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퍼첵’ 빙자한 취업 방해

한겨레 2024. 10. 18.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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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오랫동안 상사에게 감정 쓰레기통처럼 취급당했습니다.

'레퍼첵'(레퍼런스 체크, 평판 조회)을 위장한 취업 방해가 범죄 은닉의 수단으로 작동하고 있는 현실을 잘 보여줍니다.

취업 방해 혐의가 있는 사람에게 입증 책임을 부여해, 평판 조회와 관련된 통화·카톡 기록을 제출하도록 하면 어떨까요? 최고형이 징역 5년인데 함부로 '레퍼첵'을 하지 못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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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n style="color: rgb(0, 184, 177);"><strong>[한겨레S] 쩜형의 까칠한 갑질상담소
<span style="color: #333333;">평판 조회</span>
</strong></span>
게티이미지뱅크

Q. 오랫동안 상사에게 감정 쓰레기통처럼 취급당했습니다. 상사는 저의 승진을 탈락시키고 사사건건 괴롭혔습니다. 문제를 제기했지만 소용없었고, 견디다 못한 저는 퇴사했습니다. 다른 회사의 서류 전형에 합격했는데 모두 면접에서 떨어졌습니다. 좁은 업계라서 제 이력서를 보고 전 직장에 연락했다고 하는데, 당사자들끼리 카톡을 주고받아서 물증 확보가 어렵습니다. 동종 업계 취업을 포기해야 하나요?(2024년 9월, 닉네임 ‘뿅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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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아, 취업 방해를 당하고 계시네요. 근로기준법 40조(취업 방해의 금지)에는 “누구든지 근로자의 취업을 방해할 목적으로 비밀 기호 또는 명부를 작성·사용하거나 통신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되어 있습니다. 법을 위반하면 5년 이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 벌금으로, 폭행·강제노동 등과 함께 근로기준법 조항 중 가장 무겁게 처벌됩니다.

사장은 당연하고요, ‘누구든지’라고 했기 때문에 팀장이나 동료도 처벌될 수 있습니다. 또 적극적으로 취업을 방해하지 않았어도 그 행위가 취업을 방해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을 알고 있으면 처벌될 수 있어요. 평판 조회라고요? 구직자의 동의서를 받지 않고 평판 조회를 했다면 요청한 사람, 요청받은 사람 모두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입니다.

하지만 ‘취업 방해 목적 또는 의도’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처벌을 피해 갈 방법은 널렸습니다. “취업 방해 목적이 아닌 단순한 경력조회다”, “전화가 와서 평가한 것뿐이다”라고 주장하면 그만입니다. 무엇보다 피해자가 통화 내용을 확보할 방법이 사실상 없기 때문입니다.

지난 5년간 고용노동부에 블랙리스트 작성으로 신고된 1104건 중 기소된 사건은 5.2%인 57건에 그쳤습니다. 합의 등 ‘기타 종결’ 554건, ‘법 위반 없음’ 267건, 검찰 ‘불기소’ 223건이었습니다. 블랙리스트를 만들었는데도 5%만이 기소되는데, 카톡방의 은밀한 대화나 통화가 처벌될 것이라고 두려워할 사람이 있을까요?

자격증이 많고 경력이 뛰어난 사회복지사가 기관의 비리를 공익 제보한 뒤 다른 시설에 원서를 냈는데 20곳 넘게 떨어졌습니다. 병원에서 일하던 간호조무사는 퇴사 후 직장 내 괴롭힘과 불법 의료를 신고했다가 다른 병원에 취업할 수 없었습니다. ‘레퍼첵’(레퍼런스 체크, 평판 조회)을 위장한 취업 방해가 범죄 은닉의 수단으로 작동하고 있는 현실을 잘 보여줍니다.

특히 대표의 권력이 막강한 사회복지시설, 병의원, 어린이집에서 평판 조회 빙자 취업 방해 제보가 끊이지 않습니다. 원장들이 비밀 카톡방을 운영하고 있다는 소문도 자자하고요. “이 바닥 좁으니 조심해”, “업계에서 일 못 하게 만들 거야”라는 협박이 난무합니다. 이를 견제할 노조도 없고요. 불법에 침묵할 수밖에 없습니다.

취업 방해죄를 폭넓게 인정하고 엄벌해야 합니다. 취업 방해 혐의가 있는 사람에게 입증 책임을 부여해, 평판 조회와 관련된 통화·카톡 기록을 제출하도록 하면 어떨까요? 최고형이 징역 5년인데 함부로 ‘레퍼첵’을 하지 못할 겁니다. 동의 없는 ‘레퍼첵’이 누군가의 인생을 망치는 범죄 행위라는 인식을 심어주면 달라지지 않을까요? 11월3일 출범하는 직장갑질119 온라인 노조와 산하 사회복지지부에 직장인들이 많이 모여 취업 방해 범죄를 공론화할 수 있길 기대합니다.

박점규 직장갑질119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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