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서의 글로벌 아이] 가자전쟁은 이스라엘의 `살육무기` 실험장, "창 녹여 쟁기 만들라"

박영서 2024. 10. 18. 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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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가자전쟁이 이스라엘군의 '살육(殺戮) 무기' 실험장이 됐다. 치명적 위력을 지닌 '금지된 무기'들이 가자지구 및 레바논 전장에 투입되면서 민간인 피해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여성과 아이들이 잔혹한 무기의 실험대상이 되고 있다. 이를 멈출 힘은 오직 국제사회의 관심과 압박이다.

◇'고밀도 금속폭탄', 파편 박히면 팔다리 잘라내야

일본 마이니치 신문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인구 밀집 주거지역 공격에서 치사율을 높이기 위해 '고밀도 비활성 금속 폭탄'(DIME·Dense Inert Metal Explosive)을 사용하고 있다. 가자지구 남부의 한 병원에서 지난 4월 2주 동안 자원봉사를 했던 미국인 외과의사 페로즈 시드와는 당시 중상자들을 치료하던 중 이상한 사례를 계속 발견했다. 피부에는 1~2mm 정도의 미세한 파열구만 있었지만 그 내부를 보면 근육, 내장 등이 온통 찢어져 중상을 입은 상태였던 것이다.

총알이라면 이렇게 작은 사입구(射入口)를 만들지 못한다. 보통의 포탄 파편이라면 이렇게 몸에 큰 손상을 입히지는 않는다. 의아하게 생각했던 그는 가자지구에서 함께 일하는 다른 의사들에게 물어봤다. 그들도 비슷한 환자들을 치료하고 있었다.

이 폭탄은 미국이 개발한 'DIME'이다. 포탄 내부는 텅스텐·코발트·니켈 등 초고온 열전도성 중금속들이 거의 분말 형태로 채워져 있다. 폭탄이 터지면 미세한 금속 파편들이 사람의 몸 속으로 들어가 치명타를 안긴다. 국제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의 보고서에 따르면 이미 이스라엘군은 지난 2008~2009년 가자지구 분쟁에서 유사한 무기를 사용한 바 있다.

이 폭탄이 끔찍한 것은 팔다리를 잘라내야 한다는 점이다. 특히 어린이들의 피해가 극심하다. 가자지구 중부에 있는 알아크사 순교자 병원의 대변인은 마이니치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수많은 사람들, 특히 어린이들이 금속 파편으로 인해 팔다리를 잃었다"고 전했다. 팔레스타인 보건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이후 가자지구에서 4000명의 어린이를 포함해 무려 1만2000명 이상의 민간인이 팔과 다리를 절단해야만 했다.

DIME는 암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폭탄은 아직까지 국제기구의 실험검증이 이뤄지지 않아 금지무기 목록에 올라와 있지 않은 상태다.

◇뼈까지 타는 백린탄· 못 화살 쏟아지는 플레셰트탄

DIME 외에도 이스라엘군은 사용이 금지됐거나 비인도적인 무기를 투입하고 있다. 백린탄(白燐彈), 플레셰트(flechette)탄, 레이저 유도폭탄인 GBU-28, 기반시설 파괴용 위성항법장치(GPS) 유도 폭탄 등이다. 대부분 미국산이다.

이중 백린탄은 발화점이 낮은 백린을 이용해 대량의 연기와 화염을 내뿜도록 만든 무기다. 투하 지점을 중심으로 군인과 민간인을 가리지 않고 광범위한 피해를 준다. 백린탄의 불꽃이 몸에 닿으면 뼈까지 타들어 간다. 운 좋게 살아난다고 해도 감염이나 장기 기능 장애 등을 겪어 '악마의 무기'로 불린다.

1983년 발효된 '발화용 무기에 관한 의정서'는 불을 지르거나 화상을 입히도록 설계된 무기로 민간인이나 민간인 시설을 공격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미국은 이 의정서의 당사국이지만 이스라엘은 그렇지 않다. 지난 15일(현지시간) 영국 BBC가 확보한 영상에는 가자지구 중부 데이르 알발라의 피란민 텐트촌에서 피란민들이 폭격을 맞아 산 채로 불타오르는 모습이 보인다.

이스라엘군은 집속탄의 일종인 '플레셰트탄'도 전장에 투하하고 있다. '플레셰트'는 프랑스어로 '작은 화살'을 말한다. 포탄 안에 무수한 쇠화살이 들어있는 대인 무기다. 폭탄이 공중에서 터지면 수천~수만개의 작은 화살 모양의 못이 흩뿌려져 사람을 무차별 살상한다. 넓게는 축구장 3배 크기까지 뿌려져 일명 '강철비'라고도 불린다.

한국전쟁과 베트남전에서도 쓰였던 이 폭탄은 대량 살상 때문에 국제 인권단체들로부터 '사용 금지' 압력을 받고 있다. 하지만 가자 전쟁터에서 다시 한번 모습을 드러냈다.

이 밖에도 이스라엘군은 인공지능(AI) 표적 시스템, AI 로봇 등 AI 무기들을 본격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AI 표적 시스템이 '살상 표적'을 설정할 때 전투원과 민간인을 제대로 구분할 수 있는 지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피가 눈물처럼 흐른다

이렇게 '악마의 무기'들이 실전에서 활용되면서 민간인 피해가 눈덩이다. 살상력이 극렬하다는 점에서 가자지구와 레바논 남부 지역은 대재앙 그 자체다.

이스라엘이 '하마스 박멸'을 목표로 내걸고 지난해 10월 7일 전쟁을 시작한 이후 가자지구에서만 14만명이 넘는 사상자가 나왔다. 알자지라 보도에 따르면 지난 1년 동안 사망자는 4만2500명, 부상자는 10만2500명에 달한다. 특히 어린이와 여성이 희생양이 되고 있다.

레바논에선 지난 1년 동안 2309명이 사망하고, 120만명이 넘는 주민이 피란민 신세가 됐다. 사망자 대다수는 이스라엘이 레바논을 상대로 군사작전을 확대한 지난달 말 이후 발생했다.

인명 피해는 물론이고 인도적 위기도 심각하다. 도로가 이스라엘군에 차단돼 '천장 없는 감옥'이 된 가자지구에선 생필품 공급이 거의 이뤄지지 않으면서 기아가 확산하고 있다. 하지만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휴전 협상 가능성에 단호히 선을 그었다. 되레 맹폭을 이어가면서 전선을 확장하고 있다.

물론 전쟁터가 '무기 실험장'으로 활용돼온 것은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가자지구 역시 무기의 테스트 현장이 됐고 그 실험장은 레바논 베이루트로 확장되었다. 문제는 비인도적 무기의 사용이다. 이는 명백한 전쟁범죄다. 무고한 민간인들을 희생시키는 반인륜적 전쟁범죄에 국제사회는 엄중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합심해 창을 녹여 쟁기를 만드는 날, 평화는 찾아온다.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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