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 사옥 앞 근조화환이 말하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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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엔터테인먼트 사옥 앞에 근조화환이 가득 늘어섰다.
소속사가 그를 팀에 복귀시키기로 했다고 공지하자 이에 반대하는 '6인 지지' 팬들이 '총공'(총공격의 준말로, 주로 아이돌 팬덤에서 좋아하는 그룹을 응원하기 위한 팬덤의 총력전을 의미)을 한 것이다.
이를 모르고 보내지는 않았을 것이다.
10개월 정도의 자숙이나 동료의 조심스러운 두둔도 구명해줄 수 없다는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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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엔터테인먼트 사옥 앞에 근조화환이 가득 늘어섰다. 1000개 이상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9월 데뷔한 보이그룹 라이즈(RIIZE)의 한 멤버를 탈퇴시키라는 팬덤의 시위였다. 이 멤버는 연인과 함께 있는 모습이 담긴 과거 사진 등이 유출되면서 데뷔 직후 팬덤의 항의를 받았고, 약 10개월간 활동을 중단하고 있었다. 소속사가 그를 팀에 복귀시키기로 했다고 공지하자 이에 반대하는 '6인 지지' 팬들이 '총공'(총공격의 준말로, 주로 아이돌 팬덤에서 좋아하는 그룹을 응원하기 위한 팬덤의 총력전을 의미)을 한 것이다.
근조화환은 팬덤이 업계에 목소리를 전하기 위해 다양한 수단을 강구하면서 도입한 무기다. 자극적이고 드라마틱하다. 이유가 있다. 팬덤 요구사항에 대한 업계의 관행은 모니터링하되 불통하는 것에 가깝다. 가만히 살펴보면 듣는 경우가 분명 있지만, '들었다'는 제스처는 하지 않는다. 그러니 어떻게든 듣게 하려는 욕구가 근조화환이라는 형태로 나타났다.
![최근 보이그룹 라이즈(RIIZE)의 한 멤버를 탈퇴시킬 것을 요구하는 팬덤의 근조화환 시위가 SM엔터테인먼트 사옥 앞에서 벌어졌다. [라이즈 공식 X(옛 트위터) 계정]](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410/18/weeklydonga/20241018090116697ejgt.jpg)
신인에게 가해지는 팬덤의 검증 논란
하지만 특정 인물을 향해 탈퇴를 요구하면서 보내는 근조화환이다. "목소리 좀 들어라"보다 좀 더 과격하고, 거의 주술적 의미로 다가올 여지가 있다. 이를 모르고 보내지는 않았을 것이다. 받은 이도 모르지 않았을 듯하다. 나아가 그 앞을 지나는 다른 아티스트들도 모르지 않았을 테다. 팬덤의 눈 밖에 나는 순간, 혹은 어떤 이유에선가 팬덤에 '지목'되는 순간 아티스트로서 커리어와 때론 그 이상의 영역까지 실질적·상징적 위협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10개월 정도의 자숙이나 동료의 조심스러운 두둔도 구명해줄 수 없다는 것을 말이다.
신인 보이그룹이 데뷔하거나 유닛에 새 멤버가 들어올 때면 이들을 '검증'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난다. 과거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나 인터넷 게시글을 발굴해 훑고, 예전 사진이나 주변인 증언 등도 공공재처럼 공유된다. 데뷔 전이라 보여준 것도 없는 실력이나 외모에 대한 품평도 이뤄진다. 그리고 종종 누군가가 지목돼 논란의 대상이 되고, 거부와 안티 사이를 표류하기도 한다. 10개월간 자숙하게 한 이들은 그 기간도 동료들의 10개월간 노력에 무임승차하는 행위라고 말한다. 아이돌은 연애하면 안 된다는 주장도 있지만, 아이돌이 되려는 사람도 연애를 하면 안 되는가 하는 의문은 더는 의미가 없다. 타인의 사생활을 파헤쳐 만든 '논란'의 소재나 그것에 대한 교차 검증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미 빠져나갈 길을 열어주지 않는 것이 기술인 '불링' 영역으로 들어서버렸으므로. 그 패턴이 반복되니 여기까지 온다. 공교롭지만 특정 기획사 신인에게 유난히 자주 있는 일처럼 보이기도 한다.
라이즈의 프로듀싱을 담당하는 위저드 프로덕션은 결국 이 멤버의 복귀 결정을 철회하고 해당 멤버도 탈퇴를 선언했다. 불과 며칠 사이 일이다. K팝 업계에서 팬들의 요구가 이렇게 빠르게 전격적으로, 명시적으로 수용되는 일은 거의 없다. 그렇다고 불통 산업에 대한 소비자 행동주의의 승리를 축하할 수 있을까. 무대에서 이 '승리자'들을 대면해야 하는 아티스트에게는 축하에 동참할 마음이 들기 어려울 듯하다. 아티스트-기획사-팬의 건강한 관계 정립을 꿈꾸기도 민망해진다. 불통과 '갑질'의 소용돌이 속에 선 아티스트의 건강도 걱정이므로.
미묘 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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