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과 희망을 파는 록스타 세일즈맨
보노 지음
홍기빈 옮김
생각의힘
세계적 스타가 쓴 자전적 이야기라면 다른 스타들과의 일화가 빠질 리 없다. 이 책도 그렇다. 폴 매카트니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영국 리버풀에서 존 레논과의 첫 만남에 대한 얘기를 들은 경험이라면 자랑하고 남을 일화다.
한데 대중문화계 스타들만이 아니다. 스티브 잡스, 빌 게이츠, 워런 버핏, 버락 오바마, 빌 클린턴, 앙겔라 메르켈, 넬슨 만델라,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이 책에 지은이와의 일화가 나오는 이름들이다. 고르바초프가 그의 집을 찾아왔을 때는, 체르노빌 원전 사고의 피해를 입은 소녀가 마침 이 집에 머물고 있던 터라 긴장감 흐르는 대화가 벌어진다. 배우 시절 안면이 있던 젤렌스키를 대통령으로 다시 만난 것은 러시아의 침공 이후 포탄이 쏟아지는 우크라이나에서다.
그렇다고 성인군자라는 얘기는 아니다. 국제 원조가 효과를 거둔 사례가 있냐고 반문하는 이들에게 아일랜드를 예로 들며 고국의 변화와 발전을 자랑스러워하는 그이지만, 이 책에도 언급한 대로 U2는 세금과 관련해 회사를 네덜란드로 옮겨 큰 비난을 받았다. 스스로 분노조절 장애가 있다고 말하는 이 록스타의 기행 역시 무대 위의 퍼포먼스만은 아니다. 결코 자랑이 못 될 일화들까지 상세히 소개하는 그의 대담한 솔직함은 할리우드 스타가 된 배우가 U2 음악에 언제부터 실망했는지 술자리에서 그에게 한 말까지 책에 옮겨 놓는다.
40개 장으로 구성된 이 회고록의 각 장 제목은 지은이가 고른 노래 40곡의 제목. 14세 때 어머니를 여읜 이후 아버지에게 품어온 분노, 대중적 명곡 ‘위드 오어 위드아웃 유’의 주인공이기도 한 아내와의 각별한 관계 등 가족 얘기도 상세하다. 10대 시절 밴드를 결성하고 데모 테이프를 만들어 런던의 음악 잡지사들을 직접 찾아간 일을 비롯해 U2의 성장사도 있다. 특히 매니저 폴 맥기니스는 멤버들이 타고 다닐 밴보다 계약서와 법률 자문부터 챙겨야 한다는 것을 알려준 인물. 덕분에 저작권 등에서 U2의 비즈니스 방식은 프린스 같은 미국 팝스타의 부러움을 산다.
U2의 첫 번째 해체 위기는 특이하게도 신앙과 밴드 활동의 공존에 대해 지은이를 포함한 몇몇 멤버들의 고민에서 비롯됐는데, 아일랜드 현대사의 비극적 사건을 다룬 노래 ‘선데이 블러디 선데이’가 그 직후 나왔다는 것도 흥미롭다. 책 제목 ‘서렌더(Surrender)’는 항복을 뜻하는 영어 단어. 지은이는 “서로에게, 사랑에게, 더 상위의 권능에게” 항복하는 것이 “승리를 거두는 유일한 진리”라고 생각한다고 책에 썼다. 이 근사한 말보다 더 와 닿는 것은, 그가 사회적 활동과 음악을 아울러 장사꾼이자 세일즈맨을 자처하는 점. “노래들을 팔고, 아이디어들을 팔고, 밴드를 팔고, 그리고 내 최고의 날에는 희망을 팔고…” 자신의 재능은 “음악은 물론 정치 토론, 장사, 아이디어의 세계 일반에서도 제일 중요한 핵심 멜로디를 찾아내는 데 있다”고도 썼다. 이런 장사꾼이 썼으니, 여러모로 재미없게 읽기 힘든 책이다.
이후남 기자 hoon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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