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정해인 "'베테랑2' 촬영기간 배우 아닌 운동선수처럼 지냈죠"

모신정 기자 2024. 10. 20.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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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모신정 기자] 바지에 구정물 한방울 안튀어보고 자랐을 것처럼 해맑은 얼굴의 청년('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부터 이 세상의 모든 짐을 다 진 것 같은 책임감 만땅의 군인까지. 배우 정해인은 10여년의 배우 활동을 해오며 매번 예측을 깨는 변화무쌍한 캐릭터를 200%의 완성도로 표현해내며 대중과 팬을 즐겁게 만들어왔다. 

개봉 4주차인 13일 현재 724만 관객이 관람한 영화 '베테랑2'에서 정해인은 온라인상에서 UFC 경찰이라는 별명으로 유명할 만큼 순간적인 판단 능력과 고도의 무술 실력을 갖춘 박선우 역을 맡았다. 시위 현장에서 우연히 강력범죄수사대 서도철(황정민)의 눈에 들어 막내 형사로 임시 합류하게 되는 인물이다. 

'베테랑2'의 흥행에는 류승완 감독의 사회를 고찰하는 통렬한 시선과 속을 뻥 뚫어주는 시원하고 통쾌한 액션 연출, 황정민이 10년 만에 선보인 서도철의 여전한 정의감과 묵직한 인간미도 한몫을 했지만 새롭게 합류한 정해인의 소시오패스 연기가 주는 신선감과 안보현과 함께 펼쳐낸 타격감 넘치는 액션 연기도 1등 공신이 아닐수 없다.

배우 정해인이 영화 '베테랑2'의 홍보 인터뷰에 나섰다. 편한 차림새에 메이크업 없이 기자들 앞에 나서는 대부분의 배우들과 달리 정해인은 매번 인터뷰에서 넥타이까지 맨 정장 차림으로 기자들 앞에 나섰다. 수년째 긴장을 풀지 않고 FM같은 답변을 들려줬던 그가 이날 인터뷰에서는 11년차 배우의 여유를 물씬 풍겼다. 농담과 여유와 위트가 넘쳐난 현장이었다. 배우로서의 자신을 빛내 줄 수 있는 캐릭터를 고르는 능력부터 현장에서의 몰입과 협연하는 배우와의 뛰어난 앙상블을 통해 작품을 빛내는 능력까지 모든 것이 정점에 오르고 있는 배우 정해인에게 삶을 돌아보는 여유까지 생긴 모습을 보니 그의 배우로서의 내일이 더욱 기대되기 시작했다. 

- 박선우라는 인물을 연기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지점은.

▶ 선우는 사이코패스까지는 아니고 소시오패스에 가까운 인물이라 해석했다. 남의 감정은 느끼지만 머리로만 이해하고 공감은 못하는 인물이다. 소시오패스에 가깝고 나르시즘이 강한 인물이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사람을 도구로만 이용한다. 액션도 어려웠지만 박선우라는 인물로 체화되고 동기화가되어야 하는데 인물을 이해하고 다가가는 것이 어려웠다. 

- 정해인에게 이렇게 서늘한 미소와 표정이 있었나 싶은 얼굴을 여러번 보여주더라. 

▶ 사실 정신 건강에 이롭지 않은 역할인 것 같다.(웃음) 자주 하면 안될 것 같다. 이 캐릭터에서 빠져나오기까지 가장 오랜 시간이 걸렸다. 집중해서 연기한 시간이 길다보니 그랬나 보다. 제가 캐리터와 저 자신을 분리히키려 노력하는 배우 중 한명인데 이 역할은 촬영장에 오래 있었고 집중하는 시간이 길다보니 삶에도 묻어나왔다. 촬영할 때 어머니와 가족들이 낯설다고 말해 주셨다. 저도 그게 느껴지더라. 그래서 사람들을 최대한 멀리하며 지냈다. 그때 당시 생각하는 회로가 정상인의 범주에서 살짝 틀어져 있었다. 촬영 끝나고 사람을 만나는 것이 두렵더라. 역할에서 빠져 나오는데 시간이 결렸다. 

-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 '엄마 친구 아들'이 영화와 동시 방영되어 큰 사랑을 받았다. 상반된 장르인 점도 재미있더라. 

▶ '베테랑2'의 촬영을 2022년 겨울에 시작해 2023년 상반기까지 했다. 그때는 '엄마 친구 아들'의 제안도 받기 전이었다. 그런데 방송이 시작되고 나서 영화도 동시에 개봉해 너무 신기하다. 드라마 팬분들이 영화를 보신다면 너무 충격 받으실 것 같다. 

- 올해 5월 '베테랑2'로 칸 영화제에 어머니와 동행해 화제에 올랐다. 

▶ 다른 곳도 아니고 칸이잖나. 배우 인생에 언제 그 곳에 갈지 모르기에 함께 모시고 갔다. 영화를 많이 찍어도 칸에 갈 수 있을지 어떨 지 모르지 않나. 어머니께서 원래 그런 이야기 하시는 스타일이 아니신데 '칸에 나도 가고 싶다'고 말씀 하시더라. 처음에는 감독님이나 황정민 선배님 등 다른 분들이 우리 어머니를 신경 쓰실까봐 염려되어 거절 드렸다. '어머니, 너무 죄송한데 저만 다녀올게요'라고 말씀드렸다. 그런데 처음에는 씁쓸해 하시면서도 알겠다고 하시더나 다음날 '해인아, 다 알겠는데 그럼에도 같이 가면 안될까'라고 하시더라. '너가 언제 또 칸에 갈지 모르고 내가 그때 건강할찌 어떨지 모르지 않니'라고 하시는데 제가 그말에 넘어갔다.(웃음)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어머니를 모시고 간 일이 제 배우 인생 중 가장 잘 한 일 같다. 그때 뤼미에르 극장에서 기립 박수를 받을 때 어머니께서 같은 공간에서 모든 것을 다 보셨다는 자체가 정말 평생 못잊을 추억이다. 다른 사람들은 다 일어나서 기립박수를 치는데 우리 어머니만 아무 말씀 없이 우시느라 일어나지를 못하시더라. 다리에 힘이 풀려 일어서실 수가 없으셨다더라. 뒤를 돌아보니 어머니가 울고 계시길래 저도 울음이 터질까봐 고개를 돌렸다. 한창 촬영할 때 일주일 내내 비오는 옥상신을 찍고 녹초가 돼서 집에 들어오면 어머님이 늘 기다리고 계셨다. 그런데 영화를 보고 모든 퍼즐을 다 맞춰보신 것 같더라. 

- 스턴트맨이 있었지만 대부분 액션 장면을 직접 소화했다고 들었다. 부상을 입거나 위험한 장면은 없었나. 

▶ 빗 속 옥상 액션신을 도가니를 갈아버리는 액션이라고 표현하시던데 슬라이딩을 하다가 서는 것은 안전 장치가 잘 되어 있었다. 무술 감독님만의 비법과 노하우가 있었기에 다 누설할 수는 없고 안전했다. 단 용기는 필요했다. '안전할까?'하는 의구심은 들지만 '하면 된다'고 믿어야 했다. 겁먹으면 오히려 다칠수 있었다. 위험천만해 보이지만 스턴트맨분들이 먼저 시범을 보여주시고 안전하게 정해진 콘티 안에서 약속대로 잘 찍었다. 영화로 볼 때 내가 위험을 무릎쓰고 용기내서 저렇게 편집되어 나왔구나 싶더라. 사실 현장에서 약간 도발도 해주셨다.

'너가 스턴트들만큼 하니 한번 해볼래?'라고 물으셨다. 당연히 저도 질 수 없었다. 할 수 있을 것 같아 시도했다. 안전장치를 잘 했고 여러 차례 리허설한 후 직접 소화했다. 영화 '역모'때도 액션을 해봤지만 정말 각잡고 액션에 도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 같다. 이번 작품을 계기로 액션의 즐거움을 알게 됐다. 주짓수도 배우고 UFC도 해야 했다. 가장 중요했던 것은 기술이 아닌 체력이었다. 10번이상 테이크를 간 신이 있다. 기술도 기술이지만 체력이 가장 중요했다. 달리기와 심폐 기능을 늘리려 했다. 제 인생에서 가장 건강한 시기였던 것 같다. 지금은 그때보다 덜 건강하다. 제 20대를 통털어 가장 팔팔했던 때이다. 

- 영화가 다루는 소재중 사이버렉카에 대한 부분도 꽤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 그 부분에 대한 고민은 감독님이 가장 많이 하셨을 것 같다. 제가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소위 말하는 마녀사냥에 포인트를 뒀다. 제가 연기한 해치가 바로 그런 인물 아닌가. 극중 정의부장이 유튜브를 위해 스타로 만들어주고 해치는 '너희들이 이렇게 만들었으니 내가 제대로 놀아보겠다, 너희들이 원하는 걸 해주겠다'는 의미로 여러가지 일을 벌인다. 마녀사냥이라는 게 마녀를 죽이기 휘한 사냥인데 사실 마녀가 아닌 일반 사람을 죽이기도 한다. 투이가 희생자일 수도 있고 가짜 해치가 희생자일 수도 있다. 그런 현상들이 만들어낸 어떤 상징일 수도 있다. 마녀사냥의 심볼 같은 인물이 모든 복수를 실행하고 집행하지만 그의 행동의 옳고 그름은 관객분들이 판단해주시면 좋겠다. 

- 박선우가 유독 서도철에게 접근하는 이유는 뭔가.

▶ 박선우의 특징 중 하나가 사람들에게 관심 받는 것이고 강력 범죄 수사대 소속이기에 강력 범죄에 많이 접근할 수 있었을 거다. 애초 서도철의 눈에 띄고 싶어서 그의 주위를 맴돌았을 것 같다. 서도철은 1편에서 조태오를 잡고 영웅이 된 인물이니 그에게 접근해 환심을 사고 서서히 그를 옥죄어 가는 과정에 재미를 느꼈을 거다. 아들을 인질로 잡고 협박하는 것도 서도철의 가장 약한 고리가 아들이라는 것을 알았기에 자신의 목적을 위해 이용한 것이다. 

- 가짜 뉴스와 관련해 전작인 '설강화' 논란으로 맘고생이 심한 시기가 있었다. 

▶ 그 일에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 류승완 감독님과 처음 미팅 떄 이 이야기를 나눴다. 감독님도 억울한 상황들이 있으셨더라. 저도 그런 면이 있다. 이런 주제의식이 우리 영화에도 녹아있다고 본다. 그때는 사실 좀 슬펐다. 여러가지 이유로 동굴에 들어갔다. 아무도 책임져 주지 않는다는 걸 배웠다. 내가 무심코 누른 좋아요 버튼 하나 혹은 동감, 댓글 하나하나가 모여 해치라는 괴물을 만들 수 있다. 그 당시 제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무기력하고 무능력해지더라. 어디 가서 이야기할 수도 없다. 의견을 말하면 재상산되니 가만히 있는 게 나은 거다. 그때 많이 깨닫고 배웠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남의 일에 관심이 없더라. 자신의 삶에 관심이 있지 나와 관련 없는 사람의 일에는 관심이 없다는 걸 꺠달았다. 

- 황정민과 호흡한 소감은. 

▶ 황정민 선배님은 들꽃 같다. 야생화 느낌이다. 거친 불모지에서 자라난 예쁜 꽃인데 역경과 시련을 딛고 일어난 그런 꽃 말이다. 가까이 가서 보면 연약한 느낌도 든다. 선배님이 되게 츤데레시다. 후배들에게도 그렇고 현장 스태프에게도 툴툴거리면서 다 챙겨주신다. 다 기억하시고. 정도 많고 따뜻하다. 이번에 함께 하며 놀랐다. 

- 엔딩 쿠키에서 3편의 가능성이 보이던데. 

▶ 칸영화제 상영 버전에서는 그 내용이 없었다. 깜짝 놀랐다. 감독님께 3편 가능성을 살짝 여쭤보려고 한다. 만약 뜻이 있으시다면 한걸음에 달려가야겠다. 당시 촬영 때는 제가 배우인지 운동선수인지 헛갈렸다. 정말 혹독하게 식단을 했다. 그때는 삼겹살이 그렇게 먹고 싶더라. 다시 운동선수로 돌아가서 열심히 해봐야겠다. 

- '베테랑' 1편 때는 신인 배우였을텐데 2편에서 메인 주연을 맡게 되니 감개무량했을 것 같다.  

▶ 1편을 보고 극장에서 충격을 먹고 N차 관람을 했었다. 그때 풋내기였다. 배우로서 부족한 시기였는데 제가 시간이 지나 '베테랑2'에 합류를 했다. 9년 만에 2편이 나와서 다행이다.(웃음) 저도 그동안 성장을 했으니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앞으로 더 열심히 하면 더 즐거운 일이 생기지 않겠나. 꾸준히 묵묵하게 이 길을 걷고 싶다. 

- 배우로서 살아오면서 정해인만이 고수하고 있는 원칙이 있다면. 

▶ 지내오면서 주변 환경도 바뀌고 했지만 바뀌지 않은 것 하나는 저의 도전하고자 하는 마음인 것 같다. 그게 없으면 재미 없을 것 같다. 도전은 항상 하고 싶다. 선배님들이 그렇게 해 오셨던 것처럼 답습하지 않으려고 노력할 거다. 류승완 감독님 또한 1편에서 잘 하셨던 것들을 반복하지 않으려고 노력하셨다. 저 또한 배우로서 반복하지 않을거다. 묵묵히 차근차근 도전하려 한다. 

 

스포츠한국 모신정 기자 msj@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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