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강등 위기’ 강원, 올핸 ‘첫 우승’ 도전···대도약 이끈 윤정환 감독이 선수들에게 가장 많이 한 말 “고맙다” [이근승의 믹스트존]

이근승 MK스포츠 기자(specialone2387@maekyung.com) 2024. 10. 20. 0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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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FC 윤정환 감독은 1년 전 이맘때 마음 편히 자 본 적이 없다. 2023시즌 중반 강등 위기에 놓인 강원 지휘봉을 잡아 막판까지 K리그1 잔류 경쟁을 벌인 까닭이다. 강원은 지난 시즌 K리그2 김포 FC와 승강 플레이오프 끝 1부 잔류에 성공했다.

축구계가 올 시즌 개막 전 강원을 강등 1순위로 꼽은 건 직전 시즌을 생각하면 이상할 게 없었다. 강원은 그런 축구계 예측을 완전히 뒤엎었다. 강원은 올 시즌 5경기만 남겨둔 가운데 K리그1 3위에 올라 있다. 올 시즌 K리그1 33경기 16승 7무 10패(승점 55점)로 2위 김천상무를 승점 2점 차 추격 중이다. 선두 울산 HD와의 승점 차는 7점. 강원은 올 시즌 남은 경기 결과에 따라서 첫 우승까지도 넘볼 수 있는 상황이다.

윤 감독은 “많은 분이 우리가 유력한 강등 후보란 이야기를 하셨다”며 “그 기대를 저버리게 돼 아쉽다”고 말했다. 윤 감독은 웃으면서 말했지만 뼈가 있는 한마디였다.

강원 FC 윤정환 감독. 사진=이근승 기자
강원 FC 황문기(사진 왼쪽), 윤정환 감독. 사진=이근승 기자
기뻐하고 있는 강원 벤치.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강원은 10월 20일 강릉종합운동장에서 2024시즌 K리그1 34라운드 FC 서울과의 맞대결을 벌인다. 강원의 파이널 A 첫판이다.

윤정환 감독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Q. 올 시즌 성패를 좌우할 파이널 라운드에 돌입합니다. 10월 A매치 휴식기 어떻게 보냈습니까.

6일 인천 유나이티드 원정을 마친 뒤 휴식을 취했어요. 회복에 중점을 뒀죠. 선수들 몸 상태를 확인하면서 훈련 강도를 조금씩 높였습니다. 연습 경기를 통해 감각도 유지하려고 했죠. 16일부턴 서울전 준비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Q. 지난 시즌 이 시기엔 생존에 사활을 걸었잖아요. 스트레스나 부담 등이 지난 시즌 이 시기와 비교하면 어떻습니까.

올 시즌이 훨씬 낫죠(웃음). K리그1 잔류 경쟁은 정말 쉽지 않아요. 매 경기 ‘피가 말린다’고 해야 하나. 올 시즌도 스트레스나 부담이 없는 건 아니에요. 감독이란 직업이 한 경기를 마치면 다음 경기 준비에 모든 걸 쏟아내야 합니다. 결과를 내야 하는 건 늘 같죠.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려고 합니다.

지난해 승강 플레이오프를 마치고 팬들에게 메시지를 전하는 윤정환 감독.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강원 FC는 올 시즌 우승 후보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Q. 강원이 파이널 A에 진입하면서 올 시즌 개막 이전 축구계 기대 이상의 성과를 냈습니다. 강원엔 우승 경험이 있는 선수가 드물기도 한데요. 우승 경쟁이 낯설다는 얘기죠. 선수들에게 강한 동기부여를 심어주는 게 중요할 듯합니다.

선수들에게 첫 번째로 하는 얘기가 있어요. 선수들에게 항상 “고맙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여기까지 왔는데 아깝지 않냐. 이 기회를 놓치지 말자”는 얘길 하죠. 감독은 선수들 눈빛만 봐도 알거든요. 우리 선수들 욕심 있습니다. ‘한 번 해보자’는 분위기예요. 10월 A매치 휴식기 직전 경기였던 인천 원정에서 승리하면서 자신감도 더한 상태입니다.

제가 딱히 할 말이 없어요. 선수들이 하나로 똘똘 뭉쳐 있으니까. 늘 그래왔듯이 우리 선수들 믿고 가겠습니다. 단, 이런 건 있어요. 축구는 변수가 많습니다. 이기는 경기에서도 위기가 한 번씩은 와요. 적정선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게끔 중심은 잡아주려고 합니다. 꼭 해야 하는 건 명확하게 전달하려고 하고요. 그래야 이길 수 있으니까.

Q. 올 시즌 강원 최고 스타를 꼽으라면 양민혁일 겁니다. 하지만, 양민혁에게 약간 가려진 선수 있잖아요. 강원 최다골, 최다 공격 포인트를 기록 중인 스트라이커 이상헌이요. 고교생인 양민혁에게 기회를 주었듯이 지난 시즌 K리그2에서 5경기 출전에 그쳤던 이상헌에게 손을 내밀고 기회를 준 게 윤정환 감독입니다.

제가 (양)민혁이나 (이)상헌이에게 기회를 준 건 맞지만, 그 기회를 살린 건 선수들이에요. 상헌이는 동계 훈련에서부터 한 번 해보려는 의지가 아주 강했습니다. ‘성공하고 싶다’는 마음이 눈에 보일 정도였죠. 올 시즌 초반 연달아 득점포를 가동하면서 자신감까지 붙었습니다. 꾸준함에선 조금 부족했던 게 사실이에요. 하지만, 인천전에서 보셨듯이 교체로 들어가서 멀티골을 쏘아 올리며 팀 승리를 이끌었습니다.

이상헌을 안아주고 있는 윤정환 감독.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이상헌.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Q. 이상헌이 골을 기록한 게 8월 9일 김천상무전 멀티골 이후 7경기 만이었습니다.

상헌이의 골 가뭄이 길어질 때 별 얘기 안 했어요. 왜냐. 상헌이는 항상 누구보다 열심히 뛰면서 주변 동료를 활용하는 데 앞장섭니다. 전방 압박, 수비 가담도 아주 철저하게 하죠. 상헌이가 저를 보면 늘 ‘감사하다’는 얘길 합니다. 저한테 감사할 필요 없는 거예요. 본인이 노력해서 만든 성과니까. 상헌이는 정말 성실한 선수입니다.

Q. 올 시즌 윤정환 감독 하면 ‘포지션 변경’이란 키워드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윤정환 감독이 중앙 미드필더였던 황문기를 국가대표 우측 풀백으로 만들었습니다. 연령별 대표를 두루 거친 우측 풀백 이유현은 중앙 미드필더로 자리매김하게 했고요. 그런데 누군가의 포지션을 바꿔서 주전으로 뛰게 하면, 본래 그 포지션에 있던 선수들의 불만을 야기할 수도 있잖아요. 사기가 떨어질 수도 있고요. 윤정환 감독은 본래 그 포지션에 있던 선수들 관리는 어떻게 했습니까.

선수들과 대화하면서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선수들이 받아들이고 이해할 수 있도록 힘썼어요. 한 가지 명확히 해야 할 건 포지션 변경이란 걸 갑자기 한 것이 아닙니다. 여러 차례 훈련을 거쳐서 결정한 거예요.

(이)유현이 같은 경우 뛸 수 있는 미드필더가 부상으로 다 빠졌을 때 훈련장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실전인 코리아컵에서도 중앙 미드필더로 부족함 없는 경기력을 보였죠. 이어진 리그에서도 선발로 내보냈더니 아주 좋은 겁니다. 선수들이 훈련장에서부터 증명하지 않았다면 포지션 변경은 없었을 거예요.

올 시즌 유현이가 본래 포지션인 우측 풀백을 맡았던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유현이의 장점은 중원에서 뛸 때 더 빛나요. 그런 부분을 코칭스태프에서 제시하기 때문에 선수들도 믿고 따르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윤정환 감독.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Q. 강원 경기를 유심히 보면 ‘천재 플레이메이커’ 윤정환을 떠올리는 패스들이 보입니다. 한 번의 패스로 상대 수비의 허를 찌르면서 득점 기회를 만드는 건데요. 윤정환 감독의 현역 시절 장기였잖아요. 선수들에게 따로 지도해주는 게 있습니까.

얘기는 하죠(웃음). 저보단 우리 정경호 코치가 많은 걸 가르쳐준 덕이 아닐까 싶어요. 우리가 전술, 패스 훈련 등을 철저히 합니다.

Q. ‘골 결정력은 타고난다’고 하잖아요. 단번에 득점 기회를 만드는 패스 역시 재능의 영역 아닙니까.

마지막에 감각적인 건 있습니다. 이 부분은 선수들이 노력해서 만들어야 해요. 코칭스태프가 어떻게 해줄 수 없는 부분이죠.

Q. 윤정환 감독은 선수 시절 패싱력을 향상하기 위한 본인만의 훈련법이 있었습니까.

여러 지도자, 선·후배들에게 조언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훈련했습니다. 정말 많이 연습했어요. 그러다 보면 앞서 말한 감각이란 게 무엇인지 느낄 때가 옵니다. 그걸 느껴야 해요. 선수마다 스피드가 다릅니다. 상대 수비가 붙으면 패스 성공률은 더 떨어집니다. 이 모든 걸 계산해서 공을 뛰는 사람 발 앞에 전달할 수 있어야 해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건 없습니다.

강원 FC 서포터스. 사진=이근승 기자
Q. 강릉이 축구 도시로 확 바뀌었습니다.

팬들에겐 감사한 마음뿐입니다. 올 시즌 전반기 춘천에서 홈경기를 치를 때도 많은 분이 와주셨어요. 강릉에도 정말 많은 분이 찾아주고 계십니다. 그래서 더 홈경기만큼은 이기려고 해요. 이길 때마다 팬들이 즐거워하시는 게 보이거든요. 올 시즌엔 원정에도 많은 팬이 와주십니다. 꼭 보답하겠습니다.

[상암=이근승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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