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부터 동남아까지, ‘여행지의 철학자’와 함께 [책&생각]

조해영 기자 2024. 10. 18.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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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지에선 누구나 철학자가 된다.

일상을 떠나 낯선 풍경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인생이란 대체 무엇인가' 식의 막연하면서도 우스운 질문 앞에서도 진지해진다.

여행지의 철학자가 내린 결론은 일상에서는 이내 휘발되지만, 어쩌면 그 '철학자의 순간'이 사람들을 여행으로 이끄는 것일지도 모른다.

책은 저자가 스쳐 지나간 철학자의 순간을 곳곳에 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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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개의 베개
노동효 로드 에세이
노동효 지음 l 나무발전소 l 1만9000원

여행지에선 누구나 철학자가 된다. 일상을 떠나 낯선 풍경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인생이란 대체 무엇인가’ 식의 막연하면서도 우스운 질문 앞에서도 진지해진다. 여행지의 철학자가 내린 결론은 일상에서는 이내 휘발되지만, 어쩌면 그 ‘철학자의 순간’이 사람들을 여행으로 이끄는 것일지도 모른다.

독특한 제목은 저자의 ‘사주팔자’에서 왔다. 어린 시절 친구의 어머니가 전해준 “너는 천 개의 베개를 가졌다”는 말을, 저자는 지구 곳곳을 여행하며 사는 ‘방랑벽’에 대한 암시였다고 해석한다. 그 팔자에 걸맞게, 저 멀리 남미부터 가까이는 동남아시아의 여러 국가와 마을을 관광하고 여행하고 나아가 방랑한 기록이 담겨 있다. (저자는 ‘떠남’의 범주를 관광, 여행, 방랑으로 구분한다.)

책은 저자가 스쳐 지나간 철학자의 순간을 곳곳에 품고 있다. 가령 이런 식이다. 단잠을 방해할 정도로 큰 소리를 내는 쿠바 트리니다드 숙소의 낡은 에어컨. 집이었다면 화가 날 법도 하지만, 저자는 “그 소리가 싫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웃음이든, 울음이든, 희열이든, 분노든 억누르지 말고 때론 터트리기도 해야 한다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고 생각한다.

팬데믹이 끝나고 다시 “인류가 힘껏 포옹을” 나눌 수 있게 됐지만, 훌쩍 여행을 떠나는 데는 꽤 큰 결심이 필요하다. 이국의 여행자와도 스스럼없이 친구가 되는 순간, 평범한 사람이라면 갈 엄두도 내지 못할 오지의 풍경이 묘사돼 있어 대리 만족감을 느낄 만하다. 그 끝에서 ‘나도 한번 여행자가, 방랑자가, 철학자가 되어 볼까’ 결심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조해영 기자 hy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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