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읍시다] 노벨상 받은 '채식주의자', 어떤 작품일까

유선준 2024. 10. 18.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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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6년 인터내셔널 부커상에 이어 노벨 문학상까지 받은 한강 작가의 장편소설 '채식주의자'는 상처 받은 영혼의 고통과 식물적 상상력의 강렬한 결합을 정교한 구성과 흡인력 있는 문체로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림원 "역사적 트라우마 직시..산문 혁신가" 한 작가에게 노벨 문학상을 수여한 스웨덴 한림원은 '채식주의자' 등에 대해 "역사적 트라우마를 직시하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내는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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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폭력성과 삶의 비극성 집요하게 탐구
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가 지난 1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아이파크타워에서 열린 제18회 포니정 혁신상 시상식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파이낸셜뉴스] "'채식주의자'는 “미국 문학계에 파문을 일으키면서도 독자들과 공명할 것으로 보인다."(美 뉴욕타임스)

지난 2016년 인터내셔널 부커상에 이어 노벨 문학상까지 받은 한강 작가의 장편소설 '채식주의자'는 상처 받은 영혼의 고통과 식물적 상상력의 강렬한 결합을 정교한 구성과 흡인력 있는 문체로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섬뜩한 아름다움의 미학을 한 작가만의 방식으로 완성한 역작이다.

영혜, 육식 거부..폭력에 저항하다

이 소설은 어느 날부터 육식을 거부하며 가족들과 갈등을 빚기 시작하는 '영혜'가 중심인물로 등장하면서 시작된다.

그러나 소설은 영혜를 둘러싼 세 인물인 남편, 형부, 언니의 시선에서 서술되며 영혜는 단 한번도 주도적인 화자의 위치를 얻지 못한다.

가족의 이름으로 자행 되는 가부장의 폭력, 그 폭력에 저항하며 금식을 통해 동물성을 벗어던지고 나무가 되고자 한 영혜가 보여주는 식물적 상상력의 경지는 모든 세대 독자를 아우르며 더 크나큰 공명을 이룬다.

영혜가 채식을 하게 되는 계기 중 하나는 동물에 대한 폭력이다. 이는 채식을 선택하게 된 이후 아버지가 영혜에게 가하는 폭력으로 이어진다.

영혜가 육식을 거부하면서 폭력과 폭력적 시선 속에 살게 되다 정신병원에 갇히기도 한다. 곡기를 끊으며 자신을 '나무'라고 말하는 영혜의 모습이 '정상'이 아니라고 받아들여졌을 만하다.

영혜 매제·언니 시점서 전개..인간 연약함 '폭로'

이 소설은 영혜의 매제 시점에서도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는 영혜의 변화를 이해하고 그녀에게서 새로운 예술적 영감을 얻는다. 특히, 영혜의 몸을 캔버스로 삼아 나체에 꽃무늬를 그리는 장면은 예술과 욕망의 경계를 허무는 행위로, 주인공을 자유롭게 해방시키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동시에 그녀를 대상화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억압이 발생한다.

이 파트에서 한 작가는 예술과 인간 욕망의 관계, 그것이 어떻게 여성의 몸을 이용해 표현되는지를 비판적으로 탐구한다.

이밖에 영혜의 언니 인혜의 관점에서도 전개된다.

인혜는 동생을 이해하려 하지만 결국 영혜가 정신적으로 파괴되는 과정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이 부분에서 독자는 개인의 정체성과 사회적 틀 사이의 충돌이 한 사람을 어떻게 파멸로 이끄는지를 목격하게 된다.

특히 영혜가 채식주의에서 나아가 나무가 되겠다는 비현실적인 결심을 하고 몸이 쇠약해져 가는 모습은 인간이 사회적 규범과 자신의 본성 사이에서 얼마나 고통스러운 선택을 강요받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한림원 "역사적 트라우마 직시..산문 혁신가"

한 작가에게 노벨 문학상을 수여한 스웨덴 한림원은 '채식주의자' 등에 대해 "역사적 트라우마를 직시하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내는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이어 "한 작가는 육체와 영혼, 산 자와 죽은 자 사이의 연결에 대한 독특한 인식을 갖고 있으며, 시적이고 실험적인 스타일로 현대 산문의 혁신가가 되었다"며 노벨 문학상 수상 배경을 설명했다.

한림원의 평가처럼 그간 한 작가는 인간의 폭력성과 그에 따른 삶의 비극성을 집요하게 탐구해 온 작가로 꼽힌다. ‘채식주의자’ 외에 광주민주화운동을 배경으로 한 ‘소년이 온다(2014)’, 말을 잃어가는 여자와 시력을 잃어가는 남자의 만남을 그린 ‘희랍어 시간(2011)’ 등의 작품을 썼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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