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참고인은 조사 안 받아도 되나요?[김숙정의 권리장전 9회]

김숙정 변호사 2024. 10. 18. 13:5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참고인의 지위와 권리…같은 참고인이라도 ‘피의자성 참고인’이라면 특히 유념해야

(시사저널=김숙정 변호사)

"수사관입니다. 조사를 위해 출석해 주시겠습니까?"

수사기관으로부터 갑작스레 이런 전화를 받았다면,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바로 본인의 신분이 '피의자'인지, '참고인'인지 그 여부입니다. 두 단어의 차이는 생각보다 큽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수사 과정에서 종종 간과되는 참고인의 지위와 권리에 대해 얘기하고자 합니다.

2020년 7월15일 정부과천청사 내 공수처 영상녹화조사실 ⓒ 연합뉴스

수사의 '숨은 주역' 참고인

참고인은 수사 과정의 '숨은 주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형사소송법 제221조 제1항에서는 참고인을 "피의자 아닌 자"로 정의합니다. 쉽게 말해 범죄를 저질렀다는 의심을 받는 피의자가 아닌, 사건과 관련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제3자를 뜻합니다.

피의자와 참고인의 가장 큰 차이점은 '신체의 자유'를 현실적으로 제한할 수 있는 강제수사의 대상이 되는지의 여부입니다. 피의자는 체포나 구속과 같은 강제수사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참고인은 그렇지 않습니다. 참고인은 수사의 협조자이기 때문에 수사기관이 그 신병을 강제로 확보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참고인이 수사기관 입장에서 단순히 참고만 할 사람이 아닐 수 있습니다. 참고인도 사건에서의 관여 정도, 혐의와의 관련 여부에 따라 '단순 참고인'과 '피의자성 참고인'으로 나뉩니다.

따라서 자신이 어떤 사건에서 범행을 공모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거나, 관련 범죄를 저질렀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수사기관에서 참고인이라고 표현했다 하더라도 그것은 그 시점에서의 잠정적인 지위일 뿐, 추후 피의자로 신분이 바뀔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합니다.

조사 강제 못하지만 가급적 출석해야

"꼭 나가서 조사를 받아야 하나요?" 참고인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참고인은 수사기관의 출석요구에 반드시 응할 의무가 없습니다. 수사기관이 어떤 사건을 수사하면서 사실관계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등의 이유를 들면서 참고인에게 물어볼 것이 있다고 하여 출석을 강제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다만 수사의 원활한 진행과 사건 관련자들에 대한 치우침 없는 엄정한 수사 등을 위해 참고인의 진술이 중요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가급적 방식이나 일정에 대해 수사관과 잘 조율해 협조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다만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무늬만 참고인일 뿐 추후 수사 과정에서 피의자로 신분이 전환될 수 있는 피의자성 참고인의 경우, 사실상 피의자가 될 확률이 매우 높은 상태이므로 사전에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성실하게 출석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참고인도 진술거부권과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이는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적 인권입니다. 추후 수사 과정에서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중요한 방패막이 됩니다. 만약 범죄에 연루되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면, 조사 전 변호사와 충분히 상담한 후 객관적 근거에 따라 사실관계를 정리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항명과 상관 명예훼손 혐의로 입건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2023년 9월8일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경기도 과천 공수처로 출석하며 취재진 질문을 듣고 있다. ⓒ 연합뉴스

준비 없이 조사를 받다가 잘못된 기억을 근거로 진술하면 어떻게 될까요. 이 경우 해당 진술이 객관적 근거와 불일치하거나 다른 사건 관계인들의 진술과 엇갈리게 될 것입니다. 이때는 거짓말을 하는 게 아닌지 의심받을 수 있습니다. 첫 단추를 잘못 끼우게 되면 사건에서의 파장은 매우 클 수 있습니다. 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요구를 받게 되더라도 참고인 조사 도중 또는 종료 후 피의자로 전환될 수 있다는 점도 유의하셔야 합니다.

최근에는 수사기관마다 영상녹화 장비가 설치된 조사실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특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다른 수사기관과 달리 피의자 조사 시 영상녹화를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참고인 조사를 영상녹화 방식으로 진행하고자 한다면 반드시 동의를 받아야 합니다. "영상녹화에 동의하시겠습니까?"라는 질문에 거절해도 괜찮습니다. 이는 참고인에게 부여된 형사소송법상의 권리이며, 거절해도 아무런 불이익을 받지 않습니다.

참고인의 의무는 '진실'을 말하는 것

물론 참고인에게도 의무가 있습니다. 진실을 말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허위 내용으로 진술을 맞출 경우 범죄를 은폐하기 위한 증거인멸로 판단되는 등 별도의 범죄가 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한편 단순 참고인은 수사의 협조자이므로 수사기관으로부터 여비를 받을 수 있습니다. 예산이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 내부 규정에 따라 참고인에게 지급되는 여비는 큰 금액은 아닐지라도 수사기관의 작은 성의 표시라고 볼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참고인도 압수수색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알아두어야 합니다. 범죄 수사를 위해 필요하다면, 피의자뿐만 아니라 사건과 관련성이 있는 참고인을 상대로도 영장을 받아 압수수색을 할 수 있습니다.

김숙정 법무법인 LKB 변호사

■ 김숙정 변호사 약력

김숙정 변호사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1호 검사 출신이다. 2012년 제1회 변호사 시험 합격 후 수원지검 성남지청에서 처음 검복을 입었다. 이후 국회 보좌관을 거쳐 2021년 공수처 출범 당시 몸을 담았다. 2022년 공수처장 1호 표창을 받았고 2023년 공수처 1호 우수검사로 선정됐다. 2023년 말 공수처를 떠나 법무법인 LKB에서 수사대응팀을 이끌고 있다. 

Copyright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