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한계령에 진달래”…잇단 산림 ‘이상 현상’
[앵커]
단풍이 울긋불긋 물들어가는 설악산에 때아닌 진달래가 피었습니다.
이례적인 고온 현상으로 단풍과 진달래가 공존하는 이상 현상이 관측된 건데요.
갈수록 짧아지는 가을로 생태계가 위협받고 있습니다.
정면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해발 약 1,000미터, 설악산국립공원 내 한계령입니다.
대표적 봄꽃인 진달래가 때아닌 연분홍 꽃망울을 터뜨렸습니다.
4월 전후 만개하는 진달래가 가을에 '이상 개화'한 겁니다.
봄꽃이 계절을 거슬러 가을 단풍과 어우러지는, 낯선 풍경이 펼쳐집니다.
[김영희/강원도산림과학연구원 연구원 : "열매가 성숙하기 전에 이미 말라가지고 조기 탈락하고 봄에 피는 꽃들이 가을에 다시 개화가 되고…."]
지난주부터 다시 피기 시작한 진달래는 이곳 한계령에서만 3곳에서 관측됐습니다.
일 년에 두 차례 꽃을 피운 탓에 내년 봄에 필 꽃이 줄어드는 등 생장에도 악영향이 예상됩니다.
이례적 고온이 원인으로 꼽히는데, 지난달(9월) 강원도 평균 기온은 22.2도로 역대 가장 더운 9월로 기록됐습니다.
우리 산림에서 나타나는 이런 '이상 현상'은 기후 변화 등의 영향으로 갈수록 심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가을이 갈수록 짧아지는 것도 자생 식물을 위협합니다.
최근 10년간 우리나라 가을의 평균 길이는 64일로, 100년 전보다 열흘 정도 줄었습니다.
[권보람/강원도산림과학연구원 녹지연구사 : "가을이 짧아지면서 효율적으로 (영양분) 사용을 준비하는 휴면(준비)기가 부족해져 다음 생장이나 생존에 위협을 미치게 됩니다."]
올해 설악산에서는 철쭉 열매도 채 여물지 않은 상태로 일찍 떨어지는 등, 생태계의 경고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KBS 뉴스 정면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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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면구 기자 (nin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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