을 따르고 있습니다.

이런 클라세 아줄이 국내 애주가들의 눈과 귀를 번쩍 뜨이게 할 소식을 갖고 왔다네요. 클라세 아줄의 최상위 프리미엄 테킬라이자 전 세계 수집가를 위해 특별 제작된 엑스트라 아네호 테킬라 ‘울트라(Ultra)’가 국내에 공식 출시된 것이다.

국내에는 고작 15병만 공식 판매되며, 1병의 가격은 500~600만원대라고 하니, 쥐꼬리만 한 월급을 받는 월급쟁이는 범접하기도 어렵죠. 그런데 이런 귀한 아이를 보고 마실 기회가 있다니! 게다가 울트라의 국내 출시를 기념해 방한한 클라세 아줄의 여성 마스터 디스틸러 비리 디아나 티노코(Viridiana Tinoco)를 만날 수 있다는 소식에 한걸음에 달려갔습니다.

‘울트라’, 기다림의 미학
클라세 아줄의 최상위 프리미엄 테킬라이자 전 세계 수집가를 위해 특별 제작된 엑스트라 아네호 테킬라인 ‘울트라(Ultra)’
테킬라의 원료인 아가베는 꽃이 피고 수확하는 데만 수 년이 소요됩니다. 그러다 보니 지역의 토양과 기후의 개성이 고스란히 축적되고, 자연스러운 스모키향이 뿜어져 나오죠. 여기에 위스키와 와인을 숙성시킨 오크통에 또다시 숙성시킨다면 어떤 매력적인 결과가 나올까요? 이런 의문에 최상의 답을 구하고 싶다면 클라세 아줄의 ‘울트라’를 마셔봐야 합니다.

먼저, ‘오랜 기다림으로 완성된 정교한 테킬라’라고 평가받는 울트라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살펴보겠습니다.

일단 클라세 아줄은 멕시코 할리스코주에서도 가장 이상적인 기후와 토양을 갖춘 로스 알토스(Los Altos)에서 재배한 6~8년산 프리미엄 블루 웨버 아가베만을 사용합니다. 3~5년산 아가베로 테킬라를 제조하는 타 브랜드들과 비교하면 약 두 배의 시간을 더 기다려야 하는 셈이죠. 연간 생산량이 80만ℓ에 불과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3억ℓ를 웃도는 다른 대부분의 테킬라 브랜드와 비교하면 새 발의 피죠.

블루 웨버 아가베를 수확해 잎을 제거하는 장면.
아가베의 종류는 약 200종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멕시코 정부의 규정에 따르면 블루 웨버 아가베만을 사용해 제조한 것만 테킬라라고 칭할 수 있다네요. 특히 클라세 아줄 본사가 위치한 할리스코주와 인근 지역 등 멕시코 정부의 보호를 받는 한정된 지역에서만 아가베를 재배할 수 있습니다. 이 지역에서 자란 아가베는 다른 종류와 달리 2m가 넘게 성장하고 당분 함량이 높아 발효와 증류 과정에서 보다 효율적으로 알코올을 만들 수 있습니다. 또한 멕시코 법령에 따르면 ‘테킬라’라는 이름을 붙이려면 최소 51%의 블루 웨버 아가베 함량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수확 후 잎을 제거한 아가베의 핵 ‘피냐’를 굽는 데에도 다른 브랜드보다 오랜 시간이 소요됩니다. 클라세 아줄이 전통적인 석조 오븐 방식을 고집하기 때문이죠.

클라세 아줄은 피냐를 석조 오븐에서 72시간 동안 굽습니다.이러한 ‘슬로우 쿠킹’ 제조공법은 석조 오븐의 10배 용량으로 압력을 이용해 14시간 동안 빠르게 익히는 오토클레이브 방식이나 아가베를 굽지 않고 6시간 만에 과당을 추출하는 디퓨저 방식과는 비교할 수 없는 당도와 풍미를 보장한다네요.

오븐에 구운 이후에는 전통적인 방식에 따라 큰 원형 돌을 굴리거나 현대식 기계인 밀러로 아가베 섬유질에서 즙을 추출합니다.

또한 클라세 아줄 만의 고유한 풍미를 극대화하기 위해 발효 과정에서 아가베 원액에 특별한 효모 균주를 주입하는 것도 특징이다. 그리고 구리 증류기에서 이중 증류 공정을 거친 뒤 ‘Pure Heart(순수한 심장)’라 불리는 소량(약 35%)만 뽑아내죠. 이는 메탄올과 가스를 최대로 제거하기 위한 것입니다. 위스키 증류할 때 증류 초반에 나오는 초류와 마지막에 나오는 후류를 과감하게 버려 불필요한 성분을 빼는 것과 같은 원리죠.

클라세 아줄의 증류기
이 과정까지 왔다면 테킬라의 원액을 맛볼 수 있지만 테킬라는 숙성 정도에 따라 다시 4단계로 구분됩니다. 숙성되지 않거나 2개월 미만으로 숙성한 블랑코와 실버, 1년 미만의 숙성을 거친 레포사도, 1년 이상 숙성한 아네호 등급이 있으며 3년 이상 숙성을 거친 엑스트라 아네호는 최상급으로 불립니다.

클라세 아줄은 800ℓ 용량의 캐스크에서 숙성하는 것을 고집한다네요. 다른 테킬라 브랜드가 1만ℓ 용량의 컨테이너형 캐스크를 주로 사용하는 것과 비교하면 더 많은 노동과 시간이 투입되는 것입니다. 클라세 아줄 테킬라가 더욱 깊고 농도 짙은 화이트 오크 특유의 우아한 향을 가진 이유이기도 하죠.

클라세 아줄의 숙성고
이제부터는 클라세 아줄 테킬라 중에서도 울트라만의 숙성 시간입니다.

울트라는 5년의 긴 숙성기간을 거친 엑스트라 아네호 테킬라입니다. 아메리칸 위스키 캐스크에서 3년간 숙성된 후 스페인 셰리 캐스크에서 2년 이상 추가 숙성합니다. 셰리 캐스크 중에서도 아몬틸라도, 올로로소, 페드로 히메네즈 캐스크를 골고루 사용해 다양한 매력을 하나로 농축시키죠.

이렇게 울트라는 아가베 재배부터 수확, 증류, 숙성, 최종 병입까지 약 10년이 넘는 시간을 인내해야 그 영롱한 모습을 드러냅니다.

@테킬라 울트라(Tequila Ultra) - 숙성(Aging) : 아메리칸 위스키 배럴(3년), 셰리 배럴(2년) 등 총 5년 - 도수(ABV) : 40% - 색상(Color) : 구리색, 하이라이트가 있는 진한 호박색 - 바디(Body) : 풀 바디 - 아로마(Aroma) : 셰리, 말린 자두, 살구, 체리, 메이플 시럽, 헤이즐넛 및 강력한 오크 - 맛(Palate) : 토스티드 오크, 건 자두, 시나몬, 바닐라, 절인 생강과 정향나무
미학적 아름다움까지 끌어낸 예술적 오브제 ‘디캔터’
멕시코의 프리미엄 테킬라 브랜드 ‘클라세 아줄(Clase Azul)’의 울트라
울트라의 디캔터는 최상위 프리미엄 등급에 걸맞은 강렬한 존재감과 카리스마를 발산합니다. 검은색 도자기 표면은 플래티넘과 24k 골드, 실버 등 세 가지 금속 소재를 활용해 장식했습니다. 특히 유니크한 깃털 문양은 도자기를 구워 페인팅으로 완성하기 전까지 육안으로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고도로 숙련된 장인이 오로지 감각에 의존해 작업한다고 하네요. 손 끝으로 두드리면 청아한 소리가 나는 스테인리스 뚜껑은 여섯 단계의 연마를 거치며 모두 직접 생산합니다.
클라세 아줄 울트라 디캔터 제작과정
클라세 아줄은 술 그 자체만으로도 독특한 매력이 있지만 무엇보다 멕시코의 전통과 화려함을 디캔터(술병)에 담아 시각적인 아름다움을 극강으로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술 그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전통주들이 수수한 형태의 도자기에서 은은한 매력을 드러내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느낌이 있죠.

디캔터 제작은 클라세 아줄이 직접 설립한 도자기 공방 ‘트라디시온 마자후아(Tradición Mazahua, 마자후아의 전통)’에서 수작업으로 이뤄집니다. 도예가들은 멕시코에서 수백 년에 걸쳐 계승된 전통기술을 활용해 도자기를 빚고 그립니다. 멕시코의 전통문양을 변형해 아가베를 형상화한 디캔터는 한 병을 완성하려면 평균 7일에서 길게는 12일까지 소요된다네요.

예술적 오브제 ‘디캔터’의 제작 장면
울트라 출시로 클라세 아줄 라인업 완성
16일 클라세 아줄이 선보인 테킬라 플라타(왼쪽부터), 골드, 레포사도, 아네호가 시음잔에 담겨있다. 안병준 기자
클라세 아줄의 테킬라는 증류 후 숙성 기간과 방식에 따라 플라타(숙성과정 거치지 않음), 레포사도(8개월 숙성), 골드(블렌딩), 아네호(25개월 숙성), 울트라(엑스트라 아네호, 60개월 숙성)으로 구분됩니다.

‘아가베 본연의 테킬라’로 평가받는 테킬라 플라타(Plata)는 클라세 아줄 패밀리 중 가장 젊은 테킬라입니다. 아가베를 수확해 쿠킹, 발효, 증류 단계만을 거친 아가베 본연의 가장 원초적인 테킬라이기 때문이죠. 숙성 과정을 거치지 않아 은빛을 띠는 밝고 투명한 색이며 바디감이 가볍습니다. 오렌지와 민트 향이 부담스럽지 않고 바닐라 등이 입안에 감도네요. 허브향 나는 도수 높은 금복주 소주의 느낌이어서 오히려 반가운 느낌이 가득했는데 클라세 아줄 라인업 중 가장 맑고 깨끗한 맛이어서 그런듯합니다. 그래서 디캔터도 소주처럼 투명한걸까요.

클라세 아줄의 테킬라 플라타
테킬라 골드(Gold)는 멕시코의 석양을 모티브로 창작되었으며, 숙성기간이 다른 테킬라를 블렌딩한 것이 특징입니다. 기본인 클라세 아줄 플라타와 프렌치 오크에서 숙성한 레포사도, 3년 이상 숙성한 엑스트라 아네호를 절묘하게 섞었습니다. 이름답게 반짝이는 부드러운 황금색이며 아가베 시럽과 청사과, 오렌지 향에 토스티드 오크, 무화과 등의 맛이 납니다.

디캔터도 붉은 대지로 내려앉는 태양 아래의 아가베 밭을 묘사해 어둠을 맞이하는 빛의 우아함을 표현했다고 합니다. 하단의 검정색 도자기는 지평선을, 장인의 정교한 수공예 기술이 집약된 24k 리본띠는 밤의 장엄한 아름다움을 상징합니다. 검은 세라믹과 유리를 결합하기 위한 세공 기술 개발에 6년이나 걸렸다네요.

클라세 아줄의 테킬라 골드
테킬라 레포사도(Reposado)는 아메리칸 위스키 배럴에서 8개월간 숙성해 황색 빛을 밝게 품은 골드 컬러입니다. 살짝 숙성하다 보니 오렌지, 시나몬, 오크 향이 나고 헤이즐넛, 바닐라, 시나몬 맛이 나네요. 디캔터는 멕시코의 전통 문양을 변형해 아가베를 형상화했다고 합니다. 레포사도는 클라세 아줄의 라인업 중 가장 인기있는 제품이다보니 바에서 한번 쯤은 디캔터를 보셨을 법 합니다.
클라세 아줄의 테킬라 레포사도
테킬라 아네호(Añejo)는 가장 멕시코다운 테킬라를 위해 클라세 아줄의 전통과 기술적 노하우, 장인정신이 집약된 제품입니다. 아메리칸 위스키 배럴에서 25개월의 시간을 견딘 결과는 아름다운 호박색 물결과 토피, 시나몬, 정향나무 향이 풍부하고 레포사도의 오렌지보다 좀 더 찐득한 오렌지 마멀레이드 맛이 납니다.

디캔터는 멕시코의 자연과 기술을 결합하는 일련의 과정을 형상화했습니다. 최하단 나선형으로 덧칠한 문양은 멕시코의 비옥한 땅이 선사하는 풍요로움을 상징하고 그 위로 병 전체를 감싸는 푸른 선은 아가베에 생명을 불어넣는 물을 상징합니다. 클레이 중앙에 반복적으로 그려진 아가베의 핵은 테킬라의 심장과 영혼을 의미하며 뒷면에 새겨진 네 개의 꽃잎은 마자후아 족의 전통 문양을 뜻한다네요.

클라세 아줄의 테킬라 아네호
클라세 아줄은 테킬라와 함께 총 3종의 메즈칼 라인업(듀랑고, 게레로, 산 루이스)도 보유하고 있습니다. 메즈칼도 멕시코에서 자란 아가베로 만들어지는 증류주라는 측면에서는 테킬라와 비슷하죠. 다만 테킬라가 할리스코주 및 그 외 한정된 일부 지역에서 자란 블루 웨버 아가베만을 사용한다면, 메즈칼은 아가베 품종에 제한 없이 만들어지며 멕시코 전역 9개 주에서 생산이 가능하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클라세 아줄은 울트라의 국내 출시를 기념해 11월 7일까지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하우스 오브 신세계에서 팝업 스토어를 운영하며 울트라는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서 단독 판매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방문객에게는 클라세 아줄의 베스트셀링 테킬라인 ‘레포사도’ 시음 서비스도 제공한다고 하니 멕시코 여행 한번 떠나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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