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 태평1동지주택조합 추진위원장 아들 '세습' 의혹...'현대판 음서제' 비판도 

서상준 경기본부 기자 2024. 10. 19.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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父 '성추행 혐의' 자격 박탈, 아들에 위원장 물려줘
업무 관련성 없는 '軍 출신' 아들…"허수아비 불과"

(시사저널=서상준 경기본부 기자)

성추행 혐의 등으로 조합장 자격이 박탈된 경기 성남시 한 지역주택조합 추진위원장이 업무 경험이 전무한 직업군인 출신 아들에게 위원장을 물려주는 이른바 '세습' 논란이 일고 있다. 조합의 모든 권한을 이들 부자(父子)가 쥐고 있다는 방증이다.  

추진위원회 결성부터 입주 후 조합 청산까지 수백억 원 규모의 사업을 최종 결정하는 막강한 영향력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추진위원장은 조합 설립 후 조합의 대표로서 사업 방향, 시공사 선정 등의 권한을 갖는다. 업계에서는 조합장이 정비업체나 시공사 수주 전쟁에 '눈 한번 감아주면 평생 먹고 살 돈이 생긴다'는 말이 오갈 정도로 조합장 권한은 막강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일부 조합원은 강씨 부자의 행태를 두고 '현대판 음서제'라고 비꼬았다.  

성남 태평1동지주택 조합 추진위원장을 놓고 父子간 세습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성남시에서 추진위에 발송한 강 아무개씨(77)의 '조합장 자격 부적격' 공문 ⓒ조합원 제공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성남 수정구에서 C부동산 업소를 운영하던 강 아무개씨(77세)는 2019년 7월 '태평1동잘되는 지역주택조합' 설립을 추진, '조합장 부적격' 사실이 확인된 올해 7월까지 6년 간 추진위원장을 지냈다. 

강씨는 성추행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유죄, 지난해 12월 열린 항소심도 징역형을 선고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법에 따르면 금고이상의 형의 집행유예를 선고 받거나 유예기간 중에 있는 사람은 '당연퇴직사유'에 해당하며, 징역형을 선고 받은 날 즉시 위원장 자리가 박탈된다. 

추진위는 지난 7월 성남시로부터 '조합장 자격 부적격' 공문을 회신할 때까지 이 사실을 전혀 몰랐다. 성남시는 추진위에서 제출한 태평1동지주택조합설립 허가 서류 검토 중 강씨의 범죄 사실을 파악하고, '조합장 자격 부적합'(주택법 제 13조 제1항) 결정과 함께 제출 서류를 반려했다. 

성남시 관계자는 "강씨의 범죄사실을 파악해보니 2023년 12월 법원에서 (징역형)선고를 받았다"며 "주택법에는 (징역형)판결 즉시 자격이 정지된다고 돼 있다"고 설명했다.

강씨는 이 사실을 숨긴 채 최근까지 '위원장 행세'를 계속 해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현행법상 형사처벌 대상에 해당한다. 실제로 화성시 A지역주택조합에서 전 조합장 B씨가 조합장 행세를 하다 사기 혐의 등으로 징역형을 선고 받았다. 

태평1동지주택 조합원은 약 400명인 것으로 파악됐다. 추진위는 조합원 1인당 1억5000만원씩 500억원에 달하는 분담금을 거뒀다. 앞으로 추가 분담금까지 합하면 분담금 규모가 1000억원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분담금 중 위원장 급여, 판공비, 사무실 운영비 등 업무추진비로 약 100억원을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씨가 위원장 자리를 쉽게 내놓지 못했던 이유로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추진위 관계자는 "강씨가 추진위원장으로 있으면서 말 그대로 돈을 흥청망청 쓰고 다녔다"며 "급여, 업무추진비, 접대비 명목으로 최소 매월 수천만원을 썼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자신이 운영하는 부동산업소를 통해 중개수수료를 챙긴 정황도 여러 건 확인됐다. 토지 용역업체 직원이 조합원으로부터 토지 계약을 성사시키면 중간에 자신이 운영하는 부동산 업소를 내세워 불법 중개수수료를 챙기는 식이다.

복수 조합원은 "강씨가 위원장에 있으면서 배임, 횡령 문제가 심각했다. 자금 관리를 본인이 하니 조합원은 공금을 어떻게 사용했는지 알 방법이 없다"며 "한 번은 토지 용역 회사에서 중개한 계약 수십 건을 자신이 운영하는 부동산에서 계약한 것처럼 몰래 꾸며 수천 만원을 횡령했는데 일이 커지자 다시 토해냈다"고 했다.    

앞서 강씨는 2019년 7월 태평1구역 위원장에 앉은 뒤, 한달 사이 태평2구역도 지주택조합 설립을 추진, 위원장 자리를 꿰찼다.

당시 '겸직' 위반에 저촉돼 태평1동지주택조합 위원장에서 물러나면서도 인감 관리는 물론 자금 집행, 계약 등 모든 권한은 강씨의 손아귀에 있었다. 

후임 위원장으로 선출된 김 아무개씨도 '허수아비 추진위원장'에 불과했다. 김씨는 추진위원장으로 있는 동안 지주택 관련 각종 법적 분쟁에 휘말리면서도 보호받지 못했다.

강씨의 무소불위 권력 행사는 자신의 범죄 행위가 들통난 2024년 7월까지 무려 6년 동안 이어졌다. 

조합원들은 이런 강씨에 대해 항의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한 조합원은 "강씨에게 불만을 드러내고 싶어도 (위원장)지위를 이용해 조합원 자격을 박탈할까봐 쥐 죽은 듯 모른척 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각종 논란은 한달 전 강씨가 자신의 아들에게 추진위원장 자리를 '세습'하며 불거졌다.  추진위원장 선임 과정도 석연치않아 보인다. 

추진위는 최근 태평1구역지주택조합 설립을 앞두고 위원장에 강씨의 아들 강 아무개씨(49)를 선임했다. 아들 강씨는 아버지로부터 토지 양도를 받기 전 7월 중순까지 토지 지분이 없었다. 이로 인해 내부에서 '위원장 자격'을 두고 수개월째 잡음이 나오고 있다. 

추진위 관계자는 "아들은 위원장 자격이 없는데 강씨가 밀어 부친 것"이라며 "문제가 터지니까 강씨가 성남시 수정구 태평동 5258번지에 대한 가등기권자로 아들 이름을 올려놓다가 지난 7월22일 뒤늦게 서류상 양도한 것으로 꾸몄다"라고 했다.

아들 강씨가 지주택 업무와 거리가 먼 직업군인 출신이라는 점도 불안 요소로 자리잡고 있다.

추진위 관계자는 "약 25년간 직업 군인이었던 강씨가 업무 관련성이 없는 지주택조합 추진위원장으로서 잘해낼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고 했다. 다른 조합원도 "아들이 위원장으로 선출된지 몇 달이 지났는데 가장 중요 사안인 조합원 모집을 못하고 있어 걱정이 앞선다"고 우려했다.

이같은 의혹과 관련, 강씨 부자에게 수차례 전화와 취재 내용 등을 문자를 남겼지만 답변하지 않았다.   

일각에선 "강씨의 아들 역시 허수아비 위원장에 불과하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강씨 부자(父子)가 '태평1동잘되는 지주택 조합'을 쥐고 흔드는 동안 '내집 마련'이 꿈인 조합원들 속은 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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