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부대·미사일 줄게" 우크라전 개입 북한, ‘혈맹’ 맺기 노리나 [뉴스+]
북한이 러시아를 돕기 위해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규모 특수부대를 파병하기로 했다고 국가정보원이 18일 밝혔다.
파병부대는 최정예 특수작전부대인 11군단으로 폭풍군단이라 불리는 부대 소속 4개 여단 총 1만2000여명 규모로 알려졌다.
북한군의 대규모 파병은 이번이 처음이다. 2년여 동안 진행되던 우크라이나 전쟁은 물론 한반도 정세에도 파장이 예상된다.
북한은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부터 포탄과 RPG 대전차로켓, KN-23 단거리 탄도미사일 등을 공급해왔다. 러시아도 지난 6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방북을 계기로 군사적 자동개입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북러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관계에 관한 조약’을 북한과 체결하며 밀월 관계를 강화했다.
여기에 북한이 특수부대를 포함한 대규모 파병에 나서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적대적 두 국가 관계’를 선언한 북한으로선 한국을 고려할 필요가 없지만, 전쟁 이후 한러 관계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러시아로선 북한에 일방적으로 힘을 실어주기가 쉽지 않다.
국제관계에서 국력 차이가 큰 두 국가가 동맹을 맺을 때, 강대국은 언제든 동맹을 ‘포기’할 수 있다. 냉전 종식 이후 러시아가 2000년 북한과 체결한 우호선린협조 조약에는 군사적 협력 부분이 없었다.
이같은 전례를 경험한 북한으로선 러시아를 보다 확실하게 묶어둘 필요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해 러시아를 지원하는 것은 양국 관계를 ‘혈맹’으로 만들 수 있다.
이는 한반도 유사시 러시아의 개입을 이끌어낼 지렛대다. 파병 과정에서 양국이 협의를 진행한 방식은 한반도 유사시 러시아의 개입과 지원을 뒷받침하는 제도적 장치로 바뀔 수도 있다.
평시에는 군사력 강화에 필요한 지원을 보다 쉽게 얻을 수도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교훈이 반영될 러시아의 국방과학기술은 북한에 큰 도움이 된다.
양측 모두 인명피해가 큰 상황에서 고도로 훈련된 북한군 특수부대 1만여명이 전쟁에 가세하는 것은 전선의 무게추를 러시아에 쏠리게 하는 효과가 있다.
우크라이나군은 지난 8월6일 러시아 남서쪽 접경지역 쿠르스크에 진입해 일부 영토를 장악했다.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 본로를 위협해서 자국 영토를 점령한 러시아군을 본토로 이동하도록 하는 효과를 노렸는데, 북한군이 참전한다면, 우크라이나 점령지의 러시아군은 본토 복귀 대신 전선을 압박해 우크라이나군을 공격하는데 전념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도 이같은 가능성을 염두에 두는 것으로 보인다.
키릴로 부다노우 우크라이나 국방부 정보총국장은 17일(현지시간) 미국 군사매체 더워존(TWZ)에 “북한군은 11월1일에 준비될 것”이라며 선발대 2600명이 다음달 쿠르스크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폭풍군단 예하부대로는 경보병여단과 항공육전단, 저격여단 등 10개 여단이 있다. 전체 병력 규모는 4만∼8만명으로 추정된다.
11군단 외에 특수작전군 산하에는 특수작전대대, 전방군단의 경보병 사·여단 및 저격여단, 해군과 항공 및 반항공 소속 저격여단, 전방사단의 경보병 연대 등이 있다. 전체 병력은 20만여명 규모로 알려졌다.
평안남도 덕천시에 주둔한 것으로 전해진 폭풍군단은 특수 8군단을 모체로 창설된 최정예 특수부대다.
특수 8군단은 1968년 1·21 청와대 습격사건을 일으킨 124부대를 중심으로 1969년에 창설됐다. 북한은 1983년 이 부대를 경보교도지도국으로 개편하면서 다른 특수부대들을 통합, 확대 개편해 폭풍군단을 창설했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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