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 아파트' 담보로 121억 횡령…허술한 농협은행 내부통제 추적
농협은행에서 최근 금융사고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두 달 전에는 한 직원이 1백억원 넘는 대출금을 횡령하는 일까지 벌어졌습니다. 수법이 특히 황당합니다. 아파트 16층부터 20층까지 담보로 잡고 대출을 실행했는데, 알고보니 이 아파트는 15층짜리였습니다.
정해성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서울의 한 농협은행 영업점입니다.
농협은행 본사는 이곳에서 100억원 넘는 규모의 횡령이 벌어진 사실을 두 달 전쯤 확인했습니다.
JTBC가 입수한 내부 감사보고서입니다.
김 모 과장이 2020년부터 4년 동안, 지인 등 다른 사람 명의로 실행한 대출 건수만 106건, 규모는 171억원에 이릅니다.
수법은 더 황당합니다.
15층짜리 아파트에서 있지도 않은 16층부터 20층까지를 담보로 잡고, 서류까지 위조해 대출을 실행했습니다.
횡령금은 가상화폐 등에 투자해 모두 날렸다고 주장했습니다.
[NH농협은행 관계자 : 16, 17, 18, 19층이 있는 것처럼 속였습니다. {작정하고 이렇게 허위매물 등록하고 서류 위조하면 발각이 쉽지 않나요?} 저희가 이런 부분을 다 수사기관에 의뢰를…]
은행은 121억원을 불법대출로 판단하고 관계자들을 조사 중입니다.
문제는 내부통제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여부입니다.
농협은행은 10년 전, 기존 감사와는 별개로 독립성과 전문성을 갖춘 '순회감사' 제도까지 도입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 순회감사들은 당시 불법대출에 대해 모두 '정상' 판정을 내렸습니다.
알고 보니 이 순회감사 369명은 모두 농협은행 출신 퇴직자였습니다.
[강준현/국회 정무위원회 위원 : (순회감사) 전체가 농협 출신 퇴직자로 구성이 돼 있어요. 독립성과 전문성이 담보될 수 있을까요?]
[이복현/금융감독원장 : 독립성 부분은…(은행 부실 내부통제 관련해)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고 저희도 그 부분에 책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농협은행 현장검사를 마친 금감원은 확보한 자료를 검토 중입니다.
농협은행은 "불법행위가 재발하지 않도록 시스템을 개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영상취재 이동현 김재식 공영수 / 영상편집 홍여울 / 영상디자인 신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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