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도 할아버지도 맞고 싶어 난리”...가격부터 원리까지 위고비의 모든 것 [교과서로 과학뉴스 읽기]

원호섭 기자(wonc@mk.co.kr) 2024. 10. 20.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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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됐던 위고비
뇌에 포만감 느끼는 부위에 영향
투여 중지하면 체중 회복될 가능성 높아
위고비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사용한 비만 치료제 ‘위고비.’ 드디어 한국에 상륙했습니다. 피부 바로 아래 놓는 피하주사입니다. 복부나 허벅지를 통해 1주일에 한 번 투약하는 방식이에요. 효과는 상당히 좋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위고비의 비만 치료제, 과연 그 원리는 무엇일까요.

지난해 미국을 중심으로 위고비 열풍이 불었습니다. 주사를 놓기만 해도 살이 쭉쭉 빠진다는 후기가 잇따르면서 이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진 겁니다. 지난해 5월에는 위고비를 생산하는 노보노디스크가 광고를 중단하기도 했습니다. 너무 잘 팔려서, 더 이상 광고를 할 수 없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한국에서도 드디어 지난 17일부터 국내 일부 병원을 중심으로 처방이 시작됐다고 합니다. 위고비 한 상자에는 주사기 1개, 주삿바늘 4개가 들어있다고 합니다. 1주에 한 번 투여하면 되니까 한박스를 사면 한 달 사용이 가능합니다. 가격은 50만~80만원 선으로 알려져 있어요. 위고비는 용량별로 0.25㎎, 0.5㎎, 1.0㎎, 1.7㎎, 2.4㎎ 등으로 나뉩니다. 적은 용량으로 시작해 조금씩 늘려나가는 방식을 사용하고, 꾸준히 투약할 경우 효과가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체질량지수(BMI)가 30 이상인 비만 환자를 대상으로 처방이 가능한데 아마 이를 엄격하게 지키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위고비 자체가 전 세계적으로 물량 부족을 겪고 있는 만큼 한국에서 유통이 원활하게 이뤄지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언입니다.

위고비는 지난 2021년 6월, 미국식품의약품안전처(FDA)의 허가받았습니다. 기존 비만치료제와 비교했을 때 강력한 효과를 보인 만큼 허가를 받았을 때부터 ‘게임 체인저’라는 말이 많았습니다.

위고비는 원래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되던 약이었습니다. 임상 실험을 하던 중 실험 참가자들의 몸무게가 저하되는 현상이 계속 보고됩니다. 개발사인 노보노디스크조차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진 거죠. 당시 연구결과를 살펴보면 68주 동안 이 약을 주사한 사람들의 체중은 평균 15~20% 줄었다고 합니다. 다만 복용을 중단하면 몇 주 만에 원상태로 돌아갈 가능성이 상당히 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구글 ‘위고비 전과후’ 검색 이미지
위고비가 미국에서 인기를 끌고 품귀 현상이 일어나자 비슷한 약효 성분을 가지고 있는 당뇨병 치료제 ‘오젬픽’이라는 약까지 동이나 버립니다. 위고비의 성분이 ‘세마글루타이드’인데요, 오젬픽 역시 마찬가지거든요. 오젬픽에 있는 세마글루타이드의 양을 늘린 게 바로 위고비였던 만큼 사람들은 대체제로 오젬픽을 처방받습니다. 오젬픽도 수요가 폭발합니다.

위고비의 원리에 대해 차근차근 살펴보겠습니다. 1980년대 초 미국에서 당뇨병 치료제를 개발하던 중에 ‘GLP-1’이라는 호르몬을 발견합니다. 이는 음식을 먹을 때 위나 장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인데 인슐린의 분비를 촉진하고, 혈당을 높이는 호르몬 ‘글루카곤’을 억제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포만감을 느끼도록 했습니다. GLP-1을 잘 이용하면 당뇨병 치료제로 활용할 수 있음을 확인한 것입니다.

문제는 GLP-1을 체내에 넣었을 때 췌장까지 가야 하는데, 중간에 사라져버리는 점입니다. 노보노디스크는 GLP-1에 변형을 가해 혈액을 따라 이동할 수 있도록 합니다. 이렇게 만든 약물을 2010년 출시했는데 부작용이 발견되어요. 바로 체중감량이었습니다. 노보노디스크는 이 약을 개량해 2014년 ‘삭센다’라는 비만치료제를 출시합니다. 다만 매일 주사를 해야 하고 효과도 크지는 않았습니다. 노보노디스크는 GLP-1의 효과가 일주일 동안 지속되는 물질을 만들고 2017년, 오젬픽이라는 당뇨병 치료제를 출시합니다. 임상 과정에서 역시나 참가자들 체중이 줄었습니다.

위고비가 체중을 줄이는 원인에 대해서는 명확하지 않습니다. 다만 최근 학술지 ‘사이언스’에 실린 서울대 의대 연구진의 결과에 따르면 GLP-1 유사체가 뇌 시상하부에 있는 신경에 작용해 포만감을 높인다고 합니다. 결국 인간의 뇌에서 포만감과 관련 있는 부분에 영향을 미치고, ‘배가 부르다’라는 느낌을 만들도록 해 식욕을 저하하는 것입니다. 당연히 먹는 게 줄어드니 살은 빠질 것이고요. 약을 중단하면, 다시 식욕이 돌아오면서 살이 찌는 것입니다.

‘건강기능식품’이 아닌 ‘약’인 만큼 부작용도 발견됩니다. 구토나 설사, 메스꺼움 등이 있고 일부 환자에게서는 우울증과 같은 증상도 보고됐습니다. 또한 당뇨와 비만이 없는 사람들이 이 약을 먹었을 때 “안전하다”라는 ‘강력한 증거’는 아직 부족하다고 합니다. 즉 질병을 치료하는 차원으로 접근해야지 과도한 다이어트를 위해 위고비를 투약하는 일은 피해야 한다는 겁니다.

비만치료제 시장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일라이릴리의 ‘마운자로’라는 비만 치료제가 지난해 말 FDA 승인을 받았고 한국에서도 허가받았습니다. 다만 출시 일정은 미정이라고 합니다.

비만은 그동안 ‘의지’ 꼬리표가 붙었습니다. 살을 빼지 못하면 ‘의지가 약해’ ‘그것도 못 하는데 어떻게 다른 일을 해’라는 말을 듣기 다반사였습니다.

하지만 비만은 단지 ‘의지’의 문제가 아닙니다. 비만에 미치는 요인은 유전적인 부분뿐만이 아니라 생활 습관, 식습관, 스트레스 등 다양한 부분이 영향을 미칩니다. 미국의학협회가 지난 2013년 ‘비만=질병’이라고 발표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비만치료제 출시가 우리 사회에서 비만에 대한 인식을 어떻게 바꿔나갈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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