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공개매수 두고, MBK “배임” 최윤범 “회사 방어용”

고려아연 이사회가 열린 지난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고려아연 본사가 위치한 빌딩으로 시민들이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고려아연 경영권을 두고 분쟁 중인 사모펀드 MBK·영풍과 최윤범 회장 측이 18일 자사주 공개 매수를 두고 법정에서 맞붙었다. 법원은 이르면 오는 21일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재판장 김상훈)는 이날 영풍이 최 회장 측을 상대로 낸 공개 매수 절차 중지 가처분 신청 심문을 진행했다. 영풍 측은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 매입 시도를 ‘배임’으로 규정했고, 최 회장 측은 “회사 방어 차원에서 필요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소송은 고려아연이 지난 4일부터 23일까지 수조원대 규모의 자사주를 공개 매수한다고 밝히자 영풍이 이를 막아달라는 취지로 신청한 것이다. 양측은 고려아연의 경영권 확보를 위해 각자 자금을 동원해 주식 공개 매수 경쟁을 벌이고 있다.

영풍 측 대리인은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 매수는 최윤범 현 회장 개인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며 “회사가 희생을 감수하면서 준비한 막대한 이익금을 회복할 수 없는 손해가 분명한 자기 주식을 취득하는 데 사용하려 하는데 이는 배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최 회장 측이 회삿돈으로 자사주를 사서 경영권을 방어하는 것은 배임이라는 취지다.

영풍 측은 이어 “고려아연 주가는 지난 10년간 30만원∼55만원을 유지해왔는데 최 회장은 89만원에 매수하려 한다. 이는 주식의 실질 가치를 고려한 게 아니다”라며 “회사는 매수 종료 시점에 1조3600억원이 넘는 손해와 3조원이 넘는 부채를 감당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공개 매수를 중지시키는 가처분이 기각되면 회사에 초래되는 피해가 막대하다”며 가처분을 받아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최 회장 측 대리인은 “한국에서 자사주 취득은 합리적인 경영권 방어 수단”이라며 “외부 세력에 의한 적대적 인수·합병에 대응해 기업 가치와 전체 주주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추진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영풍과 사모펀드 MBK가 경영권을 잡으면 회사의 중장기적 성장보다는 배당 확대를 추구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자사주 공개 매수가인 89만원이 주식의 실질 가치보다 높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도 했다.

최 회장 측은 경영권을 가져가려는 영풍의 경영 능력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했다. 최 회장 측 대리인은 “영풍은 이미 본업에 실패한 회사”라며 “고려아연은 신사업을 확대 중인데, 적대적 M&A(인수 합병)가 이뤄질 경우 신사업이 중단되거나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경영권이 영풍 측에 넘어가면 최 회장이 쌓은 해외 네트워크 등이 유지되기도 어려워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오늘 심문을 종결하고 주말에라도 기록을 다 검토해서 최대한 21일에는 결정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