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구, 특정 단체 이전 특혜 논란…‘엇갈린 해명’도 의혹 [한양경제]
법상 필요 설비도 미비…구로거리공원 주차장 사업도 ‘구설’
‘단체 관여’ 구청장은 사퇴…“주차장 사업 완전 백지화해야”
이 기사는 종합경제매체 한양경제 기사입니다.
서울 구로구가 관내 특정 단체가 이전 입주하는 건물의 용도(표시)변경을 승인하는 과정에서 법상 정해진 소방당국의 ‘사전 동의’를 받지 않아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단체는 전 구청장이 관련된 곳으로 알려지면서 ‘구청 측이 법 규정을 어기면서 행정 편의를 제공한 것 아니냐’는 특혜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특히 구청 측은 논란이 일자 용도변경 시 필수 설비가 설치돼 있는 점을 ‘소방서에 문의해 확인했다’고 해명했지만 소방서 측 입장은 달라 석연치 않은 해명도 논란이 되고 있다.
18일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구로구는 지난 8월 구로동 5XX-X번지 연면적 3천556.72㎡(1천76평) 규모 상가건물(지상 7층, 지하 2층) 중 단체가 대규모 회합 장소로 사용할 지하 1층을 기존 ‘1종 근린생활시설(552.3㎡)’에서 ‘2종 근린생활시설’로 용도(표시)변경했다.
이 상가건물은 구로구에 위치한 A단체가 이전을 준비해온 곳으로, 지하 1층을 단체 회합장으로 이용할 경우 방문객이 운집하는 만큼 법상 2종 근린생활시설로 용도변경해야 한다.
A단체 측의 건축물 표시변경 요청에 따라 구청은 해당 건물 지하 1층을 용도변경 허가하고, 관할 소방서인 구로소방서에 ‘건축물 표시변경 신청서 처리’를 통보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구로구가 관련 법률을 위반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현행 소방시설법상 건축물의 용도변경을 허가할 경우, 구청이 관할 소방서의 사전 동의를 받아야 했지만 이를 지키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소방시설법 6조(건축허가 등의 동의)는 ‘건축물 등의 신축·증축·개축·재축·이전·용도변경 또는 대수선(大修繕)의 허가·협의 및 사용승인의 권한이 있는 행정기관은 건축허가 등을 할 때 미리 그 건축물 등의 시공지(施工地) 또는 소재지를 관할하는 소방본부장이나 소방서장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 구청 “소방서가 설비 있다고 해명” vs 소방서 “성립 여지 없는 주장”
구로구는 이에 대해 “국토교통부·소방청 실무협의체 회의 결과에 따라 수립된 서울시 소방재난본부의 ‘서울시 소방시설 업무처리 개선방안’에 의거 표시변경 처리 후 통보했다”면서 “적법한 절차 이행으로 (소방당국의 사전 동의가 없었다는) 지적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건축 관련 전문가는 “소방시설법상 구청이 엄연히 관할 소방서의 사전 동의를 구하도록 돼 있는데 이 절차를 무시해놓고도 적법하게 처리했다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며 “구청이 적법 절차 근거로 제시하는 업무처리 개선방안은 법 아래 규정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구로소방서도 구청의 사전 협의 누락이 위법하다고 보고, 지난 9월 초 구청 측에 ‘건축물 표시변경 신청서 처리 통보와 관련해 동의절차가 누락됐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특히 용도변경 시 반드시 갖춰야 할 소방설비인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았는데도 구청이 용도변경을 승인했다는 점에서 더욱 의혹은 커진다. 소방시설법 시행령에 따르면 해당 용도로 수용인원이 100명 이상일 경우 스프링클러 설치를 반드시 해야 한다.
취재 결과 구로소방서 측이 구로구의 사전 협의 누락을 인지한 뒤 경위를 파악하는 과정에서, ‘구청 담당자가 해당 건물의 관계인(소방안전관리자)에게 문의하고 스프링클러 설비가 설치돼 있다’는 점을 인지한 것으로 확인했다.
하지만 구청은 용도변경 위법성 논란을 빚자 지역신문에 ‘해당 건축물은 이미 스프링클러 등 소방시설이 설치돼 있으며 소방안전관리자가 선임된 곳임(구로소방서 확인)’이라고 해명했다.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으니 적법하게 용도변경이 이뤄졌다는 점을 강조한 해명인 것으로 보인다.
엇갈린 해명에 대해 구로구는 답변서를 통해 “소방시설법에 따라 소방설비 관련 소관청인 구로소방서에 해당 건축물의 스프링클러 설치 여부를 유선으로 문의한 결과, 해당 건축물은 스프링클러가 설치된 곳이라는 답을 받아 해명자료를 작성해 배포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반면 구로소방서 예방팀 관계자는 “(구청이) 표시변경을 통보한 뒤 논란이 일자 현장방문을 통해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았다고 확인했다”면서 “소방서 측이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다고 말했다는 구청 주장은 (논리적으로) 성립할 여지가 없다”고 반박했다.
현재 구로소방서는 건물 관계인을 통해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도록 조치명령 처분을 해둔 상태다. 만약 오는 11월 말까지도 이를 불이행할 경우 소방당국은 입건 조치한다는 방침이다.
■ 인접 공원 주차장 공사 추진도 논란…구청장 사퇴에도 반발 커질 듯
한편, A단체의 이전 건물 용도변경 과정에서 제기된 특혜 의혹은 문현일 전 구로구청장이 해당 단체와 관련해 활동해 왔다는 점 때문에 더 논란을 사 왔다.
문 전 구청장은 지난 16일 자신이 설립·운영해 온 회사 주식 4만8천주(평가액 약 170억원대)을 백지신탁해야 한다는 주식백지신탁심사위원회의 결정을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으나 1, 2심에서 모두 패소했다.
지난 2022년 7월 취임한 문 전 구청장은 재임기간 중 구로거리공원 조성 사업 추진, 현대백화점 디큐브시티 폐점 후 오피스텔 전환, 천왕동 수소발전소 건립 등으로 지역민의 거센 반발을 샀다.
특히 문 전 구청장은 구로거리공원(구로동 50번지) 중 일부 부지 지하부에 사업비 229억2천100만원을 투입, 지하 2층 규모 지하주차장을 조성하려 해 논란이 제기됐다.
이 과정에서 구로거리공원과 인접한 곳으로 A단체가 이전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구청장과 관련된 단체의 편의 제공을 위해 무리한 지하주차장 조성을 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사기도 했다.
이에 대해 구로구는 “(A단체가 입주하는) 해당 건물의 표시변경 처리 과정이 적법하지 않거나 특혜가 있다는 의혹은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일부 지역민들은 구청이 입지로 선정한 구로거리공원 외에도 주차난 해소를 위한 대체 부지가 있는데도, 지난 30~40년간 지역민의 명소로 자리매김한 공원을 훼손하고 주차장 사업을 강행하고 있다는 점에 의문을 제기해 왔다.
이에 따라 문 전 구청장의 사퇴 이후에도 지역민들의 구로거리공원 지하주차장 사업 백지화 요구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승욱 기자 gun2023@hanyang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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