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삼일제약, 글로벌 전시회서 나란히 '성과'
삼일, 베트남 제조시설 CMO 경쟁력 입증…대만 포모사와 '맞손'
[아이뉴스24 정승필 기자] 전통 제약사들이 글로벌 파트너링 성과를 잇달아 내고 있다. 한미약품은 중동·북아프리카(MENA) 지역의 성장성에 주목해 독점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고, 삼일제약은 대만 제약사와 위탁생산(CMO) 계약을 성사시켜 베트남 제조시설의 경쟁력을 입증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79개 기업이 최근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세계 제약·바이오 전시회(Convention on Pharmaceutical Ingredients·이하 CPHI)'에 참가해 자체적으로 개발 중인 파이프라인과 기술력 등을 홍보하는 데 주력했다. 올해 35주년을 맞이한 CPHI는 매해 유럽에서 개최되며, 업계에서 세계 최대 박람회로 꼽히는 행사 중 하나다. 제품의 수출입 등을 논의하는 비즈니스의 장으로써, 올해에는 2400여개의 기업과 6만2000여명의 관계자가 참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참가 기업 중 한미약품이 특히 주목받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대표 제약사인 타북(Tabuk)과 자사의 대표 품목들을 MENA 지역에 수출하기 위한 독점 라이선스 파트너십을 체결했기 때문이다. 비뇨기와 항암 분야 바이오신약 등이 우선 진출 품목이며, 자세한 사항은 대외비로 인해 공개할 수 없다는 것이 한미약품의 입장이다.
한미약품이 MENA 지역을 택한 배경에는 6억명에 이르는 인구를 포괄하는 거대한 시장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이 중 사우디는 중동 지역에서 소득 수준이 높아 구매력이 큰 시장이며, 규모 또한 매해 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 제약 시장은 2024년 55억3000만달러(한화 약 7조4000억원) 규모로 추산되며, 오는 2029년까지 연평균 4.62%씩 성장해 69억3000만달러(한화 9조2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사우디 성인 인구의 79%가 비만, 17%가 당뇨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집계된 만큼, 관련 의약품이 수출 품목 후보군에 오르고 있다. 회사는 CPHI에서 로수젯 등 자체 개발한 제품들과 비만, 대사질환, 항암, 희귀질환 분야에서 진행 중인 30여 개의 신약 파이프라인을 소개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사우디 정부가 의료 인프라 투자를 강화하면서 의약품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며, "2040년까지 글로벌 바이오 허브로 도약하겠다는 로드맵을 세운 만큼, 해외 시장을 확대하려는 기업들에게 기회가 열린 셈"이라고 말했다.
삼일제약도 대만 제약사 포모사(Formosa)와 CMO 계약을 성사시켜 이목을 끌었다. 계약 대상 품목은 안과용 의약품 'APP13007'이다. 포모사는 그간 APP13007의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 다수의 CMO 업체들과 논의해왔는데, 이중 삼일제약의 베트남 제조시설을 실사한 뒤 파트너십 체결을 결정했다. 지리적 이점과 가격 경쟁력 등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APP13007은 포모사가 올해 3월 미국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승인을 받은 나노 현탁액으로, 안과 수술 후 통증과 염증 완화를 목적으로 개발됐다. 이 제품에는 '클로베타솔 프로피오네이트(Clobetasol Propionate)' 0.05%가 함유돼 있으며, 해당 성분은 '코르티코스테로이드'로 분류돼 강한 항염증 효과를 보인다. 포모사는 APP13007을 북미뿐만 아니라 남미, 중국 등 해외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여기서 코르티코스테로이드란 신체의 내분비샘인 부신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약물로, 주로 염증 억제와 알레르기 반응 완화 등에 사용된다.
APP13007의 상업용 배치 생산이 완료되면, 양사는 향후 5년간 2000만달러(한화 약 270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삼일제약 관계자는 "이번 계약은 자사의 베트남 CMO 시설의 기술력을 입증한 사례"라며 "현재 포모사와 APP13007에 대한 한국·베트남 판권을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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