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상 '기자 괴롭힘'에 맞설 5가지 팁
'디지털 젠더기반 폭력 대응 가이드라인'
딥페이크(인공지능 기반 이미지 합성)를 이용한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최근엔 언론인, 특히 여성 기자들 상당수가 피해를 본 사실이 확인되며 큰 충격을 주기도 했다. 온라인상에서 기자들을 괴롭히는 이 같은 행위는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함께 더 집요하고 광범위하며 심각한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언론인의 ‘침묵’을 유도하는 이 같은 디지털 폭력에 맞설 ‘방탄재킷’이 필요한 이유다.
저널리즘과 트라우마 문제를 연구하는 다트센터의 아시아태평양지부(DCAP)가 현직 기자들과 함께 ‘디지털 젠더기반 폭력(TFGBV·Technology-Facilitated Gender-Based Violence) 대응 가이드라인’을 만든 건 바로 그래서다. 다트센터는 가이드라인 서문에서 기자 대상 사이버 폭력을 “언론인들을 침묵시키려는 시도”라고 규정하며 “기자 한 명이 침묵하게 될 때마다 우리는 가치 있는 목소리를 잃게 되는 것이고, 뉴스에서는 다양한 관점이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고 밝혔다.
특히 이 같은 폭력에서 여성 기자들은 더 쉽게 표적이 되는데, 2020년 다트센터가 시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1210명) 여성 언론인의 약 4분의 3이 온라인상에서의 괴롭힘과 위협 등을 당했으며, 20%는 직접적인 괴롭힘과 공격을 경험했다고 답한 바 있다.
이에 다트센터 아시아태평양지부는 구글 뉴스 이니셔티브(GNI)의 지원을 받아 디지털 젠더기반 폭력 펠로우십에 참여한 언론인들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 프로젝트는 지난 2월부터 6개월간 온라인 교육 및 토의 방식으로 진행됐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다양한 국가의 현직 기자들이 가이드라인 작성과 해당 국가의 언어로 번역하는 작업을 맡았으며, 한국에선 이정애 SBS 기자와 하혜빈 JTBC 기자가 참여했다.
개인-업무용 계정 분리 필수, 개인정보 공유는 ‘자제’
가이드라인은 위험에 맞서 참고할 수 있는 다섯 가지 팁(Tip)을 제시한다. 첫 번째 팁은 ‘소셜미디어에 능숙해지기’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사용하는 디지털 플랫폼을 제대로 알”고 “그 플랫폼에서 발생하는 가장 흔한 방식의 온라인 공격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또한, 관련해 자국에 어떤 법이 있고, 어떻게 시행되는 지도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두 번째 팁은 ‘사이버 보안 강화하기’다. △비밀번호 길게 쓰기 △개인 계정과 업무용 계정 분리하기 △공개 프로필에서 공유하는 개인정보(사진 등)의 양 줄이기 등 쉬운 듯하지만 의외로 놓치기 쉬운 팁들이 제시돼 있다. 특히 ‘신상이 털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포털에 자기 이름을 검색해 어떤 정보가 뜨는지 확인한 뒤 개인정보가 노출돼 있으면 포털에 해당 정보의 제거를 요청할 수 있다는 조언은 기억해 둘만 하다.
이미 피해가 발생했다면 세 번째 팁을 꼭 기억해야 한다. ‘모든 사례의 증거를 남기고 문서화 할 것’. 이메일, 통화녹음, 문자메시지, 각종 온라인 게시글 등 모든 자료를 백업하고 특히 SNS 글은 삭제되기 전에 캡처하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괴롭힘의 특징, 빈도 등도 확인해야 한다. 온라인 괴롭힘이 반복된다면 발생 패턴을 파악할 수 있도록 로그기록을 확인해 저장하고, SNS 관리자 측에 피해 사실을 신고해야 한다. 만약 그 괴롭힘이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 위협으로 확산하거나 어떤 경우라도 스스로 ‘안전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면 즉시 상사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기관에 알려야 한다고 가이드라인은 조언한다.
‘언제 대응할지 판단하기’. 네 번째 팁이다. 가해자와 직접 접촉하면 문제가 더 커질 수 있지만, 직접 맞서 반박한다면 현재 상황에 대한 스스로의 통제권을 되찾을 수도 있다. 가이드라인은 “중요한 것은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신중하게 찾는 것”이라며 “되도록 가해자와 직면하지 않은 상황에서 반대 의견을 내는 등 논리적으로 반박하는 연습을 하라”고 제안한다.
적극적으로 도움 구하기…“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마지막 팁은 ‘트라우마 극복을 위한 공감-지지 커뮤니티 만들기’다. 가이드라인은 괴롭힘의 궁극적인 목적은 피해자를 고립시켜 외롭게 만드는 것이라며 “당신은 절대 혼자가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이어 “가까운 친구들, 가족, 직장 동료나 전문가들에게 적극적으로 도움을 구하고, 온라인상에서 당신을 지지하는 사람들을 지원군으로 삼으라”면서 또한 비슷한 폭력을 겪는 동료가 있으면 도울 것을 제안한다. “TFGBV에 대해 대화하고 경험을 나누는 것만으로도 많은 사람들이 도움을 청하기 전에 으레 겪는 망설임이나 고민을 덜어줄 수 있”고 “혼자서는 생각하지 못했던 관점에서 새로운 해결책을 떠올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가이드라인 작성과 번역 작업 등에 참여한 하혜빈 기자는 “사실 초안에 언론사 등 회사 차원의 대처가 필요하다는 부분을 많이 적어냈는데, 외국 언론환경이랑 안 맞다는 판단이 있었는지 (최종안에) 생략됐다”고 전하며 “누가 몰라서 못 지킨다기보다 경각심을 환기하는 차원의 내용이 많은데, 추후 우리나라에 더 적합한 가이드라인을 한국버전으로 개발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가이드라인 한국판은 아래 큐알(QR)코드로도 접속, 확인 및 다운로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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