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급함에 몰래 ‘레드라인’ 넘은 북러…국제정세 요동
파병군인들은 北정예 특수부대원
우크라 국방부 “11월에 전선 투입
러시아 서남부 쿠르스크 배치 가능”
북한과 러시아가 각자의 조급함 때문에 레드라인을 넘은 모양새다. 북한은 국제적 고립 속에 러시아와의 동맹을 더 강화해야 하는 상황이고, 러시아는 3년 가까이 전쟁이 지속되며 병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18일 국가정보원은 북한이 지난 8일부터 러시아 파병을 위한 특수부대 병력 이동을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국정원에 따르면 러시아에 군 장교 등을 파견해 자신들이 지원한 미사일 등 무기 운용 가이드라인을 전수하던 북한은 지난 8일부터 자국 병력을 러시아 지역으로 수송하기 시작했다.
지난 8일부터 13일까지 북한은 러시아의 해군 수송함을 통해 북한 특수부대를 러시아 지역으로 이동시켰다.
러시아 태평양함대 소속 상륙함 4척과 호위함 3척이 같은 기간 북한 청진ㆍ함흥ㆍ무수단 지역에서 북한 특수부대원 1500명을 블라디보스토크로 수송했다.
러시아와 북한은 2차 수송 작전도 조만간 진행할 예정이라고 국정원은 판단했다. 국정원은 러시아 공군 대형 수송기도 블라디보스토크와 평양을 수시로 오가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 장병들은 먼저 블라디보스토크와 하바롭스크 등 러시아 극동 지역의 군 부대에 배치된다. 언어, 전술 체계 등에 대한 교육을 받고 우크라이나 전장으로 보내질 전망이다.
북한이 파병할 군인은 1만2000명으로 파악됐다.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이들 장병들은 북한의 11군단 ‘폭풍군단’ 소속의 정예부대원이다.
폭풍군단 예하에는 ‘번개’라고 불리는 경보병여단과 ‘우뢰’라고 불리는 항공육전단, ‘벼락’으로 불리는 저격여단 등 10개 여단이 있다. 전체 병력 규모는 최대 8만명으로 추정된다.
국정원에 따르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11일과 지난 2일 러시아 파병에 앞서 폭풍부대로 보이는 특수부대를 두 차례 시찰했다.
북한 파병 군인들은 러시아 서남부 쿠르스크주에 투입될 가능성이 있다.
키릴로 부다노우 우크라이나 국방부 정보총국장은 17일(현지시간) 미국 군사매체 더워존(TWZ)에 북한 군인들이 11월 1일에 준비를 마치며 선발대 2600명이 쿠르스크에 투입된다고 전망했다.
우크라이나군은 지난 8월 6일 러시아 서남부 접경지역 쿠르스크에 진입해 일부 영토를 장악하고 있다. 러시아는 당시 쿠르스크주는 최소한으로만 방어하고 오히려 우크라이나 동부 진격을 강화했는데, 최근에는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쿠르스크주에서 러시아군의 빈 자리를 북한군이 대체하는 수순으로 보인다. 다만 러시아는 북한의 파병을 부인하고 있다.
러시아와 북한이 국제사회의 비난을 피하기 위해 몰래 이번 파병을 추진한 정황도 파악됐다. 국정원은 북한군이 러시아 군복과 러시아제 무기를 지급받았고 북한인과 유사한 용모의 시베리아 지역 주민의 위조 신분증도 발급받았다고 밝혔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북한과 러시아는 올해 군사동맹을 맺었는데, 얼마 전 쿠르스크가 우크라이나군에 의해 돌파되니까 조약에 따라 군을 파병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문 센터장은 “김 위원장은 러시아와의 동맹을 혈맹 수준으로 끌어올려 러시아가 다시는 변심하지 않고 북한을 지지하고 도움을 주도록 만들려고 한다”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당장 부족한 병력을 채우기 어렵고 전황도 반전해야 했을 것”이라고 했다.
북한의 러시아 파병이 사실로 굳어지면서 국제 정세는 요동치게 됐다. 러시아는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군을 직접 투입하면, 군을 보낸 국가와 전쟁을 시작하겠다고 경고해 왔는데 러시아 스스로 제 3국 북한을 끌어들였다.
일각에서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군사적 움직임을 보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가 한국을 향해 살상 무기를 지원하라고 압박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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