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최대 의료법인 국내 설명회 '성황'…해외로 눈돌리는 의사들

권지현 2024. 10. 20.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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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44시간·월 3천만원' 베트남 병원 파격 채용공고…미국·캐나다行 관심 부쩍
'의대 증원' 갈등 속 정부 불신·미래 불안감 겹쳐 …"10명 중 2명, 해외 나갈 준비"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권지현 기자 = 19일 국내의 한 의료 해외진출 컨설팅 업체가 개최한 일본 의료법인 도쿠슈카이(德洲會) 그룹의 설명회.

일본 의사 시험을 준비하는 50여명의 의사가 참석해 도쿠슈카이 병원 시스템과 연수에 대한 설명에 큰 관심을 나타냈다.

설명회 참석 대상은 일본 의사 시험인 JMLE에 서류를 접수한 우리나라 의사 면허 소지자로 한정됐는데, 선착순 50명까지 참석 신청을 받은 해당 설명회는 많은 관심에 접수가 조기 마감됐다.

도쿠슈카이 그룹은 일본 내 70개 종합병원과 300여개 의료 시설을 보유하고 있는 최대 의료법인이다. 설명회에는 참석자들이 소통하며 일본 생활 정보 등을 공유하는 교류의 장도 마련됐다.

20일 의료계에 따르면 사직 전공의 등 의사들의 해외 진출에 대한 관심이 최근 더욱 늘고 있다.

업체 관계자는 "이전보다 미국이나 일본, 영국 등의 의사 면허 시험을 보는 분들이 늘어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박근태 대한개원의협의회장은 지난 13일 학술대회 기자간담회에서 "사직 전공의 열 명 중 두 명은 해외로 나갈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는 것 같다"며 "언젠가 의료계가 정상화된다면 복귀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 서울 소재 병원 사직 전공의는 "주변에서 USMLE(미국 의사 시험)을 정말 많이 생각하고 있고 관련 세미나도 많이 열리고 있다"고 말하며 "전공의들 외에 주니어 교수들도 NIW(고학력독립이민)라고 해서 논문으로 이민을 인정받는 방법을 많이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전공의는 "필수의료 의사들은 전 세계 어디를 가나 부족하다"며 "가뜩이나 열악한 처우로 힘들어했는데 정부의 의료 정책에 이제는 아예 필수의료에 대한 마음이 뜬 상태"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필수과 사직 전공의도 "우리 과 선생님들만 봐도 내년에 군대에서 USMLE을 준비해 미국 간다는 사람, 요양병원에서 당직 서면서 똑같이 USMLE을 공부한다는 사람 등이 있다"며 "의대 증원 사태가 지나가도 미래가 좋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라고 전했다.

최근에는 베트남에서 외국인 의사를 채용하기 위해 열리는 시험에 우리나라 의사들이 다수 접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국 의사들이 베트남에서 의업을 하려면 현지 면허를 취득해야 하지만, 현지 병원 등이 보증에 나서면 수월하게 일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의사들을 채용하려는 '채용' 공고도 꾸준하다. 지난 5월 베트남 현지 대기업인 빈 그룹의 의료 계열사 빈맥 병원에서는 주 44시간 근무에 월 급여 3천만원이라는 파격적 조건을 제시하고 한국 의사 대상 채용 공고를 내기도 했다.

한 중개업체 관계자는 "미국 뉴스위크지 병원 평가 등을 보면 세계 암병원 평가 10위권에 우리나라 병원이 3개가 있다. 이같은 평가를 근거로 우리나라 의료 수준이 높고 의료인들의 실력이 검증됐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한국 면허로 캐나다에서 의사하기 (서울=연합뉴스) 임헌정 기자 = 30일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대한응급의학의사회 학술대회에서 참석자들이 캐나다 웨스턴 대학 빅토리아병원 이재헌 교수의 '한국 면허로 캐나다에서 의사하기' 세션을 듣고 있다. 2024.8.30 kane@yna.co.kr

오랜 기간 누적된 인력 부족과 낮은 수가체계 등으로 고충을 호소해 온 응급의학과 의사들은 지난 8월에 정기 학술대회에서 해외 진출 강연을 열기도 했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가 개최한 '한국 면허로 캐나다에서 의사하기', '미국 의사 되기' 강연에는 우리나라의 '빅5' 대형병원서 재직하다가 캐나다, 미국 등의 병원으로 건너가 일하고 있는 의사들이 나와 학술대회 참가자들에게 의사 업무와 처우 등을 소개했다.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 회장은 "부당한 대우를 받는 현실에 더 이상 우리나라에서 응급의학과 의사를 하는 게 의미가 없다고 판단한 젊은 의사들을 위해 강연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의료계 관계자들은 의료인들의 해외 진출은 늘 있었지만, 의정 갈등으로 인해 기존에 이를 생각하지 않았던 의사들도 추가됐다고 주장한다.

한 의사는 "국민들이 싫어하시는 그런 나쁜 의사들만 해외로 가는 게 아니"라며 "주치의로서 환자들 사랑을 받던 분들까지도 이번 사태로 상심이 커 해외 진출을 생각하고 계신다"고 안타까워했다.

또다른 사직 전공의는 "정부 정책대로 하면 개원을 하더라도 마이너스가 되니까 차라리 외국을 가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정부는 의료개혁을 하겠다고 하지만, 일단 정부에 대한 신뢰가 너무 없어 무슨 말을 하든 믿지 못하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fa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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