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일 축제는 끝났나?"…중국발 수요 증가 시대 막 내린다[차이나는 중국]

김재현 전문위원 2024. 10. 20. 07:2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편집자주] 차이 나는 중국을 불편부당한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중국 칭다오 항구에서 하역 작업 중인 유조선/사진=블룸버그
2000년대 후반 당시 원자바오 총리가 TV에 나오면 항상 하던 말이 연 8% 성장 유지를 뜻하는 '바오빠'(保八)였다. 말은 '8% 유지'였지만, 중국의 성장률은 매년 10%를 넘어섰으며 2007년에는 무려 14.2% 성장하며 정점을 찍었다.

그 무렵 중국의 고속성장으로 2003~2008년 동안 원자재 슈퍼사이클이 발생했으며 2010년대 중국 성장률이 8%에서 6%대까지 하락하며 중속 성장 단계에 진입한 이후에도 중국발 수요 증가는 원유, 철광석 등 글로벌 원자재 수요를 견인하는 핵심 요소였다.

하지만 중국의 상황이 달라졌다. 2021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부동산 시장 침체로 건설경기가 급격히 냉각됐으며 지난 3분기 성장률이 4.6%에 그치며 올해 5% 안팎 성장 목표 달성도 불투명해졌다.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중국 경제의 성장 둔화는 글로벌 경제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대표적인 예가 글로벌 원유시장이다. 중국은 지난해 매일 1650만배럴에 달하는 원유를 소비하며 글로벌 수요의 약 16%를 차지했다. 하지만 전동화 전환과 부동산 경기 침체로 중국 원유 수요가 줄자 글로벌 석유업계는 이제 수요 둔화를 우려해야 하는 상황에 빠졌다.

중국 수요 둔화 전망에 국제 원유가격 급락
/로이터=뉴스1
지난주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전 세계 원유 수요 전망치를 연이어 하향하면서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가 이틀 연속 급락하며 70달러대로 주저 앉았다.

14일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올해 전 세계 석유 수요가 하루 평균 193만배럴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며 지난달 전망치(203만배럴)에서 10만배럴 낮췄다. OPEC이 중국 수요 증가치를 65만배럴에서 58만배럴로 하향하면서 중국이 수요 전망치 감소분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번 조정 후 올해 전 세계 석유 수요는 하루 평균 1억410만배럴로 전망됐다.

15일에는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중국 소비 둔화 영향으로 3개월 연속 세계 석유 수요 전망치를 하향했다. IEA는 올해 전 세계 석유 수요가 하루 평균 86만배럴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며 기존 전망치(90만배럴)보다 4만배럴 낮춰 잡았다.

지난주엔 "이란의 핵·석유시설을 공격하지 않겠다"고 한 것으로 전해지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발언이 국제 원유 가격 하락 배경으로 꼽혔지만 보다 근원적인 이유는 중장기적인 중국 수요 둔화 우려다.

중국의 월간 원유 수입 추이/그래픽=김지영

실제로 올들어 중국의 원유 수입물량이 줄었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올해 1~9월 원유 수입량은 4억1239만t으로 작년 동기 대비 2.8% 감소했다. 월별로 봐도 9월 4549만t을 수입하며 지난해 동기 대비 0.6% 감소하는 등 5월 이후 5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중국의 원유 수입이 줄어든 건 2020년 코로나 기간을 제외하고는 근 20년만에 처음이다. 중국의 원유 수요가 구조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의미다.
중국 휘발유 수요는 올해 정점을 찍고 감소하기 시작
지난 1970년대 말부터 중국은 투자와 수출이 견인하는 성장모델을 채택하면서 경유와 석유화학제품 수요가 급증했다. 곧이어 증가하는 인구와 번영하는 경제로 자동차 보급이 급증하면서 휘발유 소비도 빠르게 늘었다. 역동적인 제조업의 성장, 대규모 인프라 투자와 10억명이 넘는 인구의 번영으로 끝없이 석유 소비를 늘려오며 중국은 세계 원유 수요 증가의 초석 역할을 해왔다
2013~2023년 지역별 원유 수요 증가량/그래픽=윤선정

지난 10년간 중국의 연간 원유 수요 증가 규모는 일일기준 60만배럴을 넘었으며 이는 전 세계 수요 증가분의 60% 이상을 차지했다. 2013~2023년 누적 기준 중국의 원유 수요는 일일기준 620만배럴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인도의 원유 수요는 170만배럴, 아시아 기타 지역은 80만배럴, 중동은 50만배럴, 아프리카는 40만배럴 느는 데 그쳤으며 선진국 클럽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40만배럴 줄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상황이 달라질 전망이다. 중국의 원유 수요는 곧 정체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중국 경기 둔화 영향뿐 아니라 중국 경제의 성장 전략이 완전히 전환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은 전기차와 대형 트럭의 액화천연가스(LNG) 전환 영향이 크지만 중국이 고속도로·철도 등 인프라 투자를 통한 성장이 아니라 첨단기술 위주의 고품질 발전 전략으로 전환하고 있는 것도 중장기적으로 에너지 소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최대 정유업체 페트로차이나 산하 연구기관인 CPPEI는 중국의 경유(gas oil) 수요가 지난해 정점을 찍고 올해 5%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LNG를 사용하는 대형트럭 판매가 올해 120% 이상 급증하면서 하루 평균 61만2000배럴의 경유 사용을 대체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올해 중국 승용차 시장의 전기차 침투율/그래픽=이지혜

또 CPPEI는 전기차 판매 증가로 인해 중국 휘발유 수요가 지난해 연간 1억5500만t 또는 하루 평균 360만배럴로 정점을 찍고 올해부터 감소하기 시작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중국 승용차 시장에서는 전기차 침투율이 7월 처음 50%를 돌파한 이후 9월에는 53.3%까지 상승했다. 신차 판매 2대 중 1대가 전기차라는 이야기다. 전기차가 시장을 주도하면서 휘발유 수요 감소가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IEA도 중국의 휘발유 수요가 올해 하루 평균 366만배럴로 정점을 찍고 내년 2.3%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는 등 중국 휘발유 수요는 올해(CPPEI 예측) 적어도 내년(IEA 예측)에는 줄어들 게 확실시된다.

중국의 휘발유·경유 수요의 정점은 향후 중국 원유 수요를 전망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중국 원유 수요는 글로벌 원유 수요의 정점 여부와 시기를 확인하는 데 결정정인 역할을 할 것이다. 중국발 원유 수요 감소는 이제 시작이다.

김재현 전문위원 zorba00@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