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음지 비춰온 영화 세계

나원정 2024. 10. 19.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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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작가주의
정성일 지음
마음산책

34년간 영화 비평을 써온 정성일은 글만으론 성에 안 차 직접 영화도 찍었다. 그중 다큐 ‘녹차의 중력’과 ‘백두 번째 구름’은 자타공인 임권택 전문가인 그의 임권택 감독 영화론. 이보다 먼저 만든 ‘천당의 밤과 안개’는 중국 다큐 감독 왕빙의 촬영장을 뒤쫓았다. 이 책은 이런 그의 왕빙에 관한 비평집이다.

왕빙의 데뷔작 ‘철서구’(2003)는 중국 산업단지 철서구의 쇄락과 노동자들의 실직, 주민 강제 이주와 철거 등 2년 간의 무자비한 황폐화의 과정을 9시간 11분의 3부작에 담았다. 그는 지난해 칸영화제에 나란히 초청된 ‘청춘: 봄’과 ‘흑의인’까지, 동시대 중국의 소외된 음지를 끈질기게 들춰냈다. 정성일은 이렇게 썼다. “누군가 의무를 갖고 영화를 만들 때 반대편 자리에 앉은 사람은 책임 앞에 서게 된다.”

책에 다룬 왕빙 작품은 토굴 은둔자의 사계를 담은 ‘이름 없는 남자’(2009), 부모 없이 산꼭대기 집에 방치된 아이들을 그린 ‘세자매’(2012) 등 9편. 14살에 아버지를 여의고 가장이 된 왕빙이 검열 탓에 고국에서 단 한 편도 개봉하지 못하면서도 묵묵히 작가로서 걸어가는 삶의 이야기와 중국 현대사 해설도 그의 영화 세계에 대한 풍성한 이해를 돕는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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