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생각] 산소와 페니실린이 발견된 순간은 어땠을까

지식의 원전
다빈치에서 파인만까지 인류 지성사를 빛낸 원전기록들
존 캐리 편저, 이광렬 등 옮김 l 바다출판사 l 3만5000원

존 캐리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책을 읽은 사람 중의 한 명일 것이다. ‘지식의 원전’은 과학적 발견과 해설의 원전을 추려서 묶은 책인데, 그가 편집한 것은 이외에도 ‘역사의 원전’도 있다. 각각 760쪽, 832쪽에 이르는 책이다. 존 캐리는 “단순한 즐거움”과 “진지한 과학적 지식” 두 가지 기준으로 원전을 가려 뽑았다. 고대과학 책도 훑어보았지만 호기심 이상 진지하게 읽을 만한 것은 찾을 수 없어서 책은 르네상스 시대 레오나르도 다빈치부터 시작된다. 라이트 형제와 다게르의 사진에 관한 기술적인 글도 포함되었다. 102편의 글은 편저자가 짧게 소개하고 원전을 싣는 식이다.

원전의 기쁨은 역사적 발견의 순간을 목도하는 것이다. “사용한 산화수은 부피의 3~4배 정도 되는 ‘에어’를 모은 뒤, 그 용기 속에 물을 넣어 녹여보았지만 이 ‘에어’는 물에 잘 녹지 않았다. 그러나 엄청나게 놀라웠던 사실은 이 용기 속에 촛불을 넣으면 격렬한 불꽃을 내면서 탄다는 것이었다.” 프리스틀리가 발견한 것은 산소였다. 플레밍의 페니실린 발견은 사라 리드만의 글 ‘바람 속의 푸른곰팡이’의 인용문으로 등장한다. “놀랍게도 곰팡이가 자라는 곳 주위로 상당한 범위에서 포도상구균 집락이 분해되고 있었다.”

프리스틀리가 가스 실험에 사용한 장비. 위키백과

유명한 과학자들의 대표적 원전으로는 찰스 다윈의 ‘악마의 사도’, 아이작 뉴턴의 ‘사과와 색’,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에 대하여’가 있다. 프로이트의 것으로는 ‘도착에 관하여’를 골랐다. 이들의 업적을 기리는 해설 글이 종종 이어서 실리는데 프로이트의 글에는 오든의 시가 있다. 뛰어난 과학 저술가들의 글도 대표작들이 모였다. 마틴 가드너의 ‘조작된 과학’, 리처드 파인만의 ‘어떤 죽음, 그리고 원자폭탄’, 프리모 레비의 ‘어느 탄소원자 이야기’, 칼 세이건의 ‘소금 알갱이 하나에 대한 생각’, 스티브 존스 ‘유전자의 언어’. 스티븐 제이굴드는 신이 지질학자를 속이기 위해 바위 속에 화석을 넣었다고 말한 필립 헨리 고스에 관한 글(‘아담의 배꼽’)을 골랐다.

소설가 존 스타인벡은 호기심 많은 관찰자였다(‘해삼’ ‘중세의 사면발이’). 이탈로 칼비노는 게코(도마뱀붙잇과의 동물) 관찰을 짧은 소설에 녹였다. SF(과학소설) 소설가는 과학에 대한 지식 수준이 높다. 아이작 아시모프 ‘블랙홀’ ‘우리의 지구가 죽어가고 있다’, 아서 클라크 ‘일상의 햇빛’은 밀도 높은 과학 에세이다.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