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었는데 울면서 몸서리 쳐" 사망한 장기기증男...심장 적출 전 살아나, 무슨 일?

정은지 2024. 10. 20.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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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물과다복용으로 병원에 실려가 사망 판정 받은 남성...장기 기증자로서 심장 이식위해 절차 받던 중 의식 되찾아, 해당 지역 장기기증협회는 "발생한 적이 없는 일"이라 부인
죽었다고 사망 판정을 받은 한 남성이 장기 기증자로 장기 적출 수술을 받던 중 의식이 깨고 살아나는 일이 발생했다. 왼쪽 2021년 당시 장기이식 수술 절차 중 살아난 후버와 3년이 지난 현재의 후버 [사진=미국 공영라디오 방송 NPR , 영국 일간 더선 등 갈무리]

사망 판정을 받은 한 남성이 장기 기증자로서 장기 적출 수술을 받던 중 의식이 깨고 살아나는 일이 발생했다. 이 사건에 대해 해당 지역사회 장기기증협회가 "발생한 적이 없다" 부인하면서 현재 미국보건복지서비스국의 조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공영 라디오방송 NPR이 최근 재조명한 이 사건은 2021년 10월로 거슬러간다. 켄터키에 사는 당시 36세 토마스 TJ 후버 2세(현 나이 39세)는 약물 과다 복용으로 의식을 잃고 리치몬드의 배프티스트 헬스 병원에 긴급 이송됐다. 병원에 도착한 후 후버는 곧바로 의사들에 의해 사망 판정을 받았다. 그는 장기 기증자였고, 사망 판정을 받음에 따라 장기 적출을 위한 절차가 시작됐다. 후버는 심장 이식을 포함한 장기 기증의 적합성을 검사하기 위해 수술실로 옮겨졌다.

이 과정에서 후버는 심장 도관술을 받았다. 심장 혈류를 확인하고 장기 기증을 위한 건강 상태를 확인하는 절차 중 하나였다. 수술이 진행되던 중, 의료진은 충격적인 상황에 맞닥뜨렸다. 후버가 수술대에서 몸을 격렬하게 움직였다. 계속 몸서리를 쳤고 눈물을 흘리며 울기 시작했다. 그가 의식을 되찾은 것이다.

당시 장기 보존을 담당하고 있던 의사 나타샤 밀러는 "후버가 침대 위에서 몸을 마구 움직였고, 그가 울면서 눈물이 흐르는 것이 보였다"고 목격한 모습을 설명했다. 수술실에 있던 모든 의료진을 혼란에 빠뜨렸다.

의료진은 즉시 장기 적출을 중단했고, 심장을 적출하려던 외과의사는 "이 사건에 더 이상 관여하고 싶지 않다"며 수술실에서 빠져나갔다. 밀러는 당시 수술실 내부의 상황이 매우 혼란스러웠다고 묘사하며, "모두가 큰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후버의 여동생 도나 로러도 당시 이상한 상황을 목격했다. 오빠 후버가 중환자실에서 수술실로 이동될 때 눈을 뜨고 주위를 둘러보는 것처럼 보였다는 것이다. 곧바로 도나가 "그가 눈을 뜨고 있다"고 말했지만 의료진은 사망한 사람에게서 발생할 수 있는 흔한 반사작용이라고 설명했다. 뇌사 상태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이었다.

장기기증협회에서 사건 부인하면서 논란 "현재까지 조사 중"...당시 수술실 목격자들 정신적 충격으로 심리치료 받기도

사실상 '살아있던 사람'에게 장기 적출 수술이 진행된 이 사건은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밀러는 당시 KODA(켄터키 장기 기증 협회)의 한 상사가 "장기 이식을 계속 해야 한다며 병원 측에 다른 의사를 찾아서 장기 적출을 계속 진행하라고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후버가 의식을 되찾았음에도 불구하고 KODA(켄터키 장기 기증 협회)는 이러한 사건이 발생한 적이 없고, 이식을 계속 지시하라고 한 적도 없다며 전면 부인하고 나섰다.

KODA와 협력해 장기 기증 관련 활동을 조율하는 단체 '네트워크 포 호프'의 회장 겸 최고 운영 책임자는 NPR에 "KODA는 살아 있는 환자의 장기를 수집하라는 압박을 받은 적이 없으며, KODA는 살아 있는 환자에게서 장기를 적출하지 않는다. 팀원에게 압박을 가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심장을 도려내기 전 의식에서 깨어난 후버는 결국 살아났고, 이후 병원 측과 KODA는 후버의 장기 기증을 완전히 취소했다. 현재 그는 기억력 문제와 걷기 및 말하기 등의 신체적 기능 회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그의 여동생 도나가 후버의 법적 후견인 역할을 맡고 있다.

이 사건 이후, 병원 직원들 중 일부는 정신적 충격을 받아 사직했고, 심리적 후유증을 겪는 일부는 정신적 치료를 받아야 했다. 장기 이식 절차에 참석해 상황을 목격한 밀러의 동료 닉콜레타 마틴도 "모두가 가장 두려워하는 악몽"이라고 표현하며, "시신을 열고 장기를 적출하려는 도중 그 시신이 살아 움직인다면, 그건 매우 끔찍한 일"이라고 말했다.

여전히 KODA와 병원 측은 후버가 의식을 되찾았다는 주장에 대해 부인하고 있던 가운데, 사건의 전말이 계속 확산되자 켄터키 법무장관과 미국 보건복지서비스국은 사건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 켄터키 법무장관인 러셀 콜먼은 "이 끔찍한 주장에 대해 깊이 우려하고 있으며, 관련 기관들과 협력하여 진실을 규명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미국 보건복지서비스국의 장기 기증과 이식 관련 부서도 사건을 조사 중이며, 이와 관련된 사실이 밝혀질 때까지는 구체적인 정보 제공이 어렵다고 밝혔다.

현재 우버는 기억력 문제와 걷기 및 말하기 등의 신체적 기능 회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그의 여동생 도나가 후버의 법적 후견인 역할을 맡고 있다. [왼쪽 사진=후버와 도나/ 오른쪽=켄터키 장기 기증 협회 KODA /출처=미국 공영라디오 방송 NPR, 영국 일간 더선 등 갈무리]

사망 판정 받은 사람, 의학적으로 보고된 살아 날 몇가지 가능성

이 사건에서 사망 판정을 받은 후버가 '살아나게'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여러 의학적 가능성으로 설명될 수 있다.

가능성 1. 뇌사 판정이 잘못됐다= 첫번째 가능성은 애초에 뇌사 판정이 잘못됐을 수 있다는 것이다. 뇌사는 완전히 돌이킬 수 없는 뇌 기능의 손실을 의미한다. 사망의 한 형태로 간주되지만 드물게 뇌사 진단에서 실수가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뇌사 판정을 위한 테스트가 잘못 수행됐거나 약물 과다 복용처럼 특정 상황에서는 뇌 기능이 일시적으로 억제될 수 있다. 후버가 약물 과다 복용 상태였기 때문에 약물이 그의 뇌 활동을 크게 억제하여 그를 뇌사 상태처럼 보이게 했을 가능성이 있다.

약물에 의한 억제 효과는 시간이 지나면서 신체에서 약물이 배출되며 점차 완화될 수 있다. 이로 인해 후버가 시간이 지나면서 의식을 되찾았을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가능성2. 라자루스 증후군이 나타났다 ='잠재성 뇌 기능 회복'을 뜻하는 '라자루스 증후군(Lazarus Syndrome)'이 나타났을 수도 있다. 사망이 선언된 환자가 심폐소생술(CPR) 또는 다른 응급 처치 후에 자발적으로 혈액 순환을 회복하는 현상이다. 의학적으로 몇 차례 보고된 적이 있지만, 그 원인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후버가 이와 유사한 자발적 회복이 발생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 라자루스 증후군은 극히 드물지만, 이 사건과 유사한 회복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능성3. 약물 중독으로 인해 의식이 변했다= 후버가 약물 과다 복용 상태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의 신경계가 약물의 영향을 받아 일시적으로 심각한 억제 상태에 있었을 가능성도 있다. 특정 약물, 특히 중추 신경계에 영향을 미치는 약물은 환자를 깊은 혼수 상태에 빠뜨릴 수 있으며, 그 상태가 사망으로 오인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약물이 체내에서 배출되거나 효과가 줄어들면 신체 기능이 다시 활성화될 수 있다.

가능성4. 임상적 판단의 실수가 있었다 = 임상의들이 사망판정을 내릴 때 기술적 오류 또는 임상적 판단의 실수도 고려할 수 있다. 사망 판정에 사용하는 여러 테스트 중 하나가 잘못된 결과를 낼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가령, 뇌사의 기준인 뇌간 반사 검사가 정확하게 이뤄지지 않았거나 환자의 상태가 특정 조건 하에서 정확하게 측정되지 않았을 수 있다. 특히 약물 과다 복용이나 저체온증 상태에서는 뇌사와 비슷한 상태가 나타날 수 있어 진단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가능성이다.

다만 위 가능성들은 의학적으로 보고된 '죽다 살아난 경우'에 해당되며 우버의 사건에 영향을 줬는지는 미지수다. 켄터키 법무장관과 미국 보건복지서비스국(HSRA)이 해당 사건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만큼, 새로운 증거 및 조사결과가 곧 나올 지 미국 지역사회에서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정은지 기자 (jeje@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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