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 10명 떠나고 9명 새로 합류… 감독인 내가 새 팀 온 기분”
‘우리은행 왕조’ 주역 박혜진 이적… 신인왕 출신 박지현도 뉴질랜드行
‘위성우호 2기’ 각오로 시즌 준비… “고강도 훈련으로 전력 약화 극복”
27일 시즌 개막… “목표는 PO 진출”
여자프로농구 2024∼2025시즌을 준비 중인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53)은 최근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팀 통산 12번째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차지한 지난 시즌 이후 주축 선수들의 잇따른 이적 등으로 팀 구성원이 크게 바뀌었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은 비시즌에 가드 박혜진(34)과 박지현(24)이 팀을 떠났다. 우리은행에서만 16시즌을 뛰며 챔프전 최우수선수(MVP)로 세 번이나 뽑힌 박혜진은 BNK로 이적했다. 정규리그 통산 489경기에서 평균 11.5점을 기록한 박혜진은 ‘우리은행 왕조’의 주역이었다. 2018∼2019시즌 신인왕 박지현(통산 158경기 평균 13.3점)은 뉴질랜드 리그 토코마나와 퀸즈에 입단했다. 위 감독은 “두 선수가 차례로 팀을 떠났을 땐 ‘과연 다음 시즌에 팀을 제대로 운영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고 했다. 우리은행은 이적과 은퇴 등으로 10명이 팀을 나가고, 심성영(32·가드)을 비롯한 자유계약선수(FA) 영입과 신인 선수 등을 합쳐 9명이 합류했다.
위 감독 부임 전까지 우리은행은 네 시즌 연속 정규리그 최하위(6위)였다. 위 감독은 우리은행 지휘봉을 잡은 첫 시즌(2012∼2013시즌)에 통합우승을 이뤄낸 것을 포함해 여자프로농구 사령탑 역대 최다인 7번의 통합우승을 달성했다. 챔프전에서도 역대 사령탑 중 가장 많은 8번 우승했다. 그런 위 감독에게도 팀을 떠난 핵심 선수들의 빈자리를 메우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위 감독은 “그동안 내가 ‘이번 시즌은 참 힘들 것 같다’고 말하면 주위에서 ‘또 앓는 소리 한다’고 했었는데, 올해는 같은 말을 하면 ‘진짜 힘들 것 같다’는 반응이 나온다”고 했다.
위 감독은 ‘위성우호 2기’를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위 감독은 12년 전 산악 달리기와 108계단 오르기 등 단내가 날 정도의 고강도 훈련으로 붙박이 꼴찌이던 우리은행을 최강팀으로 만들었다. 지금은 계단 오르기 같은 훈련은 하지 않지만 그 대신 농구장에서 강도 높은 훈련으로 체력과 조직력을 다지고 있다. 구단 관계자에 따르면 선수들이 새벽과 야간 훈련까지 하는 날엔 하루 7시간 정도를 훈련장에서 보낸다고 한다. 위 감독은 “훈련량이 많다 보니 다른 팀에서 이적해 온 선수들이 많이 힘들어한다”라면서도 “전력이 약해진 상황에서 (우리 팀이) 믿을 수 있는 건 결국 치열한 연습밖에 없다”고 말했다.
위 감독은 베테랑 포워드 김단비(34)가 정신적 지주로서 팀을 이끌어야 한다고 했다. 김단비(통산 516경기 평균 13.2점)는 2022년 신한은행에서 우리은행으로 이적한 뒤 두 시즌 연속 챔프전 MVP로 선정됐다. 특히 지난 시즌 챔프전에선 4경기 평균 21.8점을 넣어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했다. 위 감독은 “단비를 영입할 때 단비에게 우리 팀에 좋은 선수가 많으니 와서 편하게 뛰라고 했다. 그런데 2년 만에 사실상 단비가 팀을 혼자 이끌다시피 해야 하는 상황이 돼 (단비에게) 상당히 미안하다”고 말했다.
위 감독은 새 시즌 목표를 우선 4강 플레이오프(PO) 진출로 잡았다. 일단 PO에 올라간 뒤 우승에 대한 욕심을 내보겠다는 것이다. 위 감독은 지난 시즌 챔프전 우승 뒤 “우승을 많이 해봤지만 올해 우승이 가장 기분 좋다”고 말했다. 정규리그 2위로 챔프전에 올라 우승한 건 지난해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팀이 ‘리빌딩’에 들어간 이번 시즌에도 정상을 차지하면 위 감독 생애 최고의 우승은 바뀔 수 있다. 위 감독은 “만약 이번 시즌에 우승하면 (지난 시즌보다) 천 배, 만 배는 기쁠 것 같다”고 말했다.
여자프로농구 2024∼2025시즌은 27일 개막한다. 우리은행은 28일 신한은행과의 인천 방문경기로 시즌을 시작한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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