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신랑 옷에 달린 꽃 장식, 부케는 아닌데…근데 그거 뭐지? [그거사전]

홍성윤 기자(sobnet@mk.co.kr) 2024. 10. 19.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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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 있잖아, 그거." 일상에서 흔히 접하지만 이름을 몰라 '그거'라고 부르는 사물의 이름과 역사를 소개합니다.

영국의 앨버트 왕자(Albert Victor, 1864~1892)가 자신의 결혼식때 할머니인 빅토리아 여왕으로부터 받은 작은 꽃다발을 꽂기 위해 그 자리에서 자신의 깃에 구멍을 뚫었고 이후 재단사가 그의 모든 상의 깃에 구멍을 만들게 된 것이 영국 전역에 퍼졌다는 '낙수효과'설이 널리 퍼져있고, 날이 추울 때 군복처럼 깃을 올려 반대편 깃 단추에 채우는 용도로 쓰였다는 '실용주의적' 주장과 거센 바람에 모자가 날아가지 않도록 모자에 달린 고무줄(과 그 끝에 달린 단추)을 고정하는 용도로 쓰였다는 '더 실용주의적' 주장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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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사전 - 40] 결혼식에서 신부 부케 말고 신랑 가슴팍에 ‘그거’

“그거 있잖아, 그거.” 일상에서 흔히 접하지만 이름을 몰라 ‘그거’라고 부르는 사물의 이름과 역사를 소개합니다. 가장 하찮은 물건도 꽤나 떠들썩한 등장과, 야심찬 발명과, 당대를 풍미한 문화적 코드와, 간절한 필요에 의해 태어납니다. [그거사전]은 그 흔적을 따라가는 대체로 즐겁고, 가끔은 지적이고, 때론 유머러스한 여정을 지향합니다.
부토니에르는 주머니에 꽂는 게 아니다. 단춧구멍이다. [사진 출처=Bradley Pisney, unsplash]
명사. 1. 부토니에르, 부토니에 【예문】신랑의 가슴에 꽂힌 부토니에르가 신부의 부케보다 화려했다.

부토니에르(boutonniere)다. 양복의 단춧구멍과 그 구멍에 꽂는 꽃을 모두 뜻한다. 웃옷의 단춧구멍을 뜻하는 프랑스어 Boutonnière에서 유래했다. 남자의 정장이나 턱시도의 왼쪽 깃(라펠lapel)에 꽂는 꽃이나 액세서리를 가리키는 말로 많이 쓰인다. 생화가 아닌 액세서리를 두고 라펠 핀이라고도 한다.

구혼에 대한 승낙의 표시로서 신부가 자신의 부케에서 꽃 한 송이를 뽑아 신랑의 양복에 꽂아주는 것에서 유래됐다는 로맨틱한 주장도 있으나 확인된 바는 없다.

라펠 홀이라고도 하는 이 단춧구멍은 영 이상하다. 구멍은 있는데 정작 단추는 없다. 기원을 탐색하다 보면 다양한 가설이 등장한다. 영국의 앨버트 왕자(Albert Victor, 1864~1892)가 자신의 결혼식때 할머니인 빅토리아 여왕으로부터 받은 작은 꽃다발을 꽂기 위해 그 자리에서 자신의 깃에 구멍을 뚫었고 이후 재단사가 그의 모든 상의 깃에 구멍을 만들게 된 것이 영국 전역에 퍼졌다는 ‘낙수효과’설이 널리 퍼져있고, 날이 추울 때 군복처럼 깃을 올려 반대편 깃 단추에 채우는 용도로 쓰였다는 ‘실용주의적’ 주장과 거센 바람에 모자가 날아가지 않도록 모자에 달린 고무줄(과 그 끝에 달린 단추)을 고정하는 용도로 쓰였다는 ‘더 실용주의적’ 주장도 있다. 여하튼 꼬리 달린 모자도, 반대편 깃 단추도 사라진 지금은 액세서리를 꽂는 구멍으로만 남아있다. 부토니에 대신 배지를 달기도 한다. 직장인들의 회사 배지나 국회의원들의 ‘금배지’가 대표적이다.

제37대 미국 대통령을 역임한 리처드 닉슨은 성조기 라펠 핀을 착용한 최초의 대통령이다. [사진 출처=리처드 닉슨 재단]
라펠은 정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상석(上席)이니만큼 국가 정상의 배지는 무언의 메시지 역할을 하기도 한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타임지 표지를 장식한 사진에서 세월호 노란 리본 배지를 달고 등장했다.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공식 석상에 항상 성조기 배지를 달고 나타난다. ‘아메리카 퍼스트’를 입에 달고 사는 트럼프인지라 성조기 배지의 의미가 남다르게 느껴지지만 사실 닉슨 대통령 이후 미국 대통령들은 성조기 배지를 착용해왔다. 닉슨 대통령은 로버트 레드포드 주연의 1972년작 [후보자]에서 배지 아디이어를 착안해 성조기를 옷깃에 달기 시작했다. 2007년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출마했던 당시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은 “이라크 전쟁이 계속되는 동안 성조기 배지를 달지 않겠다”라고 말했는데, 애국심 논란에 휘말렸다가 결국 착용하기도 했다.
2023년 8월 미국 메릴랜드주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3국 정상회의에 참석한 정상들. 왼쪽부터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 [사진 출처=연합뉴스]
2023년 미국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3국 정상회의에 참석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푸른 리본 배지를 달았다. 이는 ‘북조선에 납치된 일본인을 구출하기 위한 전국협의회’ 약칭 스쿠우카이(救う会)가 판매하는 배지다. ‘일본인 납치자 전원을 송환하라’라는 무언의 메시지를 보여준 셈이다.

결혼이 처음인 경우가 많다 보니 부토니에 꽃장식을 라펠의 단춧구멍이 아닌 가슴 주머니에 꽂은 신랑을 종종 볼 수 있다. 가슴 주머니는 행커치프(포켓스퀘어)에 양보하는 것이라고 살짝 말해주자.

행커치프(handkerchief)는 손이나 얼굴을 닦는 용도의 작은 천 손수건을 의미하고, 포켓 스퀘어(pocket square)는 가슴 주머니에 꽂아두는 장식용 천을 뜻한다. 비슷하지만 다르다. [사진 출처=Tyler Harris, unsplash]
  • 다음 편 예고 : 가방끈 길이 조절하는 네모난 ‘그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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