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첫 KS 가는 강민호 “우승 없는 선수 꼬리표도 떼겠다”

장필수 기자 2024. 10. 19.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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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런을 친 뒤 들뜨면 안 된다는 생각에 혼자 라커룸에 들어가 이닝이 끝날 때까지 혼자 있었어요. 우선 아웃카운트가 6개 남아 있다는 사실만 생각했습니다."

생애 첫 한국시리즈 진출을 코앞에 둔 상황, 강민호(삼성 라이온즈)는 쿵쾅거리는 심장을 누르며 차분히 남은 이닝을 생각했다.

그는 흥분을 가라앉힌 뒤 다시 경기에 나섰고, 남은 2이닝을 포수로 차분히 마무리해 사자 군단의 한국시리즈행을 결정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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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LG 꺾고 한국시리즈 진출
삼성 라이온즈 포수 강민호가 19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4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4차전 엘지(LG) 트윈스와 경기에서 승리를 거둔 뒤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홈런을 친 뒤 들뜨면 안 된다는 생각에 혼자 라커룸에 들어가 이닝이 끝날 때까지 혼자 있었어요. 우선 아웃카운트가 6개 남아 있다는 사실만 생각했습니다.”

생애 첫 한국시리즈 진출을 코앞에 둔 상황, 강민호(삼성 라이온즈)는 쿵쾅거리는 심장을 누르며 차분히 남은 이닝을 생각했다. 사실상 승부를 결정짓는 쐐기포를 터트렸지만, 아직 책임져야 할 아웃카운트가 남아 있었다. 그는 흥분을 가라앉힌 뒤 다시 경기에 나섰고, 남은 2이닝을 포수로 차분히 마무리해 사자 군단의 한국시리즈행을 결정지었다.

KBO리그 정규 시즌 최다 경기 출전 기록(2369경기) 보유자, 베테랑 중의 베테랑이라 불리는 강민호에게는 2개의 꼬리표가 따라붙는다. 하나는 ‘한국시리즈 무경험자’, 나머지 하나는 ‘한국시리즈 우승 경험이 없는 선수’였다.

이런 그가 19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자신의 손으로 첫번째 꼬리표를 뗐다. 강민호는 이날 엘지(LG) 트윈스와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8회초 선두 타자로 나서 솔로포를 쏘아 올렸다. 0-0 균형을 깨는 홈런포였다. 강민호가 따낸 1점 덕에 삼성은 1-0으로 승리해 플레이오프 시리즈 전적 3승1패로 정규리그 1위 기아 타이거즈가 기다리는 광주로 가게 됐다.

삼성의 강민호가 19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4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4차전 엘지(LG) 트윈스와 경기에서 8회초 선두타자로 나선 뒤 좌중간 솔로 홈런을 치고 있다. 연합뉴스

1∼3차전에서 무득점에 그쳤던 강민호는 경기 전 후배들로부터 ‘이제는 형이 좀 해달라’라는 장난 섞인 부탁을 듣기도 했는데, 결과적으로 이를 성공적으로 완수한 셈이 됐다. 시리즈 내내 자신을 짓누른 타격 부진을 단번에 해소한 그는 “결과적으로 제가 오늘 멱살 잡고 (팀을) 한국시리즈로 가게 만들었다”고 자랑스러워했다.

“한국시리즈 냄새라도 맡고 싶다”던 그에게 4차전 승리의 의미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 그는 경기가 끝난 뒤 “이 자리까지 오는 데 정확히 21년이 걸렸다. 열심히 하다 보니 좋은 기회가 왔고 이제는 올라가서 한번 하늘에 맡기고 후회 없이 싸워보겠다”며 힘주어 말했다. 그러면서 “항상 (포수) 최다 경기를 뛰면서 한국시리즈를 못 갔다는 꼬리표가 붙어 있었다. 이제 그걸 뗐고, 뗀 김에 (한국시리즈) 우승 없는 선수라는 꼬리표도 떼고 싶다”고 덧붙였다.

강민호는 이날 경기 초반 엘지의 ‘뛰는 야구’를 2번이나 저지하며 수비에서도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1회말과 2회말 각각 신민재와 오지환의 도루를 정확한 송구로 저지하며 공격 흐름을 끊었다. 이는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훈련을 통해 이뤄낸 성과였다.

삼성의 강민호가 19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4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4차전 엘지(LG) 트윈스와 경기에서 좌중간 솔로 홈런을 친 뒤 타구를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강민호는 당시 상황을 묻는 말에 “(선발 투수) 레예스가 퀵 모션이 크기에 (엘지 타자들이) 뛸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플레이오프 대비 훈련 기간 때 베이스가 아닌, 주자가 오는 길에 던진다는 생각을 했고, 운 좋게 송구가 그리로 가서 도루에 성공했고 흐름을 끊을 수 있었다”고 답했다.

라이온즈는 오는 21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1993년 이후 31년 만에 타이거즈와 한국시리즈 1차전을 치른다. “(최)형우 형(KIA)이 자신만만해 있더라고요. 인생이라는 게 그렇게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드리겠습니다.”

강민호는 이제 남은 단 하나의 꼬리표마저 뗄 준비를 마쳤다.

장필수 기자 fee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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