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별·이]'한글서예 운동가' 정훈섭 목사 "서예는 우리의 얼과 정신을 지키는 교육 방법"(1편)

박준수 2024. 10. 19.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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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가장 과학적이고 우수한 문자
초등 5학년부터 붓글씨 배우면 '효과적'
'완전흘림체'까지 5~7년이면 마스터
"시·도에 한글연구소·서예센터 개설해야"

[남·별·이]'한글서예 운동가' 정훈섭 목사 "서예는 우리의 얼과 정신을 지키는 교육 방법"(1편)

'남도인 별난 이야기(남·별·이)'는 남도 땅에 뿌리 내린 한 떨기 들꽃처럼 소박하지만 향기로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합니다. 여기에는 남다른 끼와 열정으로, 이웃과 사회에 선한 기운을 불어넣는 광주·전남 사람들의 황톳빛 이야기가 채워질 것입니다. <편집자 주>

▲인터뷰 중인 정훈섭 목사

수도권에서 살다가 신앙의 뜻을 이루기 위해 민들레 홀씨처럼 남도로 내려와 정착한 정훈섭 목사.

그는 전남 화순읍에 둥지를 틀고 10여 년 동안 지역사회와 호흡하며 묵묵히 지역문화 활동을 펼치고 있어 귀감이 되고 있습니다.

그가 처음 남도땅에 발을 내디딘 곳은 녹차의 고장 보성.

이곳에 오게 된 사연은 지인과 더불어 기독교 100년 인재 양성을 위한 기독교형 대안학교 설립과 그리스도교 영성훈련원 설립을 위해서였습니다.
◇ 화순에 머물며 서예에 심취해

그런데 이 일들이 지연되면서 마침 비어 있던 화순읍의 친척 집에 눌러앉아 지금까지 살게 됐습니다.

정훈섭 목사는 화순에 머물면서 서예에 심취해 수년간 한글서예를 연구하면서 한문(漢文)서예와는 다른 한국의 얼과 한글의 우수성을 깨닫고 '한글서예' 운동에 온 힘을 쏟고 있습니다.

그를 화순문화원에서 만나 '남도살이'에 대한 느낌과 한글서예 운동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습니다.

▲한글서예의 특징을 설명하는 정훈섭 목사

- 화순에 둥지를 틀게 된 계기

"서울과 의정부 등 수도권에서 살다가 대전에서 잠시 거주하면서 점점 남쪽으로 내려오게 됐습니다. 2003년 보성까지 내려온 이유는 기독교 100년 인재 양성을 위한 기독교형대안학교 설립과 넓은 의미의 그리스도교 영성훈련원 설립을 위해서였습니다. 그런데 이 일들이 지연되고 있던 차에 화순에 살고 있던 친척의 아파트가 비어 있어서 그 집에 들어가 머물게 되면서 지금까지 살고 있습니다."

- 한글서예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

"2010년 1월 한문서예를 처음 시작했습니다. 초등학교 4학년 시절부터 펜글씨의 날렵하고 멋스러운 서체에 매력을 느낀 터라 붓글씨도 잘 쓸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예를 접하면서 문득 한글서예를 해보면 어떨까 하는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그런데 서예학원은 대부분 한문서예 위주여서 한글서예를 가르치는 곳을 찾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 호남대 서예과가 개설돼 있는 것을 알게 돼 그곳에서 한글서예를 본격적으로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점차 한글서예의 그윽한 경지에 빠져들게 됐습니다. 그리고 한글서예야말로 한국의 얼과 정신을 지키는 교육 방법이라는 확신을 갖게 됐습니다."

▲자신의 서예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한 정훈섭 목사

- 서예에 대해
"서예란 문자를 중심으로 종이와 붓, 먹 등을 이용하여 미적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시각예술입니다. 한문서예, 한글서예뿐 아니라 광범위하게 펜글씨, 캘리그라피도 서예로 볼 수 있습니다. 펜글씨는 과거에 펜촉으로 한문, 한글 궁서체 등을 정교하고 섬세하게 많이 썼습니다. 캘리그라피는 개성있고 자유로운 글씨이며 펜이나 붓으로 씁니다."
◇ '봉서체' 한글서예의 꽃이자 미의 극치

- 한글서예의 종류

"한글서예의 대표적인 서체로 서간체, 판본체, 궁서체 3가지가 있습니다. 이 가운데 궁서체는 정자, 반흘림, 흘림, 완전 흘림(眞흘림) 4가지가 있습니다. 특히, 진흘림체로 봉서체가 대표적인데 이는 한글서예의 꽃이자 미의 극치로 불립니다. 봉서체는 조선 궁중에서 왕, 왕비가 사적인 서신을 신하에게 전할 때 그 내용을 서예전담 궁인이 정리하여 쓴 글로 궁중의 특수 용어로 쓰였습니다."

▲한글서예, 한문서예, 인문화 3가지 장르에서 우수성을 인정받은 정훈섭 목사의 '3체상' 수상작

- 서예를 배우는 순서

"어릴 때 펜글씨를 배우는 게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이는 한글서예의 기본이 됩니다. 한문서예는 5체(전, 예, 해, 행, 초)와 추사체가 있는데 해서, 행서가 기본이고 그 후 예서나 전서를 배우면 좋습니다. 하지만 이를 다 배우려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립니다. 한글서예는 궁서체부터 배우되 정자, 반흘림, 흘림까지 3년에 배울 수 있습니다. 여기에 완전흘림까지 더 하면 5~7년이면 마스터할 수 있습니다. 이후 판본체를 배우고 맨 나중에 서간체를 배우면 좋습니다."

▲정훈섭 목사가 공부한 한글서예 연구서들

- 바람직한 서예교육에 대해
"초등학교 4학년 때 펜글씨로 기본을 다지고 5학년 때부터 붓글씨를 배우면 효과적입니다. 중·고등학교 때는 입시 준비 때문에 시간여유가 없으므로 대학에 입학해서 서예 전반을 익히는 것이 좋습니다."
◇ 서예는 수도자의 정신수양과 창작에 도움

- 한글과 한글서예의 관계

"한글은 세계에서 가장 과학적이고 우수한 문자입니다. 한글날 기념행사만으로 그쳐서는 안 됩니다. 한글의 보존은 한글서예를 진흥할 때 한국의 얼과 정신을 가장 잘 간직할 수 있습니다. 한글서예 진흥을 위해 각 시·도에 한글연구소와 한글서예센터를 개설해 모든 국민들이 한국의 얼을 익혀야 합니다. 이를 통해서 사라져가는 선비정신을 되살려야 합니다."

- 서예와 종교의 관련성

▲정훈섭 목사가 서예대전에서 받은 상장들

"한국의 종교 영역에서 서예, 특히 한글서예는 매우 중요합니다. 서예는 수도자의 정신수양과 창작의 기쁨이 될 수 있고, 종교와 신학의 한국적 토착화에 필수적입니다. 수도원은 대부분 베네딕도 수도 규칙서에 따라 기도와 노동을 강조하는 데 한국적인 문화예술의 정신으로서 서예가 있으면 가장 바람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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