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월의쉼표] 그들에게 생긴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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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신인 문학상 심사를 했던 곳에서 갑자기 담당자로부터 전화가 왔다.
뜻밖에도 그는 당선자에게 곤란한 일이 생겼다고 했다.
그런데도 이번 일이 당혹스럽게 느껴졌던 까닭은 그 작품을 내가 심사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당선자의 태도 때문이었다.
친구가 그저 자신의 삶과 일치하는 정보들이 소설에 등장하는 것이 언짢은 거라면 그 부분만 빼면 된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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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알다시피 작가가 지인의 이야기를 당사자 동의 없이 작품에 썼다가 사생활 침해나 명예 훼손 등의 이유로 구설에 오르고 심지어 송사에 휘말리기까지 한 경우는 오래전부터 왕왕 있어왔다. 그런데도 이번 일이 당혹스럽게 느껴졌던 까닭은 그 작품을 내가 심사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당선자의 태도 때문이었다. 그는 즉각 잘못을 인정하고 친구에게 사과한 다음 한발 더 나아가 스스로 당선 취소, 그러니까 등단 포기를 원하고 있었다. 그렇게라도 사죄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대체 친구의 사생활을 얼마나 심각하게 도용했기에 저렇게까지 하나 싶었다. 그러나 이야기를 종합해보니 그 정도가 생각보다 경미했다. 소설의 중심 서사는 친구와 아예 무관했고 주인공의 직업 및 가족 관계가 친구의 것과 일치하는 정도였다. 물론 경미하니 괜찮다는 의미는 아니다. 사안의 경중을 가늠하는 명확한 기준이 있는 것도 아니니 제삼자로서 내린 경미하다는 판단 자체가 잘못된 것일 수도 있다. 다만 나는 이 정도라면 문제 해결이 가능하리라 생각했다. 친구가 그저 자신의 삶과 일치하는 정보들이 소설에 등장하는 것이 언짢은 거라면 그 부분만 빼면 된다고 말이다.
그렇게 소설은 수정되었고 당선은 그대로 확정되었다. 시상식 또한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었다. 그러나 나는 내내 심란했다. 하물며 당선자 마음은 어떨까 싶었다. 그는 더 큰 것을 잃었다. 앞으로 다시는 친구와 예전 관계로 돌아가지 못하리라는 것. 아마 당선을 취소했어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어쨌든 친구에게 그는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고, 당선 여부와 무관하게 그 사실은 사라지지 않는 거니까.
이 지면에서 새삼 창작의 윤리, 재현의 윤리, 창작에서의 정치적 올바름에 대해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다. 어째서인지 나와는 일면식도 없는 그들 두 사람 사이에 발생한 예기치 못한 균열과 혼란과 상실의 순간이 자꾸 머릿속을 맴돈다는 것, 그 이야기를 하고 싶었을 뿐이다.
김미월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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