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금리 인하 안 먹히나? …가을 이사철 ‘실종’

권준영 2024. 10. 20.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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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연합뉴스>

한국은행이 지난 11일 3년여 만에 기준금리 인하를 전격 선언했지만, 주택 거래 시장이 침체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매매 거래는 뚝 떨어졌고, 전세를 찾는 수요도 예년에 비해 대폭 감소하면서 사실상 가을 이사철이 실종된 것이 아니냐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20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9월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격 잠정지수는 마이너스(-)0.47%를 기록했다.

내달 공개될 확정치에서도 하락이 결정된다면,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 지수는 작년 12월(-1.13%) 이후 9개월 만에 하락 전환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9월 계약된 부동산의 실거래 신고 기한은 이달 말까지로 확정 결과와 다를 수 있지만, 최근 거래 시장의 침체한 분위기를 감안할 때 최종 결과도 하락 전환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7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계약일 기준)은 8987건을 기록하며 2020년 7월(1만1170건) 이후 3년 11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9월은 신고일이 열흘밖에 남지 않은 현재 2730건에 그쳤다.

7월은 물론 시중은행의 대출 금리 인상으로 거래가 줄어들기 시작한 8월(6288건)에 비해서도 절반 이하로 뚝 떨어졌다. 10월 거래량도 현재까지 722건 신고에 그쳐 거래 침체가 이어지는 듯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시장이 관망세로 돌아선 가장 큰 원인은 가계부채 관리를 명목으로 한 금융당국과 시중은행의 '돈줄 죄기'에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9월부터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시행되며 대출 한도가 줄어든 탓도 있지만, 무엇보다 시중은행이 1주택자 이상 보유자에 대한 대출을 제한하면서 돈 빌리기가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한은이 지난 11일 기준금리를 0.5%포인트(p) 인하했지만 매수심리는 더 얼어붙는 듯한 모습이 연출되고 있다. 시중은행들은 금리 인하 후 최근 열흘간 가계부채 관리를 이유로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더 올리는 등 대출 문턱은 더 높아진 탓이다.거래가 쪼그라든 반면 매물은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 물건 수는 총 8만6934건으로 지난 11일(8만5019건) 기준금리 인하 이후 2.2% 증가했다.

대출 규제가 본격화되기 직전인 8월 말(8만545건)과 비교하면 7.9%가 늘어 전남(8.2%)에 이어 두 번째로 증가 폭이 큰 것으로 조사됐다.

시중은행의 돈줄 죄기는 전세시장으로 불똥이 튀었다.

전세자금대출 금리가 올라 이자 부담이 커진 데다, 1주택 이상 보유자들은 아예 대출 창구가 막히면서 전세 갈아타기가 어려워진 영향이다.

추석 이후 가을 이사 수요와 겨울 신학기 수요들이 움직여야 하는 시기에 신규 전세는 거래가 크게 감소한 모습이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이처럼 전세 대출이 막히면서 시장에선 계약이 무산되는 경우도 다수 나왔다. 이 때문에 시장에는 전·월세 물건이 쌓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실 집계 결과, 이날 기준 서울 아파트 전·월세 물건은 총 4만9099건으로, 5만 건에 육박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불과 보름 전(4만3842건)에 비해 11.9% 늘어난 것으로 전국에서 매물 증가 폭이 가장 크다.

이 때문에 부동산 시장 일각에서는 1~2년 전 전세사기 사태를 촉발한 '역전세난'이 다시 재현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까지 제기된다.

전세 만기 날짜가 다가오는데 거래가 되지 않으니, 보증금을 내줘야 하는 집주인들의 볼멘소리도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시중은행의 대출 규제가 당분간 이어지면서 집값도 약세 전환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거래량이나 실거래가 전망지수 등 시장 선행지표를 볼 때 작년과 비슷한 양상으로 시장의 흐름이 꺾이는 상황"이라면서 "시장이 침체하면 서울 강북 등 외곽지역부터 집값이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단기적으로 서울은 약한 조정 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주택 공급 부족 이슈는 여전하고, 앞으로 금리 인하 효과로 있어 집값이 크게 떨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권준영기자 kjykj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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