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곳곳에 흘러드는 뉴라이트 물줄기 [전국 인사이드]

김연수 2024. 10. 20. 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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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만 독재정권에 항거했던 도시, 경남 마산이다.

지역 시민사회단체는 "이승만도 기념하자는 것이냐"라며 들고일어났다.

이승만·박정희 독재정권이 이 개념을 적극 활용했다.

축제 이름에 덧붙인 '가고파'는 마산 출신 시인 이은상(1903~1982)이 남긴 대표작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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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만 독재정권에 항거했던 도시, 경남 마산이다. 이곳에서 느닷없는 ‘이름’이 튀어나왔다. 지난 9월 창원시가 민주화운동 기념관 명칭 후보 중 하나로 ‘자유민주주의 전당’을 올린 것이다. 2019년 첫 삽을 뜬 후로 줄곧 지역에선 ‘민주주의 전당’으로 불려온 곳이다. 현재는 외관 공사를 끝마치고 내부 전시 구성에 한창이다. 2025년 1월 개관을 앞두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창원시는 간보듯이 ‘자유’를 끼워 넣었다. 지역 시민사회단체는 “이승만도 기념하자는 것이냐”라며 들고일어났다.

자유민주주의는 한국에서 반공을 내포하는 개념으로 통용돼왔다. 이승만·박정희 독재정권이 이 개념을 적극 활용했다. 반공함으로써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한다는 것. 독재정권의 유지 수단이었다. 자유민주주의를 지킨다는 미명 아래 시민 기본권 박탈도 서슴지 않았다. 그래서 시민들이 피 흘리며 이룩한 민주주의를 자유민주주의로 수정하려는 시도는 그 자체로 기이하다. 더구나 민주화운동 기념관 건물은 민주화 성지인 ‘김주열 열사 시신 인양지’ 인근에 터를 잡았다. 이런 역사적 맥락과 장소성을 배제한 채 명칭 후보군에 ‘자유민주주의 전당’을 올린 저의가 의심을 받고 있다. “김주열을 살려내라”며 거리에 나온 마산 시민 수만 명을 공산당의 사주를 받은 자들로 규정하여 총구를 겨누고, 잡아가서 고문한 역사적 사실을 또 다른 무언가로 희석하려는 것 아닐까.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의 김주열 열사 시신 인양지.ⓒ연합뉴스

창원시는 ‘자유민주주의 전당’ 명칭은 시민 목소리를 수용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자유민주주의 전당’을 둘러싼 소동은 10여 일 지속하다가 일단락됐다. 창원시는 결국 공식 명칭을 ‘한국민주주의 전당’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 소동은 정리가 되었지만 최근 경남에서는 아연실색할 만한 일들이 숱하게 벌어지고 있다. 윤석열 정권 출범 이후 일부 보수 인사들은 눈치조차 보지 않는다. 이전에는 지자체장이든 정치권이든 무언가를 추진할 때 주저하는 척이라도 했다. 명목상으로라도 공론화 과정을 거쳤다. ‘눈치 보지 않는’ 그들은 마치 자신들만의 공성전을 벌이는 것 같다. 파상 공세를 가해 반대 진영의 성을 함락하고 자신들의 이데올로기 깃발을 꽂는다. 그 세계관에 심취해 있다. 대화와 타협이 될 리 없다.

축제 이름에 붙인 ‘이승만 찬양’ 작가의 작품

가장 쉽게 빼앗는 것이 ‘명칭’이다. 지난 7월 마산국화축제를 ‘마산가고파국화축제’로 바꾼 것은 졸속이었다. 축제를 고작 몇 개월 앞둔 때였다. 먼저 나선 쪽은 창원시였다. 독단으로 명칭 변경을 결정했다. 그러자 창원시의회에서 다수를 차지하는 국민의힘 시의원들이 번갯불에 콩 볶듯이 안건을 의결했다. 축제 이름에 덧붙인 ‘가고파’는 마산 출신 시인 이은상(1903~1982)이 남긴 대표작 이름이다. 이은상은 1960년 3·15 부정선거 당시 독재자 이승만을 찬양했다. 독재에 맞선 마산 시민들을 폄훼했다. 이 같은 역사적 사실과 맥락은 외면당했다. 안건을 밀어붙이는 쪽 의원들에게 사회적 ‘눈치’는 기대하기 어려웠다. 축제 명칭 변경 조례안을 대표 발의한 국민의힘 남재욱 창원시의원은 “이승만 대통령은 공산 전체주의 독재 세력에 맞서서 자유민주 대한민국을 세우고 지켜낸 건국 혁명가”라고 추켜세웠다.

요즘 ‘뉴라이트’라는 단어를 자주 접한다. 윤석열 정권은 역사 기관 요직마다 뉴라이트 성향 인사를 앉혔다. 25개 역사 기관을 뉴라이트 성향 인사가 장악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들이 수장으로 있는 기관마다 막대한 예산과 인력이 투입될 터이다. 역사 수정의 움직임을 보일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그 결과물은 점차 실재하는 무언가로 드러날 것이다. 이미 서울 언론의 눈길이 닿지 않는 지역사회 곳곳에 뉴라이트의 물줄기가 세차게 흘러들고 있다.

김연수 (<경남도민일보> 기자)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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