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만든 콘텐츠, 열 드라마 안 부럽다…흥행 IP로 돈 버는 제작사들

김가영 2024. 10. 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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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제작업계 불황, 해법은?]①
'선업튀'→'골때녀', 팝업스토어로 부가 수익 창출
드라마 제작사, 웹툰·뮤지컬 제작하며 사업 확장
"업계 불황 떠나 IP 활용한 사업 꾸준히 고민해야"
[이데일리 스타in 김가영 기자] “팝업스토어를 가기 위해 어젯밤부터 줄을 섰어요.”

지난 5월 여의도 더현대 서울에서 만난 이 드라마 팬의 모습에서 드라마 업계의 불황을 풀 실마리가 보였다. 더현대에서 열린 tvN ‘선재 업고 튀어’ 팝업스토어에는 하루 평균 1000여명의 방문객이 다녀가며 성황을 이뤘다. 하루 1000명이라는 방문객 숫자도 팝업스토어 측에서 수용할 수 있는 규모를 고려해 제한한 인원이다. 지방·해외에서 온 팬부터 아빠와 손을 잡고 온 중학생, 연차를 쓰고 온 회사원까지 수많은 인파가 새벽부터 줄을 서는 진풍경을 만들었다.

‘선재 업고 튀어’ 외에도 콘텐츠 제작사들의 팝업스토어 열풍은 이어지고 있다. 팬들의 드라마 굿즈 구매는 바로 부가 수익으로 있기 때문. tvN ‘눈물의 여왕’, ‘엄마친구아들’ 등의 드라마는 물론 JTBC ‘최강야구’, SBS ‘골 때리는 그녀들’ 등 예능 프로그램까지 팝업스토어를 열어 콘텐츠 IP(지식재산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등 수익 확대에 나서고 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최근 제작사들은 어떻게 하면 가성비 높은 콘텐츠(적게 투자하고 수익을 극대화한 콘텐츠)를 만들지 고민하고 마케팅으로 활용할지를 고민하고 있다”며 “드라마도 K팝처럼 팬덤이 형성되고 있는데 팬덤을 활용하는 마케팅, 새로운 사업이 부가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잘된 IP 활용에 숏폼 드라마 제작까지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한국 시장 진출은 국내 드라마 제작비 상승으로 이어졌다. 코로나19 이후 K콘텐츠가 주목받으면서 회당 제작비가 3억원에서 10억원까지 치솟았다. 한 드라마의 제작비가 100억원이 넘는 경우도 이제는 예삿일이다. 문제는 성공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이다.

유튜브 콘텐츠가 범람하고 OTT를 통해 글로벌 작품을 손쉽게 접할 수 있는 등 방송 환경이 달라졌다. 그만큼 치열한 경쟁 속에서 드라마 한 편으로 흑자를 내기 더 어려워졌다. 드라마 한 편을 제작하는 부담이 커지다 보니 방송사들은 드라마 편성을 줄이는 추세다. 방송사의 편성을 받아야 하는 제작사들은 이 여파로 준비 중인 드라마를 더더욱 제작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주연 배우까지 확정된 상태에서 편성·투자를 받지 못해 제작이 무산된 드라마도 많을 정도다.

이에 방송사·제작사들은 새로운 콘텐츠를 제작하기보다 잘 된 드라마의 시즌제를 만들거나, 잘된 IP로 부가 사업을 하면서 수익을 내는 방법을 모색 중이다. 대표적인 예가 팝업스토어다. tvN ‘선재 업고 튀어’, ‘눈물의 여왕’은 드라마가 흥행하자 팝업스토어를 기획해 운영했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팝업스토어를 운영해 수익을 냈다.

사진=SBS
드라마뿐만 아니라 인기 예능에서도 팝업스토어를 운영하며 새로운 수익 모델을 찾았다. 지난 9월 더현대 서울에서 열린 ‘골 때리는 그녀들’의 팝업스토어는 오픈일부터 12일간 누적 방문객이 2만 3000명을 돌파하며 흥행을 거뒀다. 인기에 힘입어 서울에 이어 대구에서도 팝업을 연다.

웹툰·웹소설화를 하거나 뮤지컬로 제작하는 사례도 늘었다. 웹툰·웹소설 등 재미가 보장된 IP를 드라마화하는 경우가 보편적이었다면, 최근 잘 된 드라마를 웹툰·웹소설화 하는 사례가 늘었다. ENA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JTBC ‘킹더랜드’, MBC ‘연인’ 등이 웹툰화됐고, U+모바일tv ‘밤이 되었습니다’가 웹소설로 재탄생했다. tvN ‘사랑의 불시착’, 티빙 ‘유미의 세포들’은 뮤지컬화 됐으며 ENA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도 뮤지컬 제작을 추진 중이다. 과거부터 시도했던 리메이크 판권 판매도 여전히 이뤄지고 있다. 여기서 나아가 해외 방송사·제작사와 MOU를 맺어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제작 규모가 작은 숏폼 드라마도 돌파구로 꼽히고 있다. 숏폼 드라마는 기존 TV 드라마의 10분의 1 수준의 제작비로 제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숏폼을 선호하는 요즘 세대를 공략하기에도 유리하다.

드라마 제작사 대표 A씨는 “요즘 세대들이 짧은 콘텐츠를 좋아하고 제작비가 절감된다는 면에서 숏폼 드라마는 좋은 선택지”라며 “현재 숏폼 드라마는 장르가 넓지 않은데 앞으로는 다양한 장르, 다양한 방식의 숏폼 드라마가 생겨나고 콘텐츠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좋은 스토리→IP 확보가 관건

IP를 활용한 사업이 다각화되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좋은 스토리를 만들어 내는 것은 물론 스토리의 IP를 확보하는 것이다.

드라마 제작사 대표 B씨는 “이제 IP의 중요성을 모르는 창작자는 없을 것”이라며 “그러나 좋은 IP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B 대표는 “수요가 없는 IP라면 그걸 소유한다고 해도 골칫거리가 될 수 있다”며 “결국은 팬덤이 형성될 수 있고, 다방면으로 확장할 수 있는 좋은 콘텐츠를 만들고 그 IP를 갖는 것이 기본”이라고 설명했다.

IP의 중요성은 글로벌 OTT를 통해 확인된 바 있다. ‘오징어 게임’, ‘킹덤’ 등 글로벌 흥행을 한 작품이 탄생해도 창작자들이 적절한 보상을 받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물론 막대한 규모의 제작비를 보전해주고 다음 시즌을 계약할 때 더 높은 금액으로 계약하는 등 보상이 이뤄지지만, 이같은 계약 조건은 제작사가 비즈니스의 주체가 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이를 통해 IP의 중요성을 깨달은 제작사들은 IP를 확보하고 비즈니스의 주체로 사업을 확장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정 평론가는 “부가 사업이 가능할 수 있는 것은 IP를 확보했을 때”라며 “그만큼 IP의 확보가 콘텐츠 업계에서 중요한 부분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IP를 활용한 고민은 업계의 불황을 떠나 꾸준히 이어져야 하는 부분이라고 봤다. 정 평론가는 “작품 하나 성공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비즈니스적으로 조금 더 수익을 얻어낼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며 “추가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해져야 투자 요건도 좋아지고 수익이 나와야 더 많은 투자·제작이 이뤄진다. 똑같이 작품을 한다고 하더라도 더 많은 수익 구조를 낼 방법이 있고 투자할 수 있는 부분들이 충분히 있는 만큼 이에 대한 고민은 꾸준히 이어져야 할 것”이라고 IP 활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선재 업고 튀어’ 팝업스토어(사진=김가영 기자)
‘선재 업고 튀어’ 팝업스토어(사진=김가영 기자)
‘선재 업고 튀어’ 팝업스토어(사진=김가영 기자)
‘골 때리는 그녀들’ 팝업스토어(사진=김가영 기자)
‘골 때리는 그녀들’ 팝업스토어(사진=김가영 기자)

김가영 (kky1209@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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