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중 100kg이 85kg으로 쏙”…전세계 난리난 ‘이 약’ 여러분은 드시겠습니까? [MK약국]

김지희 기자(kim.jeehee@mk.co.kr) 2024. 10. 19.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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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출시된 비만약 ‘위고비’
한달치 예약 마감 등 품귀현상
체중 감량 효과 평균 15% 달해
주1회 자가 주사로 편의성 강화
두통, 급성 췌장염 등 부작용 ‘주의’
근육 손실로 요요현상은 불가피
매일경제 제약·바이오팀이 헬스케어 관련 이야기들을 담은 [MK약국] 코너를 신설해 이번 주말부터 독자여러분들께 찾아갑니다. 매주 토요일 연재될 [MK약국]은 매일경제 기자들이 취재 현장에서 들은 생생한 제약·바이오 관련 뉴스는 물론, 일반인들의 건강한 생활에 도움이 될만한 이야기들을 알기 쉽게 풀어나갈 예정입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제보 부탁드립니다.
지난 15일 국내 출시된 노보노디스크의 비만치료제 ‘위고비’ <사진=연합뉴스>
1년반 만에 몸무게를 100kg에서 85kg으로 줄일 수 있다면 어떨까요. 효과가 좋다면 20kg 감량도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닙니다. 한 달에 드는 비용은 최소 80만원. 그래도 맞으시겠습니까.

덴마크 제약사 노보노디스크가 개발한 비만약 ‘위고비(Wegovy)’의 국내 출시 소식에 지난 15일 전국이 들썩였습니다. 출시 일주일 전부터 일부 병원들은 예약을 받기 시작해 한 달치 예약을 마쳤고요. 온라인 상에는 위고비를 맞을 수 있는 병원 리스트가 공유되기도 했습니다. 출시 당일에는 위고비 주문 접수를 시작한 의약품 중간유통업체의 서버가 다운되며 오픈런급 인기를 과시했습니다.

비만약의 등장 자체가 새로운 건 아니죠. 당장 노보노디스크가 위고비에 앞서 내놓은 삭센다만 해도 제법 효과가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가장 큰 차이는 효과에 있습니다. 68주간의 임상시험에서 위고비 주사를 맞은 참가자들은 체중이 평균 15% 줄었다고 합니다. 체중이 100㎏인 사람이 1년4개월여 동안 위고비를 맞는 것만으로 85㎏가 될 수 있다는 뜻이죠. 위고비 투여 세 명 중 한 명 꼴로 체중이 20%까지 줄었다고도 합니다. 지금까지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 비만 시장의 절반 정도를 차지했던 삭센다가 7.5%(56주 평균)의 체중 감량 효과를 나타냈다는 점을 보면 상당히 획기적이죠.

비만인을 두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은 위고비 주사에 더해 느슨한 식이요법과 운동을 병행하도록 하고, 다른 그룹은 주사와 함께 강력한 식이 제한과 운동을 하도록 했는데요. 결과적으로 두 그룹 사이에 차이는 크지 않았습니다. 주사를 열심히 맞으면 운동을 강하게 하지 않아도 살이 쑥쑥 빠질 수 있다는 점이 운동과 식이요법에 지친 비만 인구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겁니다.

노보 노디스크의 블록버스터 비만치료제 ‘위고비’가 국내에서 주문 접수를 시작한 가운데 지난 15일 서울시내 한 비만 치료 병원에 위고비 관련 안내문이 적혀있다. <이충우기자>
이 기적의 비만약 대체 어떻게 작동하는 걸까요. 위고비는 음식을 먹은 뒤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고 포만감을 느끼도록 하는 호르몬(GLP-1)과 유사한 성분인 세마글루타이드로 이뤄져 있습니다. 이 성분이 뇌의 시상하부를 자극해 배고픔을 느끼게 하는 신경을 억제하고 포만감을 유발해 그만 먹도록 하는 원리죠. 사실 삭센다도 같은 원리로 작동을 하는데요. 위고비는 이 같은 호르몬 작용 약물 용량을 올려 살 빼는 효과를 높였습니다.

주사를 싫어하는 분들에게도 위고비는 나름 괜찮은 타협안을 내놨는데요. 마커펜 모양의 이 주사제는 1주일에 딱 한 번만 맞으면 됩니다. 복부나 허벅지, 팔 등에 스스로 찌르면 되죠. 삭센다도 자가주사 형태이긴 하지만 매일 맞아야 합니다. 일주일에 7번 맞을 주사를 한 번으로 줄여준다면 당연히 위고비를 택하겠죠.

문제는 가격입니다. 위고비의 출하가격은 1펜(4주분)에 37만2025원입니다. 하지만 이 가격은 병의원과 약국 등에 위고비가 공급되는 가격이고요. 유통비나 진료비 등이 더해지면 실제 소비자들이 지불해야 하는 금액은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의약품이라는 점에서 각 병의원·약국별로 책정하는 가격도 천차만별일 거고요. 일단 실제 위고비를 맞으려면 80만원 이상 지불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게 좋을 것 같고요. 아직까지 위고비가 국내에 많이 풀리지 않은 상태라 더 비쌀가능성도 염두에 두셔야 겠네요.

체중 감량을 위해 기꺼이 이 비용을 지불하겠다면 누구든 처방이 가능할까요. 위고비는 사실 건강기능식품으로 분류되는 다이어트 보조제와 달리 환자를 위한 전문의약품입니다. 약의 위험성과 용법, 용량에 대한 전문 지식이 요구돼 반드시 의사가 진단한 후 처방을 통해 투약할 수 있죠.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현재 체질량지수(BMI·체중을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 30㎏/㎡ 이상인 고도 비만 환자이거나 BMI 27㎏/㎡ 이상이면서 고혈압 등 동반 질환이 있는 환자에게 체중 감량을 목적으로 처방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대략적으로 남성 평균 키 173㎝일 때 90㎏, 여성 163cm에 80㎏인 경우가 BMI 30 수준입니다.

[사진=픽사베이]
기적의 약이라도 부작용은 있습니다. 위고비는 임상시험 결과에서 비만치료제를 허가 범위 내에서 사용한 경우에도 두통, 구토, 설사, 변비, 탈모 등 부작용이 따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심한 경우 급성 췌장염도 발생할 수 있다고 합니다. 처방 권고 대상이 아닌 이들이 단순히 더 날씬해지려고 사용해서는 안 되겠죠. 앞서 삭센다의 사례에 비춰볼 때 비만 환자가 아님에도 미용을 목적으로 손쉽게 처방을 받아 투약하는 오남용 사례가 반복될 우려도 적지 않은데요. 이를 대비해 식약처도 한 달간 위고비 관련 불법행위를 집중 단속한다고 하네요.

다이어트를 해 적이 있는 분들이라면 다이어터의 길 보다 유지어터(‘유지하다’와 ‘다이어트’의 합성어. 체중 감량 후 그 상태를 꾸준히 유지하는 사람)의 길이 더 길고 험난하다는 사실을 아실텐데요. 그래서 중요한 게 ‘요요현상’ 입니다. 위고비는 유지어터의 길까지 생각하신다면 ‘기적의 약’ 타이틀을 반납해야 할 수 있습니다. 위고비로 식욕을 줄여 체중 감소 효과를 볼 수는 있지만 약을 끊으면 식욕도 다시 이전의 상태로 돌아옵니다. 또 여러 연구를 통해 체중 감량 시에 상당한 근육량 감소가 일어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고요. 근육 손실이 기초대사량 저하로 이어지기 때문에 요요현상을 유발할 가능성이 충분하죠. 결국 체중 감량 그 이후까지 생각한다면 운동과 생활습관 관리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앞서 2021년 처음으로 위고비가 출시된 미국에서는 위고비의 어마어마한 인기 탓에 재미있는 일화들이 꽤 있어서 몇 가지만 소개해 보려고 합니다. 위고비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모델 겸 배우 킴 카다시안 등이 연이어 다이어트 비결로 꼽으면서 입소문을 탔는데요. 올해 5월에는 미국에서만 매주 2만5000명의 신규 환자가 처방받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다시 한 번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 외에도 위고비 약 값을 마련하기 위해 ‘투잡’을 뛰는 사례들이 속속 알려졌고요. 최근에는 위고비를 가장 빠르게 접할 수 있었던 미국 부유층을 중심으로 작은 옷으로 소비가 옮겨가고 있다는 연구결과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의 명품 의류업체들이 위고비 때문에 빠르게 다운사이징(Downsizing) 트렌드에 뛰어들고 있다는 소식도 있고요.

마지막으로 위고비를 향한 어마어마한 관심을 보면서 우리나라에 비만 인구가 이렇게 많았나 하는 의문이 생겼는데요. 한번 찾아보니 2022년 기준 국내 성인 비만율은 37.2%입니다. 성인 10명 중 4명 정도는 위고비에 관심을 가질 수 있다는 얘기죠. 다만 현재 성인 비만율은 BMI 25㎏/㎡ 이상으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통계상 비만 인구에 해당되더라도 식약처가 권고하는 위고비 처방 대상은 아닐 수 있으니 꼭 본인의 상태를 의료기관에서 확인해보고 투약을 결정하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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