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동원' 에르난데스, 마지막까지 이러기야? '숨은 영웅들'까지 챙긴 미담 사나이

신원철 기자 2024. 10. 20. 0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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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 트윈스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가 훈훈한 미담을 남기고 2024년 시즌의 마지막 날을 보냈다. ⓒ곽혜미 기자
▲ 플레이오프 4차전이 끝난 뒤 팬들에게 인사하는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잠실, 신원철 기자] '엘동원' LG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가 그라운드 밖에서도 미담을 남기고 낯선 나라 한국에서의 첫 시즌을 마쳤다. 메이저리거들이 클럽하우스 매니저들에게 선물을 하듯, 에르난데스도 LG 트레이닝파트 코치들과 불펜포수 등 현장 스태프들에게 선물을 남기고 마지막 날을 보냈다.

LG 트윈스는 19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 포스트시즌' 삼성 라이온즈와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0-1로 졌다. 시리즈 전적 1승 3패. 지난해 우승 팀 '디펜딩 챔피언' LG는 2024년 시즌을 플레이오프에서 마쳤다. LG 염경엽 감독은 올 시즌을 왕조 건설의 발판을 마련하는 해로 만들겠다고 했지만 정규시즌 3위에 그치면서 한국시리즈 직행 티켓을 놓쳤고, 포스트시즌에서는 준플레이오프부터 5경기 혈투를 펼치느라 플레이오프에서 힘을 쓰지 못했다.

준플레이오프에서 신의 한 수로 통했던 에르난데스의 불펜 기용은 플레이오프에서 단 한 차례만 이뤄졌다. 첫 2경기에서는 에르난데스에게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LG가 에르난데스를 쓸 상황이 오지 않았다. LG는 1차전과 2차전 모두 5회까지 삼성에 주도권을 내주고 끌려가는 경기를 했다. 에르난데스는 준플레이오프 5경기에 모두 등판해 7⅓이닝을 책임졌지만 2점 이상 끌려가는 상황에서 나온 적은 없다. 한 번만 1점 열세 상황이었고, 세 번은 앞선 시점에서 마운드에 올라 리드를 지켜줬다.

▲ LG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왼쪽)와 염경엽 감독. ⓒ곽혜미 기자

17일 3차전에서 모처럼 에르난데스가 위력을 발휘했다. 에르난데스는 선발 임찬규(5⅓이닝) 뒤에 붙어 3⅔이닝을 실점 없이 막았다. 임찬규와 에르난데스의 9이닝 무실점 합작에 힘입어 LG는 1-0 승리를 거두고 플레이오프를 4차전까지 끌고갔다. LG 염경엽 감독은 18일로 예정된 4차전이 비로 하루 밀릴 것까지 염두에 두고 에르난데스에게 3⅔이닝을 맡겼다고 얘기했다.

"내일은 못 나온다. 비가 오지 않나. 그것만 믿고 있다. 기상청을 믿고 에르난데스에게 긴 이닝을 맡겼다. 만약 비 예보가 없었다면 디트릭 엔스도 준비시켰을 것이다."

"에르난데스에게 미안하지만 (에르난데스가) 이길 수 있는 최고의 카드다. 몸 상태를 체크하고 트레이닝 파트와 상의할 예정이다."

18일 우천 연기까지는 염경엽 감독의 예상대로 됐다. 그런데 에르난데스가 하루 휴식으로는 투구를 하기 어려운 상태였다. 염경엽 감독은 18일 브리핑에서 "에르난데스는 어깨 뭉침 증세가 있다. 내일(19일) 기용은 신중하게 생각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 LG 트윈스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 ⓒ곽혜미 기자

19일 4차전을 앞두고 염경엽 감독은 여전히 에르난데스의 이날 경기 등판이 어렵다면서도 '미출전 선수' 명단에는 넣지 않았다며 약간의 여지를 뒀다. 그러나 에르난데스는 이 경기에 등판하지 않았다. 선발로 나선 엔스가 6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았고, 두 번째 투수로 손주영이 등판해 1⅔이닝(1실점)을 책임졌다.

에르난데스는 결국 조용히 LG에서의 첫 시즌을 마무리하게 됐다. 그러나 마지막까지 동료들을 챙기는 미담을 남겼다. LG 구단 관계자는 "에르난데스가 트레이닝파트 코치들과 현장 스태프(불펜 포수, 훈련 보조 등)에게 작은 선물을 했다"고 귀띔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선수들이 클럽하우스 직원들에게 '팁'을 주는 것이 일상적인 일이지만 KBO리그에서는 그렇지 않다. 그래도 에르난데스는 자신을 준플레이오프 5경기에 모두 등판하게 도와준 트레이닝 파트와 늘 선수단 곁에서 경기력 유지를 돕는 현장 스태프에게 직접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어했다. 팬들에게는 승리를, 동료들에게는 선물을 남기고 2024년 시즌을 마쳤다.

한편 에르난데스는 지난 7월 케이시 켈리의 대체 선수로 LG 유니폼을 입었다. 정규시즌에서는 11경기 3승 2패 1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점 4.02로 압도적인 투구를 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불펜에서 활약한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에서는 6경기에서 11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며 LG의 뒷문을 지켰다. 준플레이오프 5경기 등판은 역대 6번째. 외국인 투수로는 에르난데스가 처음이다.

▲ LG 트윈스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 ⓒ곽혜미 기자
▲ LG 트윈스 박동원(왼쪽)과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 ⓒ곽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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