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동해선 폭파쇼’로 한국땅에 핵무기 사용 명분 만들어

김열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안보전략실장 2024. 10. 19.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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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족 개념 없애 ‘남한 점령·공화국 영토 편입’ 정당화하기
평양 노동당사 상공이 한국 무인기에 세 번 뚫린 것에 대한 위기감도 작용

(시사저널=김열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안보전략실장)

북한의 무력 도발 위협이 심상찮다. 김정은은 작년 말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적대적 2국가론을 꺼내 들었다. 올해 1월 개최된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는 헌법을 개정해 통일 관련 조항을 삭제하고 영토 조항을 신설할 것을 주문했다. 그리고 10월에 최고인민회의가 개최되었다. 이와 함께 북한은 김정은의 두 국가론에 입각해 남북관계를 단절하는 각종 조치를 취했다.

최근에는 평양 상공에 한국 무인기가 침투했다는 근거 없는 이유를 들어 한국을 위협하고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최근 "북한이 러시아에 군인 1만 명을 파견했고 그 일부가 탈영했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벌이고 있는 러시아에 포탄·로켓포 등 무기를 지원하고 있는 건 알려져 있지만 파병까지 했다면 범상하게 넘길 일은 아니다. 북한의 대남 도발이 전술적인 차원이 아니라 북·중 동맹의 전략적 기반 위에서 전개되는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한국에 가하고 있는 위협의 실체가 무엇이며, 왜 이런 위협을 가하고 있는지, 이에 대해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알아보자.

김정은이 요구한 통일 관련 조항 삭제와 관련해 북한은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등 남북 대화 및 경제협력과 관련된 모든 기관을 해체하거나 조정했다. 대남 선전 사이트인 '우리민족끼리' '통일의 메아리' 등의 운영도 중단했다. 단, 통일전선부는 지난 5월, 노동당 중앙위 10국으로 조정했다. 북한은 평양 입구에 있는 '조국통일 3대헌장 기념탑'을 철거했고, 날씨 뉴스에 한국 영토를 검은색으로 표시했으며, 애국가 가사 및 국가(國歌) 명칭도 변경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10월17일 이틀 전 있었던 경의 선·동 해 선 남북 연결 도 로·철 도 폭파 소식을 전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

북한 날씨 뉴스에 한국 영토는 '검은색'

적대적 두 국가론을 물리적 차단으로 보여주는 조치도 단행했다. 작년 말 경의선·동해선 일대 지뢰 매설을 시작으로 봄에는 전 전선에 걸쳐 지뢰 매설 작업과 방벽 작업을 했다. 방벽은 주로 평지에 콘크리트와 벽돌로 건설했으며 높이는 4~5m, 길이는 수십~수백m에 달하는 것도 있다. 경의선과 동해선 철로 및 침목을 제거했으며 육로 가로등도 제거했다. 급기야 북한은 10월15일 남북관계를 완전히 단절하는, 남북한 육로인 경의선과 동해선을 군사분계선 지점 부근에서 폭파하는 극적인 쇼까지 벌였다.

북한은 5월28일부터 쓰레기 풍선을 부양했다. 한국의 시민단체가 대북 전단 풍선을 보낸 데 대한 대응 차원이라고 했지만, 이제는 시민단체의 풍선 부양 여부와 관계없이 대남 쓰레기 풍선 부양을 일상화하고 있다. 쓰레기 풍선으로 인해 자동차 앞유리가 부서지고, 축사 및 공장 지붕이 뚫렸으며, 발열 타이머로 인해 화재가 발생하기도 했다. 심지어 쓰레기 풍선으로 인해 인천 및 김포 공항에서 여객기 이착륙이 심각하게 지연되기도 했다.

북한은 10월11일, 세 차례에 걸쳐 한국 무인기가 평양 상공에 침투했다는 외무성 중대성명을 발표하면서 호떡집에 불난 것처럼 대응하고 있다. 전선 지역의 8개 포병여단에 전투준비지시를 내렸다는 성명을 내는가 하면, 김여정은 무려 4차례에 걸쳐 담화를 발표했다. 12일 담화에는 한국의 민간단체가 무인기를 침투시켰다는 투로 발표했다가 13일 담화엔 한국의 군부가 개입되었다고 했고, 14일에는 미국이 책임지라고 요구하는가 하면, 15일엔 한국 군대가 개입했다는 확실한 증거가 있다고 하면서 혹독한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협박했다.

북한이 적대적 두 국가론을 꺼낼 수밖에 없는 이유는 김정은 정권의 위기감에 있다. 60배에 달하는 남북한 GDP 격차와 북한 내부에 광범위하게 퍼진 한류 열풍이 원인이 되었다. 북한은 한류를 차단하기 위해 수년에 걸쳐 반동사상문화배격법(2020), 청소년교양보장법(2021), 평양문화어보호법(2023) 등을 제정해 주민을 처형하고 교화소로 보냈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김정은은 체제 위기를 절감했다. 이에 따라 김정은은 체제 보존을 위해 두 국가론을 제시했다. 한국과 완전히 단절하고 한국을 적대시하며 두 국가로 사는 것이 체제 보존의 길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다른 또 하나의 이유는 "남한을 점령, 평정, 수복하여 공화국 영토에 편입"시키려면 핵무력을 사용해야 하는데, 현재와 같은 한민족 개념으로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민족을 향해 핵무기를 사용한다는 모순에서 벗어나 적대적 교전 국가에 대한 핵무기 사용은 당연하다는 자위적 인식의 결과였다고 본다.

북한은 이런 큰 틀 속에서 쓰레기 풍선을 부양하고 무인기 침투에 대응하고 있다. 쓰레기 풍선 부양은 한국 사회에 긴장감을 조성하고 남남갈등을 일으켜 국민이 반정부 언행을 하도록 유도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10월4일 서울 상공에 떠있던 북한 쓰레기 풍선에서 흰색 연기가 나고 있다. 북한은 2일 이후 이틀 만에 풍선을 띄웠다. 북한은 올해 들어 이번까지 24차례에 걸쳐 남쪽으로 풍선을 날려 보냈다. © 연합뉴스

안보 앞에 여야 없어…작은 구멍도 막아야

무인기 침투에 대해 북한이 과민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세계 최고의 방공망을 갖춘 노동당사 상공이 3번이나 뚫렸지만, 격추조차하지 못한 치부를 만회하기 위함이다. 다른 하나는, 무인기 침투의 주체가 누구든 이번 기회를 이용해 북한 주민들에게 대남 적대감을 고취시키고 두 국가론을 확실하게 인식시키겠다는 의도다.

한국은 북한의 두 국가론을 수용해서는 안 된다. 동독도 두 국가론을 주장하다가 서독 연방에 편입되었다. 따라서 한국은 헌법에 명시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해야 한다. 북한의 무력 도발 위협에 대해서는 한미동맹을 외교 및 국방의 근간으로 삼아 일체형 한미 확장억제를 공고히 하고 한·미·일 안보협력도 강화해 나가야 한다. 또한, NATO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유엔사 회원국과의 관계도 강화해야 한다. 제2의 한국전 발발 시 새로운 안보리 결의안 채택은 난감한 가운데 유엔사 회원국은 한반도 전쟁의 중요한 억제 및 침략 격퇴 역할을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발간된 '2024 글로벌 파이어파워' 보고서에 의하면, 한국의 군사력은 세계 5위이고 북한은 36위다. 재래식 군사력은 한국이 월등하다는 뜻이다. 북한 핵 대응은 일체형 한미 확장억제로 충분하다. 미국의 핵무기가 북핵을 압도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북한의 무력 도발 협박에 대해서는 의연하게 대처하고 실제 행동에 대해서는 '즉강끝'의 자세로 대처하면 된다. 이순신 장군이 옥포 앞바다에서 첫 해전을 앞둔 조선 수군 장수들에게 신중하고 침착하게 전투에 임할 것을 당부한 '물령망동 정중여산(勿令妄動 靜重如山)'의 자세로 임하면 된다. 둑은 조그마한 구멍만 생겨도 터진다. 정쟁이 이런 구멍을 만든다. 안보 앞에 여야가 있을 수 없다. 무인기 사태로 휴가가 취소되고 외출·외박도 금지된 우리 장병들의 노고에 대한 치사와 함께 군과 정부의 노력에 힘을 보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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