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우크라이나 전쟁 참전···일촉즉발 한반도
첫 대규모 파병···2차 수송도 준비
8일부터 1500명 1차 병력이동
정체 숨기려 러시아군으로 위장
북러 밀착 '혈맹' 수준으로 강화
"현대전 경험 쌓기 의도" 분석도
파병대가로 ICBM 이전 가능성
북한이 러시아를 돕기 위해 우크라이나 전쟁 참전을 결정하고 대규모 병력 이동을 시작했다. 북한 지상군의 대규모 파병은 이번이 처음이다.
19일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북한이 8일부터 러시아 파병을 위한 특수부대 병력 이동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국정원에 따르면 러시아 태평양함대 소속 상륙함 4척 및 호위함 3척이 북한 청진·함흥·무수단 인근 지역에서 북한 특수부대 1500여 명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1차 이송 완료했다. 조만간 2차 수송 작전이 진행될 예정이다. 러시아 해군함대의 북한 해역 진입은 1990년 이후 처음이다.
국정원 측은 “북한이 8일부터 13일까지 러시아 해군 수송함을 통해 북한 특수부대를 러시아 지역으로 수송하는 것을 포착해 북한군의 참전 개시를 확인했다”며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 군인들은 극동 지역 블라디보스토크·우수리스크·하바롭스크·블라고베셴스크 등에 분산돼 현재 러시아 군부대에 주둔 중이며 적응 훈련을 마치는 대로 전선에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11일과 이달 2일에 파병될 특수전 부대를 2차례 참관한 정황도 포착됐다.
6월 북한과 러시아가 상호 군사 원조조항을 복원하는 ‘포괄적인 전략적동반자관계에 관한 조약(북러 조약)’을 체결한 지 4개월 만으로 과거 베트남 전쟁 때와 욤키푸르 전쟁 때 조종사를 파견한 적은 있지만 지상군의 대규모 파병은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이 파병을 결정한 배경에는 북러 군사 협력 심화와 함께 현대전 경험을 쌓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동시에 파병을 통해 노골화된 북러 밀착을 혈맹 수준으로 강화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은 18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가안보실과 국방부, 국가정보원 핵심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북한 전투병의 러시아 파병에 따른 긴급 안보회의’를 주재하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일촉즉발 한반도···북러 밀착 ‘혈맹’으로 진화하나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 참전을 전격적으로 결정하며 한반도 긴장도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북한의 참전으로 북러 동맹이 확실히 ‘군사동맹’임이 확인되며 향후 한반도 유사시 러시아의 참전이 자동으로 이뤄지는 혈맹으로 발전할 수도 있게 됐다. 여기에 드론 등 현대전 경험을 끌어올리고 그간 개발한 무기 성능을 실제 전쟁터에서 시험해볼 뿐 아니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러시아로부터 첨단 무기 기술을 이전받을 수도 있는 만큼 한반도 안보에 치명적인 위협이라는 평가다.
국정원에 따르면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 군인들은 극동 지역 블라디보스토크·우수리스크·하바롭스크·블라고베셴스크 등에 분산돼 현재 러시아 군부대에 주둔 중이며 적응 훈련을 마치는대로 전선에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정보 당국의 한 관계자는 “북한이 특수부대 등 4개 여단 총 1만여 명이 넘는 규모 병력을 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하기로 최근 결정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북한군은 러시아 군복과 러시아제 무기를 지급 받았으며 유사한 용모의 시베리아 야쿠티야·부라티야 지역 주민 위조 신분증도 발급받았다. 전장 투입 사실을 숨기기 위해 러시아군으로 위장한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11일과 이달 2일 파병에 앞서 특수전 부대를 두 차례 참관했다.
우크라이나 정보 당국은 북한군 수천 명이 다음 달부터 러시아 본토 쿠르스크에 투입될 것으로 예상했다. 키릴로 부다노우 우크라이나 국방부 정보총국장은 17일(현지 시간) 미국 군사 매체 더워존(TWZ)에 “그들은 11월 1일에 준비될 것”이라며 “선발대 2600명이 다음 달 쿠르스크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부다노우 국장은 러시아 극동 지역에서 북한군 보병 1만 1000명이 훈련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유럽연합(EU)은 연합뉴스 질의에 “파병 확인 시 추가 제재 등 조처를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북한이 대규모 파병을 결정한 배경에는 북러 밀착 강화와 함께 현대전 경험을 쌓으려는 의도가 있다고 평가된다. 북한은 앞서 베트남 전쟁 때와 욤 키푸르 전쟁 때 북베트남과 이집트에 조종사를 보냈고 2016년에는 시리아 내전에 소규모 전투부대 2개 부대를 파견했지만 대규모 참전은 이번이 처음이다.
우선 그간 개발한 무기의 성능을 시험해볼 수 있다. 국정원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해 8월 이후 지금까지 70여 차례에 걸쳐 컨테이너 1만 3000여 개 이상 분량의 포탄·미사일·대전차로켓 등 인명 살상 무기를 러시아에 지원했다. 우크라이나 국방정보총국이 전장에서 수거한 북한제 무기를 확인한 결과 북한이 러시아에 지원한 무기는 122㎜·152㎜ 포탄, 불새-4 대전차 미사일, KN-23 등 단거리 탄도미사일, RPG 대전차 로켓 등이 있다.
그간 북한과 러시아를 오간 화물선에 선적됐던 컨테이너 규모를 고려하면 지금까지 122㎜·152㎜ 포탄 등 총 800만여 발 이상이 러시아에 지원된 것으로 보인다. 올 8월에는 북한 미사일 개발의 핵심인 김정식 군수공업부 제1부부장이 북한군 장교 수십 명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선 인근 북한 ‘KN-23 미사일’ 발사장을 방문한 정황도 나타났다. 우크라이나 정보 당국은 그간 북한제 무기들이 불량률이 높고 정확도가 낮아 정밀 타격용보다는 전선 유지 목적의 물량 공세용으로 쓰이고 있다고 분석했는데 북한군이 이를 실제로 운용해보면 무기 개량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러시아로부터 정치·경제·군사 등 여러 방면에서 협력을 이끌어낼 수도 있다. 러시아의 동맹국들이 그간 파병을 하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의 참전은 러시아에 정치적으로도 큰 도움이 된다. 베트남 전쟁 파병으로 한미 관계가 더욱 공고해진 것처럼 북러 관계 역시 혈맹 수준으로 강화할 수 있다. 원유·식량뿐 아니라 ICBM, 핵잠수함 건조 등 첨단 무기 기술을 제공받을 명분으로 삼을 수도 있다. 여기에 군사 밀착을 강화하기 위한 연합훈련 실시 가능성도 나온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북한과 러시아는 향후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난 이후 혈맹 관계라고 주장할 것”이라며 “김정은도 이를 노리고 파병을 전격 결정했다고 보인다”고 설명했고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 참전에 따라 북러 동맹이 확실한 군사동맹임을 확인했다”며 “분단 이후 한반도의 전략적 대치 구도에 최대 변화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우영탁 기자 tak@sedaily.com강도원 기자 theone@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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