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생각] 미술 감상이 버거운 당신, 놀이처럼 멋대로 즐겨보라

유정아 기자 2024. 10. 18.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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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적이는 로비.

그리스 로마 신화 속 피그말리온의 사랑 이야기, 권세가들의 정부 코르티잔, 집시 카르멘, 어머니의 사랑까지 저자는 인상파, 사실주의 같은 미술적 기법보다는 그림의 배경지식을 옛이야기 하듯 전해준다.

그의 입을 빌리면 미술을 감상하는 것은 우리 모두가 '삶이라는 작품을 완성해가는 창조자'기 때문이다.

만약 아직 미술관의 문을 혼자 여는 것이 두렵다면 이 책의 표지부터 넘겨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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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고흐가 당신 얘기를 하더라
마음이 그림과 만날 때 감상은 대화가 된다
이주헌 지음 l 쌤앤파커스 l 2만1000원

북적이는 로비. 적막하고 어두운 전시실. 흰 벽을 하나씩 차지하고 있는 큼직한 그림들. 그리고 덩그러니 손에 들린 작품 해설용 엠피쓰리(MP3). 예술품은 어떻게 보는 건지, 얼마나 하나의 그림을 봐도 되는지, 이 작품은 대체 뭘 의미하는지 고민하다 다른 사람들을 바라본다. ‘저 사람은 눈앞의 그림을 보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미술관의 문턱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지만 막상 처음 찾는 이에겐 당혹스러운 공간이다. 고급문화 같은데 경험이 없는 관람객에겐 녹음된 도슨트의 목소리도, 작품 옆에 자그맣게 적힌 설명도 어색하기만 하다. 물론 현장 도슨트 시간을 맞춘다면 좋겠지만 여의치 않은 이들을 위해 미술평론가인 저자가 손을 내민다.

그리스 로마 신화 속 피그말리온의 사랑 이야기, 권세가들의 정부 코르티잔, 집시 카르멘, 어머니의 사랑까지… 저자는 인상파, 사실주의 같은 미술적 기법보다는 그림의 배경지식을 옛이야기 하듯 전해준다. 그의 입을 빌리면 미술을 감상하는 것은 우리 모두가 ‘삶이라는 작품을 완성해가는 창조자’기 때문이다. 삶을 꾸려가는 데 타인의 평가나 감상이 필요치 않은 것처럼 작품도 내 멋대로 감상하면 되는 것이다. 예컨대 ‘르누아르는 동그란 형상들을 유독 사랑했다’는 작가의 힌트에서 내가 사랑했던 어린 시절 엄마의 동그란 사랑, 곡선의 빛무리 등을 떠올리는 것 자체도 꽤 괜찮은 감상이 되는 셈이다.

만약 아직 미술관의 문을 혼자 여는 것이 두렵다면 이 책의 표지부터 넘겨보는 것은 어떨까. 벽 대신 한 페이지를 차지한 회화 작품들을 보며 놀이하듯 자신만의 감상을 더해보는 잔잔하고 짜릿한 경험에 익숙해지는 시간을 맛보시길. 책장을 넘길수록 작품 자체가 아닌, 그 속에서 자신의 삶을 보게 되는 경험을 할 것이라 자부한다. 그러다 보면 이런 날도 오지 않겠는가? 내일은 고흐가 당신 얘기를 하는 그날이 말이다.

유정아 기자 ver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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