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영옥의 말과 글] [376] 관대함에 대하여
마트의 시식 줄에 서 있던 친구에게 “먼저 드세요!”라며 자신이 받은 컵을 건네던 앞사람 얘길 들은 적이 있다. 고마움이 분노로 바뀐 건 종이컵에 담긴 고기를 본 순간이었다. 컵에는 커다란 비계가 박힌 고기가 들어 있었다. 친구는 자기 몫이 됐을 고기를 가로챈 앞사람에게 한마디 해주고 싶었지만 옆에 아이가 있어 화를 참았다.
어른 보폭으로 한 걸음 남짓한 수로를 건너지 못하는 여동생을 일곱 살 남짓한 오빠가 자기 몸을 눕혀 등을 밟고 건너게 하는 영상을 봤다. 내가 놀라자 함께 영상을 본 친구는 “평소 아빠가 엄마에게 하는 행동을 본 거야. 여러 번 봤겠지. 아이는 자기가 본 걸 따라 하거든” 하고 답했다.
철학자이자 예술가인 칼릴 지브란은 관대함을 “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이 주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자부심을 “필요한 것보다 적게 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도리스 마르틴의 책 ‘아비투스(Habitus)’에는 소프트 아이스크림 값을 묻는 아이가 나온다. 25센트라는 점원의 답을 듣고 손에 쥔 동전을 세던 아이는 셔벗 아이스크림의 값을 다시 묻는다. 점원이 20센트라고 답하자 아이는 셔벗을 고른 후 동전을 탁자에 올려놓고 나갔다. 계산서와 동전을 본 순간, 점원의 코끝이 빨개졌다. 탁자에는 25센트가 놓여 있었다. 팁을 주려고 아이가 소프트 아이스크림을 포기한 것이다.
아비투스는 인간이 살아가는 행동과 태도, 습관을 뜻한다. 아이든 어른이든 매 순간의 선택은 지난 삶의 궤적을 압축한다. 이 단어를 사용한 피에르 부르디외는 “당신은 볼 수 없는 것이 될 수 없다”고 말한다. 아이야말로 결코 자신이 볼 수 없는 것이 될 수 없다. 내향성, 외향성 같은 기질은 타고나지만 태도나 습관은 꾸준한 교육으로 키울 수 있다. 관대함이나 자부심 역시 그렇다. 우리는 관계를 형성하면서 선행도 악행도 서로 보고 배운다. 좋은 부모와 친구를 가진 사람이 좋은 인간이 될 가능성이 더 높아지는 이유다. 향수 가게에 들어가면 향수를 사지 않아도 내 몸에 향기가 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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