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라 쓰고 노동이라 읽는다 [책&생각]

구둘래 기자 2024. 10. 18.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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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들은 고백을 하고 그것이 받아들여지고 나면 '오늘부터 1일'이 시작된다.

대가 교환으로서의 데이트(속임수), 데이트의 감정노동과 취향(애호), 성소수자의 데이트 권리(밖), 연애 장소로서의 학교(학교), 일대일 독점 연애의 시작(오래 사귀기), 페미니즘의 등장과 히피 문화에서의 성적 자유(자유), 자유시장 안에서 다양화되는 데이트(틈새시장), 에이즈가 바꾼 세이프 섹스와 성교육(규약), 결혼하지 않는 여성에 대한 '모성 재생산' 압박(계획), 연애 '자기계발서'의 여성 착취(조언)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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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간 독점’ 연애는 현대의 산물
노동과 놀이가 혼동되는 데이트
지금은 ‘연애 프리랜서’의 시대
연애하지 않는 시대에 연애 프로그램은 넘쳐난다.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 ‘나는 솔로’의 한 장면. 이엔에이(ENA) 에스비에스플러스(SBS Plus) 제공

사랑은 노동
산업혁명부터 데이팅 앱까지, 데이트의 사회문화사
모이라 와이글 지음, 김현지 옮김 l 아르테 l 3만8000원

연인들은 고백을 하고 그것이 받아들여지고 나면 ‘오늘부터 1일’이 시작된다. 관계가 공표되고 모종의 결말(결혼)을 곁눈질하면서 사귀기에 들어간다. 100일을 기념하고 1000일을 기념한다. 미국 하버드대 비교문학과 교수 모이라 와이글은 이런 ‘일대일의 독점적 장기간 연애’는 오래된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풍요’로우면서도 ‘종말 감각’이 지배하던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등장했다. 1940년대는 역동적 구식화(구제품과 조금 다른 신제품을 내어 판매를 촉진)가 등장하고 청소년들도 데이트할 돈이 있을 만큼 풍요로우면서, 핵전쟁으로 인해 언제 죽을지 모르는 때였다. 돈을 써서라도 혼자 죽고 싶지 않았다.

이전에는 어떻게 연애를 했단 말인가. 빅토리아 시대에는 남성이 집을 방문해 집안사람들과 인사하는 것이 연애의 다였다. 1910년대가 되면 데이트는 점점 합법적 구애 형태로 바뀐다. 이때도 ‘영원한 사랑’을 약속하지는 않았다. “해당 관습은 결혼의 가장 나쁜 특징을 다 갖추고 있지만 결혼의 이점은 아무것도 없다고” 여겼다. 만남의 장소는 시끌벅적하게 모이는 클럽이었다. 말하자면 ‘데이트 앱’의 현실판이었다. 이런 클럽 데이트 방식은 흑인과 성소수자의 무도회가 원조였다. 이들은 집을 벗어나 밖으로 나갔지만 거리는 위험했기에 한 장소에 모였다.

초기 형태에도 지금까지 유지되는 ‘모종의 거래’라는 데이트의 본성은 나타났다. 도시화가 진행된 1900년경 남자가 돈을 내 영화관을 가고 식사를 하는 상대방은 성매매 여성으로 보였다. 위장수사관은 이들을 미행하고 “많은 젊은 여성이 흔히 자신의 매력을 해변 유흥가와 놀이공원의 종일 이용권으로 여긴다”는 보고서를 썼다. 데이트는 일과 놀이가 헷갈리는 형태였다. 하지만 주로 “여성에게는 일, 남성에게는 유흥”이었다. 여기에 ‘사랑은 노동’이라는 제목의 뜻이 있다. 여전히 노동과 사랑은 잘못 이해되고 평가절하된다. 그래서 “장기계약직이 결혼”이라면, 데이트 자체는 “무급 인턴십”이다.

1940년 시작된 ‘오래 사귀기’ 시대의 끝 무렵을 우리는 살고 있다. 엠지(MZ)들은 ‘썸’만 타고 ‘삼귀기’(사귀는 것의 전단계)까지만 한다고 한다. 익명으로 만나 짧은 만남을 갖거나, 데이팅 앱을 넘기면서 게임처럼 즐긴다. 사랑이 노동이라면 다들 ‘프리랜서’가 되었다. 하지만 지금의 연애도 여성의 몸이 전장이라는 사실은 변함없다. “나는 누구랑 연애하느라 허송세월했다”는 말은 남성에게는 없는 일이다.

책은 ‘백래시’ ‘여성·인종·계급’ 등이 포진한 ‘필로스 페미니즘’ 시리즈의 한 권으로 나왔다. 남녀 관계에 미친 시대적 영향, 성소수자·여성의 지위에 대한 통찰이 빛난다. 10개의 장은 시간적으로 전진 배치하면서 시대를 관통하는 데이트의 속성을 제목으로 가져왔다. 대가 교환으로서의 데이트(속임수), 데이트의 감정노동과 취향(애호), 성소수자의 데이트 권리(밖), 연애 장소로서의 학교(학교), 일대일 독점 연애의 시작(오래 사귀기), 페미니즘의 등장과 히피 문화에서의 성적 자유(자유), 자유시장 안에서 다양화되는 데이트(틈새시장), 에이즈가 바꾼 세이프 섹스와 성교육(규약), 결혼하지 않는 여성에 대한 ‘모성 재생산’ 압박(계획), 연애 ‘자기계발서’의 여성 착취(조언) 등이다.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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