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에 앉은 여성의 시선을 사로잡은 육감적이면서도 유려한 곡선의 오브제[푸디人]
호텔이나 고급 바에 가면 한 번쯤 눈길을 사로잡았을 관능적인 자태의 술병이 하나 있습니다.
웬만한 위스키나 와인은 유리병이어서 속살을 볼 수 있지만, 이 술은 부끄러운 게 무엇이나 많은지 도자기로 만들어져서 모든 걸 감춰놨죠. 그러면서도 남들보다 빳빳하게 우뚝 서 있고 육중한 부피감이 몸을 뜨겁게 달아오르게 합니다.
도자기에 담겨 있어 동양의 술로 착각할 수 있지만 태평양 건너 남미에서 온 외국 아이입니다. 주인공은 바로 멕시코의 프리미엄 테킬라 브랜드 ‘클라세 아줄(Clase Azul)’!
1997년 멕시코에 설립된 프리미엄 테킬라 브랜드인 클라세 아줄은 회사 이름이자 브랜드입니다. 에스파냐어로 클래스 또는 등급을 의미하는 ‘클라세(Clase)’와 고급스러움과 희소성을 상징하는 블루 컬러를 칭하는 단어 ‘아줄(Azul)’을 결합해 만들어졌다죠. 설립 이후 지금까지 테킬라의 원재료인 아가베 선택부터 술병인 디캔터 제작에 이르는 모든 공정은 멕시코의 장인정신을 기반으로 한 전통적 제조방식을 따르고 있습니다.
이런 클라세 아줄이 국내 애주가들의 눈과 귀를 번쩍 뜨이게 할 소식을 갖고 왔다네요. 클라세 아줄의 최상위 프리미엄 테킬라이자 전 세계 수집가를 위해 특별 제작된 엑스트라 아네호 테킬라 ‘울트라(Ultra)’가 국내에 공식 출시된 것이다.
국내에는 고작 15병만 공식 판매되며, 1병의 가격은 500~600만원대라고 하니, 쥐꼬리만 한 월급을 받는 월급쟁이는 범접하기도 어렵죠. 그런데 이런 귀한 아이를 보고 마실 기회가 있다니! 게다가 울트라의 국내 출시를 기념해 방한한 클라세 아줄의 여성 마스터 디스틸러 비리 디아나 티노코(Viridiana Tinoco)를 만날 수 있다는 소식에 한걸음에 달려갔습니다.
먼저, ‘오랜 기다림으로 완성된 정교한 테킬라’라고 평가받는 울트라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살펴보겠습니다.
일단 클라세 아줄은 멕시코 할리스코주에서도 가장 이상적인 기후와 토양을 갖춘 로스 알토스(Los Altos)에서 재배한 6~8년산 프리미엄 블루 웨버 아가베만을 사용합니다. 3~5년산 아가베로 테킬라를 제조하는 타 브랜드들과 비교하면 약 두 배의 시간을 더 기다려야 하는 셈이죠. 연간 생산량이 80만ℓ에 불과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3억ℓ를 웃도는 다른 대부분의 테킬라 브랜드와 비교하면 새 발의 피죠.
클라세 아줄은 피냐를 석조 오븐에서 72시간 동안 굽습니다.이러한 ‘슬로우 쿠킹’ 제조공법은 석조 오븐의 10배 용량으로 압력을 이용해 14시간 동안 빠르게 익히는 오토클레이브 방식이나 아가베를 굽지 않고 6시간 만에 과당을 추출하는 디퓨저 방식과는 비교할 수 없는 당도와 풍미를 보장한다네요.
오븐에 구운 이후에는 전통적인 방식에 따라 큰 원형 돌을 굴리거나 현대식 기계인 밀러로 아가베 섬유질에서 즙을 추출합니다.
또한 클라세 아줄 만의 고유한 풍미를 극대화하기 위해 발효 과정에서 아가베 원액에 특별한 효모 균주를 주입하는 것도 특징이다. 그리고 구리 증류기에서 이중 증류 공정을 거친 뒤 ‘Pure Heart(순수한 심장)’라 불리는 소량(약 35%)만 뽑아내죠. 이는 메탄올과 가스를 최대로 제거하기 위한 것입니다. 위스키 증류할 때 증류 초반에 나오는 초류와 마지막에 나오는 후류를 과감하게 버려 불필요한 성분을 빼는 것과 같은 원리죠.
클라세 아줄은 800ℓ 용량의 캐스크에서 숙성하는 것을 고집한다네요. 다른 테킬라 브랜드가 1만ℓ 용량의 컨테이너형 캐스크를 주로 사용하는 것과 비교하면 더 많은 노동과 시간이 투입되는 것입니다. 클라세 아줄 테킬라가 더욱 깊고 농도 짙은 화이트 오크 특유의 우아한 향을 가진 이유이기도 하죠.
울트라는 5년의 긴 숙성기간을 거친 엑스트라 아네호 테킬라입니다. 아메리칸 위스키 캐스크에서 3년간 숙성된 후 스페인 셰리 캐스크에서 2년 이상 추가 숙성합니다. 셰리 캐스크 중에서도 아몬틸라도, 올로로소, 페드로 히메네즈 캐스크를 골고루 사용해 다양한 매력을 하나로 농축시키죠.
이렇게 울트라는 아가베 재배부터 수확, 증류, 숙성, 최종 병입까지 약 10년이 넘는 시간을 인내해야 그 영롱한 모습을 드러냅니다.
디캔터 제작은 클라세 아줄이 직접 설립한 도자기 공방 ‘트라디시온 마자후아(Tradición Mazahua, 마자후아의 전통)’에서 수작업으로 이뤄집니다. 도예가들은 멕시코에서 수백 년에 걸쳐 계승된 전통기술을 활용해 도자기를 빚고 그립니다. 멕시코의 전통문양을 변형해 아가베를 형상화한 디캔터는 한 병을 완성하려면 평균 7일에서 길게는 12일까지 소요된다네요.
‘아가베 본연의 테킬라’로 평가받는 테킬라 플라타(Plata)는 클라세 아줄 패밀리 중 가장 젊은 테킬라입니다. 아가베를 수확해 쿠킹, 발효, 증류 단계만을 거친 아가베 본연의 가장 원초적인 테킬라이기 때문이죠. 숙성 과정을 거치지 않아 은빛을 띠는 밝고 투명한 색이며 바디감이 가볍습니다. 오렌지와 민트 향이 부담스럽지 않고 바닐라 등이 입안에 감도네요. 허브향 나는 도수 높은 금복주 소주의 느낌이어서 오히려 반가운 느낌이 가득했는데 클라세 아줄 라인업 중 가장 맑고 깨끗한 맛이어서 그런듯합니다. 그래서 디캔터도 소주처럼 투명한걸까요.
디캔터도 붉은 대지로 내려앉는 태양 아래의 아가베 밭을 묘사해 어둠을 맞이하는 빛의 우아함을 표현했다고 합니다. 하단의 검정색 도자기는 지평선을, 장인의 정교한 수공예 기술이 집약된 24k 리본띠는 밤의 장엄한 아름다움을 상징합니다. 검은 세라믹과 유리를 결합하기 위한 세공 기술 개발에 6년이나 걸렸다네요.
디캔터는 멕시코의 자연과 기술을 결합하는 일련의 과정을 형상화했습니다. 최하단 나선형으로 덧칠한 문양은 멕시코의 비옥한 땅이 선사하는 풍요로움을 상징하고 그 위로 병 전체를 감싸는 푸른 선은 아가베에 생명을 불어넣는 물을 상징합니다. 클레이 중앙에 반복적으로 그려진 아가베의 핵은 테킬라의 심장과 영혼을 의미하며 뒷면에 새겨진 네 개의 꽃잎은 마자후아 족의 전통 문양을 뜻한다네요.
클라세 아줄은 울트라의 국내 출시를 기념해 11월 7일까지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하우스 오브 신세계에서 팝업 스토어를 운영하며 울트라는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서 단독 판매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방문객에게는 클라세 아줄의 베스트셀링 테킬라인 ‘레포사도’ 시음 서비스도 제공한다고 하니 멕시코 여행 한번 떠나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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