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돈으로 尹 여론조사, 창원 산단 관여… 커지는 ‘明 의혹’
경남 지역에서 정치 컨설팅을 해온 명태균(55)씨를 둘러싼 의혹이 추가로 불거지고 있다. 2022년 대선 때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를 도왔다고 해온 명씨가 그해 6월 시행된 지방선거에 도전하려는 예비 후보들로부터 여론조사 비용을 불법 조달했다는 것이다. 명씨가 경남 창원 국가산업단지 사업에 관여했고 사업 확정 전에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
명씨와 관련한 여론조사 비용 대납 의혹에는 여론조사 업체인 미래한국연구소가 등장한다. 명씨는 이 연구소 대표가 다른 사람이라고 주장하지만 그가 사실상 운영을 좌지우지한 것으로 보인다. 이 연구소 직원이었던 강혜경씨가 명씨 지시로 작성했다는 ‘여론조사 수행 목록’을 보면, 이 연구소는 2021년 4월부터 2022년 3월 사이에 81차례에 걸쳐 대선 관련 여론조사를 했다. 강씨는 목록에 모두 3억7520여 만원이 지출됐다고 기재했다. 이에 대해 명씨는 “그 금액이 어디서 나온 건지 모르겠고, 강씨가 횡령한 돈을 메우려고 거짓말한 것 같다”고 했다.
미래한국연구소는 지난 대선 직전인 2월 28일부터 3월 8일까지 매일 ‘대선 면밀 여론조사’를 했다고 한다. 더불어민주당 노종면 의원이 공개한 녹취록 등에 따르면, 명씨는 대선을 열흘 앞둔 2022년 2월 28일 강혜경씨에게 “지금부터 매일 (대선) 선거일까지 (여론조사를) 돌린다”며 “돈은 모자라면 (미래한국연구소) 소장에게 얘기해서 A씨, B씨, C씨한테 받아 오면 된다”고 했다. A·B·C씨는 2022년 6월에 실시된 지방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경북·경남 지역에서 예비 후보로 등록했던 사람들이다.
‘대선 면밀 여론조사’에 들어간 비용은 A·B씨가 6000만원씩 현금(총 1억2000만원)으로 미래한국연구소 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강씨는 앞서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명씨가 여론조사 대금을 받으러 (윤 대통령 측에) 가겠다고 했는데, 대금은 받아 오지 못하고 대신 ‘2022년 6월 보궐선거에서 창원 의창에 (국회의원) 자리가 생기니 의창구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결론적으로 봤을 때, 여론조사 비용 대가가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 공천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김영선 전 의원은 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른 창원 의창 국회의원 보궐선거 공천을 국민의힘에서 따냈고 당선됐다. 의혹의 핵심은 명씨가 대선 때 여론조사 등으로 윤 대통령을 도와준 대가로, 김 전 의원이 공천 과정에서 윤 대통령 내외의 도움을 받았는지 여부다.
이 대목에서 여론조사 비용을 줬다는 지방선거 예비 후보 A·B씨가 다시 등장한다. 이들이 지방선거에서 공천받지 못하자 미래한국연구소에 1억2000만원을 돌려달라고 요구했는데, 김 전 의원이 보궐선거에 당선돼 국회의원이 되고서 2022년 7월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지급받은 선거 보전금으로 이를 대신 갚아줬다는 게 강씨 주장이다. 김 전 의원은 명씨에게 세비(歲費) 등 9000만여 원을 건넸다는 혐의도 받고 있다.
명씨는 본지 통화에서 “나와 미래한국연구소는 관련이 없다”며 “(연구소 소장인) 김모씨가 차용증 써주고 A·B씨에게 돈을 빌린 모양인데, 나는 모르는 일”이라고 했다. 여론조사를 윤 대통령 측에 보고했다는 의혹과 관련해선 “자체 조사(미공표 조사)는 보고한 적이 없다”고 했다.
◇창원 산단 지정 관여 의혹
명씨가 창원이 국가 첨단 산업 단지(산단) 후보지로 지정되는 과정에 관여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대통령실은 지난해 3월 15일 창원 등 국가 산단 후보지 15곳을 발표했다. 그런데 ‘민간인’인 명씨가 창원 산단 선정 과정에 초기부터 개입했고, 대외비인 후보지 지정 사실도 정부 공식 발표 전에 미리 알았다는 것이다.
명씨와 강혜경씨가 나눈 통화 녹취록에 따르면, 창원 산단 발표 하루 전날인 작년 3월 14일 명씨는 강씨에게 ‘창원 산단 후보지 선정, 대통령님 감사합니다’라는 내용의 현수막을 준비하라고 지시한다. 명씨는 “우리 국가 산단 확정되니까 바로 보도 자료 뿌려야 한다”고도 했다. 강씨는 이 무렵 미래한국연구소에서 나와 김영선 전 의원 보좌관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지역 정가에서는 명씨가 공식 발표 이전에 창원 산단 정보를 주변 인사들에게 알렸고, 이들 가운데 일부는 후보지 인근의 토지 매수에 나섰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당시 명씨가 창원시 공무원들과 함께 산단 예정지를 답사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에 대해 명씨는 본지에 “창원 산단은 내가 아이디어를 냈던 것이라 당연히 (미리) 알고 있었다”며 “기획은 내가 했지만 김영선 전 의원이 열심히 뛰어서 성사됐다”고 했다.
한편 명씨는 이날 한 매체에 “(2017년) 19대 대선 당시 문재인 민주당 후보로부터 선거대책위원회 직능본부 공정여론활성화 특별위원장 임명장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윤 대통령이 발언할 때 고개를 좌우로 돌리는 ‘도리도리’ 습관에 대한 언론 대응 방안도 자신이 조언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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