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토크<하>] 아파트 이름에서 '부영' 빼는 입주민들, 왜?
국감서 부영 분양 전환대금 관련 질타 이어져
김광일 MBK 부회장, 자신감 있는 어조로 답변 이어가
☞<상>편에 이어
[더팩트ㅣ정리=정소양 기자]
-이번에는 건설 업계 이야기 들어보겠습니다. 부영그룹이 지은 아파트 단지 명칭을 변경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고요?
-그렇습니다. 경기도 화성시 동탄호수공원 인근에 위치한 '더레이크시티부영3단지'는 최근 아파트 명칭을 '동탄더레이크팰리스'로 바꾸기로 했습니다. 더레이크시티부영3단지 입주자대표회의는 지난 7월 아파트 명칭 변경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요. 그 결과 소유자 80% 이상이 동의해 아파트 명칭 공모 후 최종적으로 부영을 빼고 동탄과 팰리스를 넣기로 했습니다. 내년부터 경관 조명과 도색 작업이 이뤄질 예정이죠.
-이외에도 부영아파트 명칭이 바뀐 사례들이 있나요?
-네, 우선 더레이크시티는 1~6단지까지 있는 대규모 단지로 2018년 11월부터 입주가 시작됐는데요. 현재 3단지만 명칭을 바꾼 만큼 향후 타 단지에서도 명칭 변경 추진이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앞서 '위례 부영사랑으로'는 '위례더힐55'로, '동탄청계숲사랑으로부영'은 '동탄역 더힐', '동탄에듀밸리사랑으로부영'은 '동탄역 포레너스'로 아파트 명칭에서 '부영'과 브랜인 '사랑으로'가 빠졌습니다.
-입주민들은 왜 아파트 명칭을 바꾸려고 하는 거죠?
-우선 부영의 상징인 원앙 한 쌍이 그려진 로고가 다소 촌스럽다는 등 부정적인 인식에 따른 집값 하락 등의 피해를 줄이려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부영아파트의 명칭 변경은 지역명, 브랜드명 등을 강조하는 타 단지와는 달리 아예 아파트를 지은 건설사의 존재를 지우는 경향이 큰 것도 이런 이유에서죠. 실제 더레이크시티부영3단지 입주민들 사이에서는 "'더레이크팰리스'가 외우기 쉽고 부영이 없어져서 좋다", "다른 단지도 도색시 원앙새 모두 지우고 아파트 이름을 세련되게 다시 지어주기 바란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부영에 대한 이미지가 좋지 않다는 얘기인가요?
-그렇습니다. 특히 동탄의 경우 부영아파트에 대한 아픈 기억이 있는데요. 2017년 동탄2신도시에 지어진 부영아파트 18개동 1316가구에서 8만건이 넘는 하자가 발생한 바 있습니다. 당시 화성시는 이 아파트에 대한 준공 승인을 하지 않으려 했죠. 하지만 부영이 "하자에 대해 책임시공을 하겠다"는 약속을 하면서 결국 사용승인을 내줬지만 당초 약속과 달리 부영이 하자보수에 미온적으로 대처하면서 논란이 커졌습니다.
또 부영은 부실시공뿐 아니라 임대아파트의 분양전환가격을 놓고도 심각한 갈등을 빚고 있습니다. 최근 '위례포레스트부영'의 경우 지난 4월 임대 의무기간(10년)의 50%를 넘겨 사업자가 분양전환을 추진하고 있는데요. 입주민들은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부영은 주변 시세를 반영해 자율적으로 분양가를 정해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죠. 전북 무주의 '무주사랑으로 부영아파트' 역시 분양전환 추진 과정에서 부영의 과도한 분양가로 입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부실시공과 분양전환 횡포 이미지가 강해 부영아파트 이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강하다"며 "부영아파트 입주민들은 부영이란 이유로 저평가를 받아 아파트 명칭 변경을 통해 제대로 된 가치를 받고 싶어 한다"고 말했습니다.
-최근 국정감사에서도 부영의 분양 전환대금과 관련한 질타가 있었다고요?
-그렇습니다. 지난 16일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에 대한 국감에서 부영의 주택도시기금 활용과 관련한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20년간 공공주택 건설업자에게 낮은 이율로 융자된 주택도시기금 약 18조8000억원 중 4조4000억원가량이 부영그룹에 쏠린 사실을 언급하며 "최근 부영이 임대아파트 분양 전환을 하면서 분양 전환대금을 부풀려서 청구했다"며 "이게 부당이득이라는 대법원판결이 있었다"고 지적했습니다.
부영은 정부에서 임대아파트를 짓고 운영하는 기업에게 지원하는 주택도시기금을 빌려 지은 주택을 임대하고 분양해서 돈을 벌고 있습니다. 부영에서 물적분할해 설립된 부영주택은 지난해 기준 주택도시금 차입금이 3조5000억원에 달하죠. 부영이 주택도시기금을 독식하면서 부실시공 업체에 공공택지 공급을 제한하는 이른바 '부영방지법'이 발의되기도 했습니다.
결국 유병태 HUG 사장은 부영의 분양 전환대금 부당이득 논란에 대해 이달 말 종합감사에서 실태 및 해결책을 보고하기로 했습니다.
-그렇군요. 입주민들이 아파트 명칭을 바꾸려는 이유에 대해 부영이 깊이 고민해야될 것 같습니다.
◆ 국감 출석한 김광일 MBK 부회장, 정면 돌파에 엿보인 자신감
-증권가는 물론 경제계를 막론하고 연일 화제의 중심에 있는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여의도까지 이어진 모습입니다. 특히 그간 정무위 국감에 단골 증인으로 채택됐으나 해외 출장 등을 이유로 출석하지 않았던 국내 최대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의 경영진이 처음으로 국감장에 모습을 드러내 눈길을 끌었다고요?
-네. 국감장에 증인으로 출석한 MBK파트너스 경영진은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인데요. 김 부회장은 지난달 영풍과 고려아연 공개매수를 알리는 기자간담회에서도 MBK파트너스를 대표해 자리에 선 인물입니다.
-당시 김 부회장은 창사 후 20년 만에 기자간담회까지 연 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 경영권 확보에 나선 배경과 정당성을 설명하고, 무엇보다 주주들에게 신뢰를 얻었다는 평가를 이끈 인물이기도 한데요.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 일반 증인으로 채택돼 여야 의원들의 질의를 받았습니다.
-김 부회장은 어떤 질의를 받았나요? 분위기도 궁금합니다.
-질의는 대체로 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을 인수한 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것들이 주를 이뤘습니다. 현재 시장에서는 MBK파트너스가 영풍과 함께 진행한 공개매수가 지난 14일 고려아연 지분 5.34%를 확보하는 것으로 종료가 되면서 시장에서는 의결권 없는 자사주 공개매수만을 남겨둔 최 회장의 고려아연 경영진보다 유리한 고지에 선점했다는 평가가 나오는데요. 김 부회장이 공개매수를 마친 후 국감장에서 섰기 때문에 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의 새 주인이 됐다는 가정하에 질문이 이어진 것으로 풀이됩니다.
-정무위 소속 국회의원들은 MBK파트너스가 이번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 참전한 의중과 사모펀드 특유의 엑시트(투자금 회수) 전략에 따라 국가기간산업 중 하나를 맡고 있는 고려아연의 해외 유출 우려 등을 김 부회장에게 집중적으로 물었고요. 질의는 여야 의원들을 가리지 않았습니다.
-의원들의 질의는 이날 다소 날이 서 있었는데요. 그런데도 김 부회장은 자신감 있는 어조로 의원들의 질의에 차분하게 답변을 이어갔습니다. 분위기만 놓고 보면 정면 돌파라고 할 수 있겠네요. 국감을 직간접적으로 지켜본 일부 주주들 역시 MBK파트너스의 꿋꿋한 자신감이 엿보였다는 평가를 보내고 있습니다.
-그렇군요. MBK파트너스는 고려아연 공개매수를 진행하면서 여러 차례 '중국에 매각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는데요. 그런데도 국감에서 유사한 질의를 또 받았다고도 볼 수 있겠네요.
-맞습니다. 영풍과 고려아연의 첨예한 대립에 사모펀드 운용사가 참전한 것을 두고 여전히 여러 이야기가 나오고 있으나, 국민 의견을 대변하는 국회에서는 사모펀드 운용사에 대한 인식이나 신뢰 등에 대해 아직 우려하는 시각이 다소 큰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 공개매수에 나서면서 창사 이후 20년 만에 처음으로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감장까지 모습을 드러낸 것을 보면 그만큼 회사의 명운을 건 중요한 사안이자 확고한 성공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는 점도 엿볼 수가 있는데요.
-MBK파트너스 역시 인식에 대해 인지하면서도 자본시장의 한 축으로서 책임감을 느끼고, 정당하고 공정한 방법으로 고려아연 인수전에 참전했다는 것을 어필하는 모양새입니다. 현 고려아연 경영진으로부터 경영권을 확보해 반드시 주주가치를 제고하겠다는 약속도 잊지 않은 모습이고요.
-김 부회장 역시 이날 국감에서 "더 노력하겠다"며 "국가기간산업으로서 고려아연의 중요성을 알기 때문에 기술의 해외 유출이나 생산 기반의 해외 이전 같은 일을 하지 않도록 최대주주로서 역할을 다하도록 하겠다"고 발언했습니다.
-네. MBK파트너스와 영풍의 고려아연 공개매수가 종료됐고 최 회장 등 고려아연 경영진의 자사주 취득 공개매수 종료일이 거래일 기준 하루 남았는데요. 여기에 양측의 소송전이나 비방전, 장내매수 가능성 등이 남아 있어 아직 어느 쪽이 승기를 잡았다고 보긴 어려운 상황입니다. 다만 MBK파트너스의 이번 국감장 출석이 시사하는 의미도 남다르게 느껴진다는 시각도 일부 나오는데요. 국감 이후 향후 분쟁 양상이 어떻게 전개될지도 지켜봐야겠습니다.
js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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