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성 인정되는 사회 속  어두운 그림자를 보라”

조철 북 칼럼니스트 2024. 10. 20.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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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차례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서양에서는 정신보건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한국전쟁 시기 이러한 흐름이 한국에도 이식된다. 정신보건은 정신요법을 수행할 경제적 능력이 없는 주변부 집단을 시설 격리, 단종 등의 방법으로 통제해야 한다는 해결책으로 이어지는데, 이들의 논리는 상당 부분 우생학자들을 계승한 것이었다."

이 관점에서 보면 우생학은 유전과 생식의 통제뿐 아니라, 사회적 가치체계와 편견에 따른 적격자와 부적격자의 구분, 그런 구분을 합리적 혹은 자연적인 것처럼 정당화하는 과학 연구, 부적격자를 사회에서 배제하려는 여러 전략, 부적격자의 증가, 이른바 사회의 '퇴화'를 막기 위한 공중보건적·사회복지적 접근 등을 모두 포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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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격과 부적격, 그 차별과 배제의 역사 파헤친 《우리 안의 우생학》

(시사저널=조철 북 칼럼니스트)

"두 차례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서양에서는 정신보건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한국전쟁 시기 이러한 흐름이 한국에도 이식된다. 정신보건은 정신요법을 수행할 경제적 능력이 없는 주변부 집단을 시설 격리, 단종 등의 방법으로 통제해야 한다는 해결책으로 이어지는데, 이들의 논리는 상당 부분 우생학자들을 계승한 것이었다."

우리 안의 우생학│현재환, 박지영, 김재형 지음│돌베개 펴냄 320쪽│1만9000원

위 사례는 과거의 유물이라 여겼던 우생학이 우리 역사 곳곳에 퍼져 지금에 이르렀음을 보여준다. 몸과 집단의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고 특정한 몸과 집단을 우월하다거나 미래를 위해 더 바람직한 몸으로 상정하는 과정은 자연스럽게 그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몸을 바람직하지 못하며 열등하다고 낙인찍는 것으로 귀결된다.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들이 우리나라 역사 속 우생학의 흔적을 조명한 《우리 안의 우생학》은 우리가 사는 곳을 '우생사회'라고 인정하고 우리가 왜 우생사회에 살게 되었는지 진단함으로써 '탈우생사회'로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

"약 100년 전, 일제의 지식인들은 민족을 발전시킬 수단으로 우생학을 소개했으며, 해방 이후로도 대한민국의 과학자, 의학자들은 '민족우생'이라는 기치를 내걸어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우생법을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사이 한센인과 장애인이 국가에 의해 강제불임시술을 당하는 비극이 일어났고, 산전진단기술의 발달과 함께 유전병을 가진 태아를 감별하려는 시도가 보편화되었다."

우생학은 넓게 보면 적격자와 부적격자를 나누고 적격자만 사회에 남겨 공동체의 발전을 이룩하려 한 고대부터의 유구한 시도가 19세기에 과학의 도움을 받아 권위와 정당성을 획득한 담론적 실천의 형태를 말한다. 이 관점에서 보면 우생학은 유전과 생식의 통제뿐 아니라, 사회적 가치체계와 편견에 따른 적격자와 부적격자의 구분, 그런 구분을 합리적 혹은 자연적인 것처럼 정당화하는 과학 연구, 부적격자를 사회에서 배제하려는 여러 전략, 부적격자의 증가, 이른바 사회의 '퇴화'를 막기 위한 공중보건적·사회복지적 접근 등을 모두 포함한다.

이에 공감한 저자들은 과학사, 의학사, 의료사회학, 장애사, 젠더 연구의 관점에서 우생학이 우리 사회에 뿌리내리고 영향을 미친 국면들을 추적했다. 이 책이 흥미로운 점은, 서문에서 밝힌 것처럼 한국 우생학의 역사를 살펴보려는 의도가 한국 역사의 어떤 부분을 우생학적이라고 낙인찍고 비난하는 데 있지 않다는 것이다.

"우생학을 그저 나쁜 것으로 묘사하며 '악마화'하는 것은 우생학이 실제로 차별을 양산하는 방식을 충분히 이해하는 데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우생학의 비윤리성을 드러내는 것보다 우생학이 작동하는 방식을 탐구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우생학이 어떻게 사회적 약자들을 부적격자로 구분하는지, 그로 인한 차별을 어떻게 자연스러운 것으로 만드는지, 그러한 과정을 통해 우리가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에 보건, 복지, 교육 등 여러 분야에 어떻게 녹아들어 있는지를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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