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취해 전철 누워 '쿨쿨'…"무서워" 피하다가도 '이 사람' 보이자 "든든"[르포]

최지은 기자, 이혜수 기자 2024. 10. 19.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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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괜찮으세요? 일어나보세요."

지하철경찰대 경찰관 18명이 2인 1조로 전동차에 탑승해 평일 밤 10시부터 11시30분까지 서울지하철 1~9호선을 직접 순찰한다.

이 가운데 신도림역과 종로3가역·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서울역·노원역·잠실역·사당역·고속터미널역·합정역 등 총 9개 역사에 있는 센터에서 심야시간대 전동차 탑승 순찰을 시행 중이다.

밤 10시 지하철 2호선 내부에는 승객들이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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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찰청 지하철경찰대 심야 전동차 순찰 동행기
서울경찰청 지하철경찰대는 지난달 1일부터 지하철범죄 예방을 위해 심야시간대 전동차 탑승 순찰을 진행하고 있다. 지하철경찰대 각 센터 경찰관 18명이 2인1조로 전동차에 탑승해 평일 밤 10시부터 11시30분까지 서울지하철 1~9호선을 직접 순찰한다. 지난 16일 밤 10시20분쯤 지하철경찰대 신도림역 센터 경찰관들이 심야시간대 전동차 탑승 순찰을 위해 2호선에 타고 있다./사진=이혜수 기자


"선생님 괜찮으세요? 일어나보세요."

지난 16일 밤 10시20분 서울지하철 2호선 신도림역. 순찰 복장을 한 경찰관 2명이 열차에 탑승한 후 술에 취한 채 잠이 든 40대 남성을 흔들어 깨웠다.

남성 주변으로는 짙은 알코올 냄새가 풍겼다. 남성을 깨운 박승재 서울경찰청 지하철경찰대 신도림역 센터 경장은 "술에 취한 승객은 휴대전화 등 소지품을 떨어뜨려 부축빼기 같은 범죄의 타깃이 되거나 다른 승객과 시비가 붙기도 한다"며 "범죄 예방에 초점을 두고 순찰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지하철경찰대는 지난달 1일부터 지하철 범죄 예방을 위해 심야시간대 전동차 탑승 순찰을 진행하고 있다. 지하철경찰대 경찰관 18명이 2인 1조로 전동차에 탑승해 평일 밤 10시부터 11시30분까지 서울지하철 1~9호선을 직접 순찰한다.

지하철경찰대 센터는 서울지하철 역사 18곳에 마련돼 있다. 이 가운데 신도림역과 종로3가역·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서울역·노원역·잠실역·사당역·고속터미널역·합정역 등 총 9개 역사에 있는 센터에서 심야시간대 전동차 탑승 순찰을 시행 중이다.

지하철경찰대가 올해 상반기(1~6월) 지하철에서 발생한 범죄를 분석한 결과 밤 10시부터 12시까지 발생하는 범죄가 13.8%로 가장 많았다. 대합실보다는 전동차 내부에서 범죄 발생 비율이 더 높았다.

귀갓길 빽빽한 심야 전동차 직접 돌며 범죄 예방…서울지하철 1~9호선 모두 순찰

지하철경찰대가 올해 상반기(1~6월) 지하철에서 발생한 범죄를 분석한 결과 밤 10시부터 12시까지 발생하는 범죄가 13.8%로 가장 많았다. 대합실보다는 전동차 내부에서 범죄 발생 비율이 더 컸다. 박승재 서울경찰청 지하철경찰대 신도림센터 경장은 "술에 취한 승객은 휴대전화 등 소지품을 떨어뜨려 부축빼기 등 범죄의 타겟이 되거나 다른 승객과 시비가 붙기도 한다"며 "범죄 예방에 초점을 두고 순찰하고 있다"고 밝혔다./사진=이혜수 기자

이날 박 경장 등 지하철경찰대 신도림 센터 소속 경찰관들은 신도림역부터 우장산역까지 2·5호선 구간을 왕복으로 순찰했다. 밤 10시 지하철 2호선 내부에는 승객들이 가득했다. 6명이 앉을 수 있는 지하철 양 좌석은 모두 찼고 노약자석도 자리가 없었다.

서울지하철 1~4호선 전동차는 총 10개의 칸이, 그 외 호선은 총 8개의 칸이 운영된다. 경찰관들은 전동차 첫 번째 칸부터 마지막 칸까지 모두 살펴봤다. 승객들은 순찰을 경찰관들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기도 했다. 휴대폰을 보다가도 고개를 들고 경찰관이 지나가는 모습을 관찰했다.

환승을 위해 영등포구청역에서 하차한 경찰관들은 대합실에서도 범죄 예방 활동을 했다. 대합실 끝에는 한 젊은 남성이 바지 한쪽을 걷어 올린 채 한 손에 휴대전화를 들고 졸고 있었다. 남성이 일어나자 경찰관들은 자리를 떴다.

5호선에 탑승해 오목교역에 다다를 때쯤 빨개진 얼굴로 옆으로 누워 졸던 승객이 보였다. 옆자리 승객은 자꾸만 자기 몸에 기대는 남성을 피해 좌석 끝에 걸쳐 앉아 있었다. 경찰관이 어디까지 가냐고 묻자 남성은 비틀거리며 일어나 열차에서 내렸다.

시민들 "지하철 순찰해주는 경찰 덕"…탑승 순찰 후 신고 건수 급감

대합실 끝에는 한 젊은 남성이 바지 한 쪽을 걷어올린 채 한 손에 휴대전화를 들고 졸고 있었다. 남성이 일어나자 경찰관들은 그때서야 자리를 떴다./사진=이혜수 기자

오목교역 대합실에서 만난 최모씨(45)는 "요즘 지하철을 타면 2인 1조로 다니는 경찰관들을 자주 본다"며 "자영업을 하고 있어 이 시간에 열차를 많이 타는데 술 취한 사람들을 보면 걱정될 때가 있다. 안전하다고 느껴지고 든든하다"고 말했다.

영등포구청역 대합실에서 전동차를 기다리던 정모씨(22)는 "뉴스를 보면 워낙 안 좋은 이야기가 많이 들리지 않나"라며 "여성분들이 귀가할 때 경찰관들 순찰이 크게 도움될 것 같다"고 밝혔다.

심야시간대 전동차 탑승 순찰을 진행한 기간 112신고 건수도 감소했다. 전월 대비 지난달 심야시간대 지하철 범죄 신고 건수는 31.9%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박 경장은 "수상한 사람을 봤을 때 신고를 주저하는 시민들도 계신다"며 "순찰을 하면 승객들이 현장에서 요청사항을 말씀하실 때가 많다"고 말했다.

김기창 지하철경찰대 안전계장은 "사후 검거도 중요하지만 범죄 발생 전 예방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심야 범죄 취약 시간대 전동차 탑승 순찰을 진행할 계획"이라며 "1000만명의 서울시민이 편안하고 안전하게 지하철을 이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지하철 4호선에서 취한 승객을 깨우는 지하철경찰대 경찰관의 모습. 바닥에는 술에 취한 승객의 것으로 보이는 휴대전화가 떨어져 있다./사진=서울경찰청 지하철경찰대

최지은 기자 choiji@mt.co.kr 이혜수 기자 esc@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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