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없는 오빠보다 백배 낫다”…‘무조건 벤츠’ 한국女, 고무신 거꾸로 신은 사연 [세상만車]
‘여자마음’ 잘 알아주는 흑기사
女 ‘뇌구조·호르몬’도 한몫했다
오페라 ‘여자의 마음’에 나온 노랫말처럼 메르세데스-벤츠를 정말 사랑하던 한국 여성들이 변심하고 있습니다.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라고 자신했던 벤츠 입장에서는 고무신을 거꾸로 신었다는 배신감(?)을 느낄 수준입니다.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할까요. 벤츠 자존심을 마구마구 긁어놓지는 않았습니다. 같은 독일 출신이지만 ‘사생결단’ 죽기 살기로 싸우고 있는 BMW로 갈아탄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한국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브랜드는 스웨덴 출신 볼보입니다. 볼보는 여심(女心)에 힘입어 벤츠·BMW에 대항할 수 있는 비독일계 대표주자로 자리잡았습니다.
이 기간 동안 여성들이 가장 많이 선호한 수입차 브랜드(테슬라 제외)는 벤츠입니다. 1만796명이 벤츠 차종을 구입했습니다. 여성 9041명이 선택한 BMW가 2위를 기록했습니다.
두 브랜드가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양강구도를 구축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예상대로입니다.
3위는 벤츠·BMW와 함께 독일 삼총사에 해당하는 아우디가 아닙니다. 볼보입니다. 3507명이 볼보 차종을 구입했습니다. 남성 구매자는 5009명입니다. 구매자 10명 중 4명 이상이 여성인 셈입니다.
볼보는 국내에서 여성 선호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진 BMW그룹의 프리미엄 소형차 브랜드인 미니(MINI)도 이겼습니다. 미니 구매자 중 여성은 2543명으로 집계됐습니다.
볼보 XC40 B4 AWD의 경우 여성이 남성보다 더 많이 샀습니다. 각각 939명과 580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올해 500대 이상 판매된 수입차종 중 여성이 남성보다 더 많이 구입한 차종은 미니 쿠퍼, 벤츠 A클래스, 벤츠 C클래스 등으로 한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볼보 XC40 B4 AWD는 남성보다 여성이 선호한 수입차 순위에서도 2위를 기록했습니다. 남성은 826명, 여성은 1045명이 각각 구입한 벤츠 C300 4매틱 다음입니다.
볼보 XC40은 한정판 모델로 나올 때마다 샤넬 뺨치는 ‘오픈런’(제품을 사기 위해 문을 열자마자 줄서는 행위)을 기록하는 핫한 수입차종이기도 합니다. 한정판이 나올 때마다 10분도 채 지나지 않아 모두 품절됐기 때문이죠.
지난 15일에는 오전 10시에 온라인 판매에 들어간 XC40 블랙 에디션의 물량 97대가 7분 만에 동났습니다.
지난해 세이지 그린 에디션은 3분 만에 국내 배정물량 25대가 모두 완판됐습니다. 지난 4월에는 다크 에디션이 4분 만에 44대 모두 판매되기도 했죠.
진화소비심리학에 따르면 운전자는 자신과 닮거나 자신이 추구하는 이미지를 갖춘 차량을 선택한다고 합니다.
독일 심리학자들이 실험한 결과 근육질의 남성은 머슬카(muscle car), 젊은 여성은 예쁘거나 깜찍한 차종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진화소비심리학을 바탕으로 분석해보면 남성은 자신을 ‘강한 남자’로 보이게 해줄 수 있는 공격적 성향의 차량을 구입하거나 사고 싶어한다고 볼 수 있죠.
여성은 자신을 예쁘거나 우아하게 만들어줄 명품이나 화장품 같은 차량을 선택한다고 풀이할 수 있습니다.
경제학에 뇌 과학을 접목한 신경경제학에서는 남녀의 뇌 구조가 다르고 왕성하게 활동하는 호르몬에도 차이가 있어 선호하는 제품이 달라진다고 분석합니다.
남성은 아몬드 모양의 뇌 부위인 편도체, 시상하부에 있는 지배중추와 공격중추가 여성보다 2배 정도 크다고 합니다.
여성은 돌봄과 사교적인 태도를 주관하는 변연계 속 뇌 부위가 남성보다 2배 가까이 크다고 하죠.
여성의 뇌 구조와 부드러움과 온화함을 책임지는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은 안전과 돌봄에 적합합니다. 아이 돌봄, 가정의 안전·안정, 알뜰함은 선사시대부터 한동안 여성들의 주요 역할이었죠.
남녀의 뇌 구조·호르몬 차이는 차종을 선택할 때도 영향을 끼친다고 합니다. 남성은 자신의 성적 매력과 공격성을 보여줄 차종을 선택합니다. 강하고 크고 센 차를 좋아합니다.
포드 머스탱, 포르쉐 911, BMW 5시리즈, 지프(Jeep) 랭글러 등이 가지고 있는 ‘짐승남’ 이미지는 강한 남자, 강해지고 싶은 남자의 욕망을 자극합니다.
여성은 명품처럼 자신의 여성적인 매력을 돋보이게 해주고 돌봄 본능을 자극하고 안전하면서 안정감도 주는 차종을 ‘상대적’으로 선호한다고 합니다.
국내에서 벤츠 E클래스, 미니 쿠퍼가 여성들에게 사랑받는 이유라고 볼 수 있겠죠.
벤츠 E클래스는 우아하고 품위가 넘칩니다. 럭셔리 명품 이미지를 지녔습니다. 미니 차종은 해치백이든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든 귀엽고 예쁘지만 독기도 품은 팜 파탈(femme fatale) 매력을 지녔습니다.
볼보는 ‘안전 대명사’로 불립니다. 차량 크기나 가격에 상관없이 안전을 가장 최우선으로 하는 브랜드로 인정받고 있죠.
볼보는 까다롭기로 유명한 미국 고속도로 안전보험협회(IIHS) 충돌테스트에서 최우수 등급(TSP+)을 받으며 안전성을 입증하고 있습니다.
TSP+를 받기 어렵다는 소형 SUV 부문에서도 볼보는 예외입니다.
볼보 XC40은 지난 2022년 IIHS 충돌시험에서는 소형 SUV 15종 중 유일하게 전 항목 최고 등급을 획득했습니다. ‘안전에 차별이 없다’는 볼보의 주장을 증명한 셈입니다.
실제로 엔트리급 모델이지만 ‘안전 대명사’ 볼보의 최첨단 안전 기술을 적용했습니다.
볼보 XC40은 ‘안전’을 바탕으로 디자인·성능·서비스를 향상시키면서 벤츠·BMW 경쟁차종보다 여성들에게 인기가 높습니다.
소비자 리서치 전문기관 컨슈머인사이트(ConsumerInsight)의 ‘2024 자동차 기획조사’ 제품 만족도(TGR) 부문에서 국산·수입차 브랜드 통합 1위를 차지한 게 그 증거입니다.
안전성, 외관 디자인, 시트, 실내 인테리어, AV시스템, 첨단기능·장치, 비용 대비 가치 7개 항목에서 1위를 기록했죠.
새 차 구입 후 평균 3년이 경과한 소비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내구 품질(TGW-d)’ 조사에서도 3년 연속 유럽 브랜드 1위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서비스 만족도(CSI) 부분에서도 국산·수입차 브랜드 통합 1위, 판매 서비스 만족도(SSI) 부분에서도 유럽 브랜드 1위에 선정됐습니다.
품질을 향상시켰지만 가격은 해외보다 1600만~2200만원 저렴하게 책정됐습니다. 가성비(가격대비성능)가 뛰어납니다.
볼보 XC40 한정판 모델은 10분 내에 완판되는 것은 물론 일반 모델은 6개월 넘는 기다림도 마다하지 않는 여성들이 많다고 합니다. MBC 예능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한 그룹 마마무의 화사도 생애첫차로 볼보 XC40을 ‘줄서서’ 구입했죠.
볼보코리아도 볼보 XC40 마케팅 전략으로 여심을 적극 활용했습니다. JTBC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를 통해 여심을 흔든 배우 정해인을 모델로 발탁하기도 했죠.
볼보 XC40 인기에는 여심을 천심(天心)으로 여기고 ‘여자의 마음’을 잘 알아준 게 단단히 한몫했을 겁니다. ‘여자를 정말로 귀찮게 하는 철없는 오빠’보다 백배 나은 ‘흑기사’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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