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인간의 눈 너머 신의 눈까지… 당신이 보는 세상은

김민 기자 2024. 10. 19. 0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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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문학 전문가인 저자는 약 15년 전 안구 건조증과 비문증(눈앞에 이물질이 떠다니는 것처럼 느끼는 증상)을 심하게 앓으면서 '본다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호기심을 가졌다.

도스토옙스키 같은 문학 대가들이 상상한 신의 눈은 보편적 참회와 구원의 눈물이거나,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응시 같은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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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문학 전문가인 저자
생물학-예술-종교 등 넘나들며
‘본다는 것’에 대한 연구 집대성
◇눈 뇌 문학/석영중 지음/688쪽·4만8000원·열린책들
러시아 문학 전문가인 저자는 약 15년 전 안구 건조증과 비문증(눈앞에 이물질이 떠다니는 것처럼 느끼는 증상)을 심하게 앓으면서 ‘본다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호기심을 가졌다.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눈에 관한 여러 연구서를 읽던 중 ‘눈이 없어도 뇌만 있다면 대상을 볼 수 있다’는 신경과학의 가설에 강렬한 흥미를 느낀다. 이는 문학을 넘어 눈과 뇌에 관한 연구로 이어졌으며, 이 책은 그 과정을 집대성한 결과물이다.

시작은 지구상에 눈이 탄생한 과정이다. 지구에 생명체가 등장한 시기는 약 45억 년 전으로 추정되는데, 삼엽충이 눈을 갖게 된 때는 약 5억 년 전. 그러니 지구 위 생명체들은 40억 년 동안 보이지 않는 암흑 속에서 살았다는 얘기다. 어둠 속에서 생명들이 꿈틀거리고 아우성치는 모습을 저자는 러시아 작곡가 이고리 스트라빈스키의 전위적 음악 ‘봄의 제전’에 빗댄다.

이렇게 생물학, 신경학 등 과학적으로 연구한 시각에 관한 내용을 저자는 문학, 음악, 미술 등 예술과 엮어 서술해 나간다. 도스토옙스키의 ‘백야’에서 주인공이 실연을 겪고 난 뒤 갑자기 주변 풍경이 어둡고 침울하게 보이는 현상을 묘사한 것을 두고 지각 심리학의 ‘인지적 침투’(인간의 지각이 믿음, 욕망, 정서 등 감정의 영향을 받는다는 가설)로 설명하는 식이다.

이 밖에 인간이 너무 작거나, 크거나, 멀리 있어서 눈으로 볼 수 없는 것들을 보기 위해 도구를 발명하는가 하면, ‘내면의 눈’으로 보이지 않는 것을 보기 위해 노력하는 등 ‘보기’의 다양한 양상을 소개한다. 그러면서 ‘시각의 윤리’를 언급하는데, 이는 우리가 무엇을 보거나 보지 않기로 하는지, 또 감시하는 눈이 있음에도 인간이기를 포기하지 않는 것의 의미에 관한 내용이다.

마지막 장 ‘신의 눈을 흉내 내는 시선’은 타인의 고통을 바라보는 연민과 삶에 대한 사랑을 이야기한다. 도스토옙스키 같은 문학 대가들이 상상한 신의 눈은 보편적 참회와 구원의 눈물이거나,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응시 같은 것들이다. 인류의 역사 속 ‘보기’의 의미를 조명하는 것을 통해 저자는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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